▲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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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백리 길로 십리 길이 된다'는 말처럼, 작가님이 극중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다 가치 있게 만들어주셨지 않나. 실제로도 우리 모두가 다 가치있는 사람이고 중요한 사람이니까. <폭싹 속았수다>(아래 <폭싹>)는 부모님부터 시작해 자식에 이르는 가족을 통해 '우리 모두가 같이 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있게 전달해 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6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에 배우 박해준이 출연했다. 화제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중년 양관식'을 열연한 그가 고백하는 드라마 뒷이야기와 따뜻한 가족애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박해준은 이날 특별히 두 아들과 함께 출연했다. 첫 등장부터 아이들을 보자마자 눈시울을 붉힌 그는 "<유퀴즈>에 나와 감격스럽다. 요즘 드라마를 너무 좋아해주셔서 기분이 좀 붕 떠 있는데, 가라앉히고 노력하는데도 자제가 안 된다"며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폭싹> 찍고 팬들 반응이 달라졌다"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제주 등을 배경으로 애순(아이유)과 관식(박보검)의 일생과 사랑을 아름답게 담아내며 OTT 한국드라마 화제성 1위를 차지할 만큼 세계적인 관심을 모았다. <동백꽃 필 무렵>, <쌈, 마이웨이> 등을 집필한 임상춘 작가의 필력과 <미생>, <나의 아저씨> 등을 연출한 김원석 감독의 연출력, 신·구 배우들의 뛰어난 호연이 골고루 조화를 이루며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국민드라마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기서 박해준은 가족밖에 모르는 중년의 양관식 역할을 맡아 애틋한 부성애를 호연해내며 새로운 '국민 아버지'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았다. 그는 직접 연기를 하면서도 매회 몰입하느라 눈물을 참을 수 없던 순간들이 많았다고 했다. 지금도 아직 완성된 작품을 다 정주행하지 못했다고. 박해준은 "드라마를 절반쯤 보다가 잠깐 미뤄둔 상태다. 나중에 마음 편할 때 한편씩 꺼내보려고 한다"고 고백했다.
공교롭게도 박해준의 전작 중 가장 유명한 작품과 캐릭터는 역시 <부부의 세계>의 이태오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그는 가족애가 넘치던 순정남 양관식과는 정반대의 이기적인 불륜남을 열연하며 "사빠죄아(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라는 희대의 유행어까지 남긴 바 있다.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가 나오고 나서 소속사 대표가 이제 '형님, 이제 사빠죄아는 잊혔습니다'라며 엄청 좋아하더라"면서 미소를 지었다. 이어 "만나는 분들의 반응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 <부부의 세계> 때는 팬들도 그렇게 막 활짝 웃으면서 다가오시지는 않았다. 그런 <폭싹>에서는 이미 오기 전부터 눈물이 글썽글썽하셔서 제가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며 확연히 달라진 팬들의 반응을 실감했다.
<폭싹>에는 양관식과 '학 씨'(최대훈), 두 가지 전형적인 한국 아버지의 모습이 등장한다. 실제의 박해준은 어떤 아버지일까. 그는 "굳이 꼽자면 양관식이다. 아내도 제가 극중 양관식과 닮은 부분이 많다고 이야기해줬다"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극중 중년 양관식이 입고 다니는 낡은 점퍼와 크로스백은 평범하고 '짠해보이는 아빠'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는 패션이다. 박해준은 첫 장면을 찍고 양관식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이 가방을 계속 메고 다니는 설정을 제안하고 감독도 흔쾌히 허락했다고.
그는 양관식을 연기하면서 무엇보다 본인의 아버지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고 회고했다. 그가 20대였을 때부터 그의 부친은 암으로 오랜 세월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극중 양관식 역시 드라마 후반부에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게 되면서 급하게 체중을 감량해야 했던 그는 "그때 제 얼굴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보이더라"고 남다른 감회를 느꼈던 순간을 고백했다.
연기 못하던 그는 어떻게 '한예종의 전설'이 됐나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 화면 갈무리tvN
젊은 시절 양관식은 박보검이 맡았다. 박해준으로서는 젊은 인기배우와 동일한 역할을 맡아 비교된다는 데 대한 부담도 있었다고. 그는 "시청자들이 나이가 든 모습을 보고 실망하시면 어떡하나 부담도 됐다. 근데 보검이가 나를 살렸다. 박보검의 관식이가 계속 생각나게끔 연기를 잘해줘서 너무 다행이었다"며 후배의 연기를 칭찬했다.
