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사유리>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영화는 집, 소녀, 원혼이라는 J호러 저주의 기본 틀을 비틀어 버리며 장르 결합을 시도한다. 익숙한 J호러 방식을 쓴 포장지를 벗기면 전혀 다른 내용물이 들어 있는 셈. 1990년대부터 시작된 J 호러는 비디오(<링>), 인터넷(<회로>), 휴대폰(<착신아리>) 등 물건을 타고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됐다. 여성 귀신이 등장하고 안전한 집이 공포의 근원이 되며 탈출 불가능한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원혼은 그냥 서 있을 뿐인데도 존재감이 상당하다. 빛이 닿지 않는 후미진 구석이나 어두운 틈에서 뭘 하지 않고 빤히 쳐다보고 있다. 관객은 캐릭터가 알지 못하는 원혼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서스펜스가 발생하고 공포감이 유발된다. 서양의 점프 스케어나 신체 훼손 이미지나 기괴한 음향 효과와는 달리 심리적 공포를 이끌어 내는 게 포인트다.
에도시대 유행한 전통극 가부키·노극을 변형한 괴담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살짝 엿볼 수 있다. 누가 와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떠난다는 소문은 부풀려져 괴담으로 정착된다. 연속적으로 괴상한 일들이 벌어지면 주인공은 적극적으로 원혼이 원하는 게 뭔지 찾게 되고 영화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사유리>는 홍보 방식도 새로웠다. 디지털 트렌드에 익숙한 세대를 공략한 방식이다. 타인의 관람을 방해한다는 뜻의 '관크(관객+크리티컬)' 허용 시사회를 열어 젠지(Genz) 세대의 열띤 환호를 끌어냈다. 영화 상영 중 오픈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으로 감상을 나누고 옆 사람과 대화도 가능한 관람을 유도했다. 극장에서는 반드시 침묵해야 한다는 엄숙함과 옆 사람을 불편하게 하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진 신박한 사고방식이다. 이와 같은 장르 변형이나 적극적인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틀을 깨는 시도는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이해를 돕는 한 축으로 해석된다.
한편, 원작자 오시키리 렌스케와 감독 사라이 코지는 오는 18일, 할머니 역의 네기시 토시에, 중3 손자 역의'미나미데 료카는 25일 내한해 한국 관객과 직접 소통할 예정이다. 영화는 2024년 8월 23일 일본 개봉 당시 제작비 7배의 수익을 거두며 32개국에 수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에서는 어떠한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 <사유리> 스틸컷㈜트리플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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