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이지 않다? 이 세월호 다큐가 언론보다 나은 이유

[김성호의 씨네만세 1007] <다이빙벨>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스틸컷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스틸컷시네마달

세월호 침몰참사 11주기다. 단원고 학생 248명을 포함해 모두 29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극을 한국사회는 여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에 의해 특별조사위원회,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까지 세 차례 공적조사위원회가 가동됐으나 일치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표류했다. 진상조사의 귀한 자리가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고, 유족과 국민들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건의 진상이 무엇인지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그렇게 세월호는 한국사회 전체의 씻어내지 못할 비극이 됐다. 배가 기울고 완전히 전복돼 수면 아래 가라앉기까지 적어도 1시간 30여 분 간의 안정적 구조를 해낼 골든타임이 있었다. 그 기회를 한국사회는 그대로 놓아버렸다. 정부와 언론, 구조책임자와 선박책임자 모두가 제 기능을 해내지 못했다.

선장과 선원들은 가만히 있으란 안내만을 남기고는 배를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쳤다. 노후한 선박과 무리한 증개축을 허용하는 법제도, 허울뿐인 안전관리며 화물 과적과 고박의 문제가 총체적 부실로 드러났다.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규정에 맞지 않는 부실한 관제, 항해사의 역량부족까지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부 차원의 대처였다. 초동 대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구조인력이 처음으로 선체에 진입한 건 첫 신고가 접수되고 사흘하고도 15시간이나 흐른 뒤였다. 배는 완전히 가라앉은 상태였다. 사건 발생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30분 간의 행적이 모호한 점은 이후 대통령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는 시발점이 됐다.

안내에 따라 선실에 남아 구조를 기다린 이들은 모두 죽었다. 안내방송을 따르지 않고 상갑판으로 나와 바다로 몸을 던진 이들만이 살아남았다. 죽고 사는 차이가 공공에 대한 신뢰와 그렇지 않음으로 갈렸다. 내가 만나 이야기를 나눠본 유족들은 하나같이 '믿고 기다리라' 했던 말이 괴롭다 했다.

가라앉은 건 배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가라앉은 건 그저 세월호뿐이 아니었다. 언론, 저널리즘, 그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통째로 가라앉았다. 일부 연예매체 행태에 한해서만 쓰이던 '기레기', 나아가 '기더기'란 멸칭이 소위 레거시미디어, 기성언론과 기자들에 그대로 적용된 게 이때부터였다. 세월호 참사 뒤 이어진 일련의 보도 행태는 한국언론의 치부와 한계를 그대로 드러낸다.

▲정부 발표와 통신사 보도를 그대로 받아쓰고 ▲사실을 검증하지 않으며 ▲그에 대한 반성조차 없다. ▲자극적 보도만을 일삼고 ▲사안의 본질을 파고들지 않는다. 학생 전원구조라는 앵커 멘트와 기자리포트를 내보낸 MBC를 필두로 거의 모든 언론이 최소한의 검증작업 없이 심각한 수준의 오보를 아무렇지 않게 냈다. 세월호 현장에서 그나마 유족들의 신뢰를 얻은 매체가 인터넷 기반의 <고발뉴스>며 < 팩트TV >와 같은 당대 대안매체였다는 사실은 시사점이 적잖다.

기성 언론이 역할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 진실을 담기 위한 매체로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들이 나왔다. 현재 상영 중인 <제로썸>을 비롯해 한국에서 가장 파급력 있는 저널리스트 김어준이 제작한 <그날, 바다>와 <유령선>, 아카데미시상식 단편 다큐부문 후보까지 올랐던 <부재의 기억>,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다뤄지는 과정을 담은 <나쁜 나라>,재미교포의 시선에서 한국사회 참사를 기록한 <업사이드 다운> 등이다.

위 작품만큼 명성을 얻지는 못했으나 각기 다른 시선에서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이 여럿 제작됐다. <기억의 공간들>, <바람의 세월>, <세 가지, 안부> 등이다.

세월호 관련 다큐 가운데 가장 큰 논란이 된 건 역시 <다이빙벨>일 테다. 사건이 발생하고 6개월 만에 개봉해 첫 다큐로 기록됐을 만큼 기민하게 제작된 작품으로, 현장에서 사건을 직접 취재했던 <고발뉴스> 이상호가 안해룡과 함께 감독했다. 선체 침몰 뒤 구조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잠수장비 잠수종, 일명 다이빙벨을 중심으로 이상호 기자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를 가까이 따르며 취재한 내용을 엮었다.

가장 먼저 나온 세월호 다큐의 가치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스틸컷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스틸컷시네마달

<다이빙벨>이 여타 세월호 관련 다큐 사이에서 특별한 위치를 점하는 건 그저 가장 먼저 나온 작품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을 정식 초청해 상영키로 한 부산국제영화제에 부산시가 상영을 취소하란 압력을 넣고 이에 불응한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 문제에 대해 수차례 논의한 것이 확인됐고, 제작자와 배급사까지 블랙리스트로 관리한 사실이 알려져 충격을 던졌다. 온갖 논란을 딛고 영화엔 무려 5만 명이 넘는 관객이 들며 독립다큐멘터리로서는 이례적 성공을 거뒀다. 각종 OTT와 VOD 서비스 등 2차판권 시장에서도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 직후의 이야기다. 제목이 이야기하듯 다이빙벨이란 장비가 구조에 사용되지 못한 상황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세월호와 관련한 다이빙벨은 이종인 대표가 사비를 들여 가져온 알파잠수의 장비가 유일하므로,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다이빙벨도 이를 뜻한다. 주지하다시피 다이빙벨은 사고 이후 열흘이나 지난 4월 25일 최초 투입작업이 이뤄졌고 이후 수일 간 수차례 시도됐으나 구조 및 시신인양에는 실패했다.