여자 주인공인 아이유와는 중년 양관식과 딸 양금명을 연기하며 '부녀 케미'를 선보였다. 박해준과 아이유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고. 박해준은 명절 때마다 잊지 않고 선물을 보내주며 진짜 딸처럼 살뜰하게 챙겨준 아이유의 인성을 칭찬했다.
아이유는 <폭싹>에서 오애순과 양금명의 모녀 1인 2역을 연기하느라 다른 배우들보다 부담이 더컸다. 옆에서 지켜본 박해준은 "아이유가 너무 힘든 상황이니까, 항상 걱정을 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기분을 풀어주려고 농담도 자주 했다. 제가 말이 어눌해도 현장에서는 재미있게 흥을 돋구는 편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촬영이 끝나고 아이유의 콘서트를 관람했다는 박해준은 연기를 할 때와는 또다른 '가수 아이유'의 무대 위 모습에 감탄하면서도 안쓰러웠던 일화를 밝혔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만났는데, 진이 다 빠지고 살이 쫙 빠져있더라. 극중에서는 딸로 보지 않았나. 지쳐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고 여전한 아빠의 마음을 드러냈다. 박해준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아이유가 갖고 싶은 선물을 이야기해주면, 아빠가 크게 한번 쏘겠다"고 약속했다.
박해준은 <폭싹>을 연출한 김원석 사단의 페르소나로도 유명하다. 김 감독과는 <미생>,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등 누려 네 작품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특히 <나의 아저씨>에서는 승려 역할을 맡아 많지 않은 출연분 량에도 실제로 삭발까지 해야 했던 미안함 때문에 당시 김 감독이 "앞으로 해준 는 제가 어떻게든 책임지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까지 했다고.
진중할 것 같은 극중 이미지와 달리 박해준의 젊은 시절은 범상치 않았다고. 특별한 꿈이 없었던 그는 이모의 추천으로 급하게 지원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한번에 덜컥 합격했다. 처음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자퇴했던 박해준은 군복무 이후 2000년에 다시 재입학하며 대학 생활만 무려 10년을 보내 특이한 의미에서 한예종의 전설이 됐다.
또한 학창시절까지만 해도 연기를 너무 못해서 대사가 없는 무언극이나 마임같은 작품만 출연해야 했던 흑역사도 있었다. 박해준은 "당시에는 연기를 너무 못했다. 부산에서 올라와서 사투리도 있었다. 정극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면서도, 대학생활에 대해서는 "제게 좋은 것만 흡수하니까. 선후배 관계도 그렇고, 저 혼자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잘 지냈다"고 남다른 적응력을 고백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아버지께 진짜 효도한 것 같다"
현재 박해준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누구보다 가장 핫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자신의 현재 인생을 계절로 비유하는 질문에 "하루를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살기 때문에 지금 처한 계절은 큰 의미가 없다. 매일매일 죽음을 받아들일 연습을 하며 산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해준은 김원석 감독이 <폭싹> 촬영 당시의 현장 사진을 엮어서 만든 포토북을 선물받고 깊은 감회에 잠겼다. 김 감독은 제주 방언으로 '고찌 글라, 고찌, 고찌 글민 백리길로 십리길이 된다(모두 같이 가면 백리길도 십리길이 된다)'는 글귀를 통해 긴 시간을 함께 해준 배우들과 제작진에 대한 감사를 전했다. 박해준 역시 공감하며 "이 작품을 통해 모두 가치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모두 같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해준은 <폭싹>이 자신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집'이 첫 번째가 됐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암투병을 하시는 아버지와 함께 다니면 제 자랑을 많이 하신다. 해외 촬영을 하는 동안 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 지셨는데, 제가 떨어져 있으니 TV에서라도 많이 보셨으면 하는 마음"이라면서 " 다행히 드라마가 잘 돼서인지 이후 아버지 수술 경과도 너무 좋았다. 아버지한테 진짜 효도를 한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히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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