실제 다이빙벨이 당시 세월호 구조작업에 효과가 있었을 것인지를 이 자리에서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한 전문지식이 없거니와 영화에 포함된 내용도 그를 입증하거나 반대의견을 반박할 수 있을 정도의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영화의 관심은 그 밖에 있는 듯 보인다. 다이빙벨이란 장비를 둘러싸고 이뤄진 잡음, 정부와 언론이 이를 대하는 모습의 부조리함을 가감 없이 그대로 내보이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 아닌가 싶어질 정도다.

전술했듯 세월호 침몰참사 뒤 구조는 실패했다. 선체가 가라앉기 전은 물론, 선체가 가라앉은 뒤에 이뤄진 수중수색도 실패했다. 구조를 실패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동안 MBC, KBS 등 주요 언론은 '사상 최대 구조작전'이니 '육해공 총동원 입체수색'이니 하는 오보만을 거듭했다. 실상은 그와는 딴판이었다. 경비함 81척, 헬기 15대, 구조인력 2000여 명, 잠수사 180명 투입이란 보도는 하나하나가 말도 안 되게 부풀려진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막으려 했던 영화

영화는 구조주체인 해경이 사실상 손 놓고 있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내보인다. "내가 봤어요! 불빛 하나 없었어요!" 하는 유족의 외침이 이 영화 가운데 그대로 담겼다. 귀한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어찌할 수 없어 달려온 이들이 있다. 민간잠수사들과 자원봉사자들, 그중에 이종인 대표가 있는 것이다.

잠수가 필요한 수중작업 및 해난구조로 잔뼈 굵은 그가 마침 필요한 장비라 여기는 다이빙벨을 끌고 달려와 함께 구조하겠다 청한다. 그러나 그는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영화는 그 석연찮은 과정을, 심지어 해군 장성에게 폭행까지 당했다는 그의 증언까지를 하나씩 다뤄낸다.

해경도, 해군도, 책임 있는 무엇도 아닌 그가 배 위에 다이빙벨과 많은 인력까지 싣고 현장으로 달려온 저의가 무엇인지를 나는 알지 못한다. 전술했듯 다이빙벨이 해당 구조에 적합한 장비였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유효한 작업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었고, 실제로 수중수색에 사실상 실패한 해경이 다이빙벨과 같은 장비를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고 석연찮은 이유를 들어 방해하고 현장에서 몰아내려 했던 과정은 당혹스럽기 짝이 없다. 영화에 담긴 수많은 의혹이 이후 <다이빙벨> 상영과 개봉에 대한 압력을 통해 더욱 큰 문제로 비화된 건 믿기 어려울 정도다.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다이빙벨>은 해경의 수색과 다이빙벨에 대한 불합리한 대응보다도 큰 문제를 던진다. 바로 저널리즘이다. 연일 계속되는 오보며 자극적 보도에 지친 유족들이 현장에서 "언론은 각성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시위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 "어차피 나가지도 않을 걸 왜 찍느냐"고 항의하는 순간도 여럿이다. '대규모 구조'를 운운하는 보도 속에서 기자를 붙들고 읍소하며 진실을 전해달라 한 유족이 여럿이라 했다. 그러나 그 모두가 묵살되며 언론은 빠르게 신뢰를 잃어갔다. 과연 오늘의 언론이 그날의 과오를 씻었다 할 수 있을까.

참사 11년, 한국사회는 무엇을 해냈을까

<다이빙벨>은 6개월 만에 급히 만든 다큐의 한계와 가치를 동시에 드러낸다. 만듦새가 조악하고 당사자라 할 수 있는 이종인과 이상호 두 사람을 전면에 세워 저들 자신의 목소리만 잘 들리게 표현한다. 관찰자가 곧 화자가 돼 객관적인 시선이 자리하지 못한다. 격하고 피로한 상황 가운데 감정적으로 격앙돼 시야가 비좁아지는 듯한 순간도 수시로 발견된다. 전체적인 촬영량이 부족한 데다 만듦새 또한 투박한 구석이 많다. 영화보다 보도영상 제작에 익숙한 이의 한계가 편집부터 연출, 촬영과 음향 등에 이르기까지 선명하게 묻어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빙벨>은 특별하고 가치 있는 영화다. 그건 다큐가 가진 가장 본래적 힘, 사실을 기록하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엔 현장의 소리가 담겼다. 세월호 참사 초기에 가장 간절했던 사실의 전달, 바로 그것을 이 영화가 감당해내고 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언론이 내팽개치고 망쳐버렸던 저널리즘의 일익을 이 영화는 충실한 자세로 당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종인 대표에게 달려와 마이크를 들이대는 언론들과 그들이 내뱉는 질문들, 결과로써 나온 보도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영화는 그 안에 적나라하게 담아낸다.

해경 탓에 불려갔다 투입되지 못한 다이빙벨을 싣고 돌아오는 자리, 이종인 대표와 이상호 기자는 JTBC 박상욱 기자가 "투입이 됐다"고 보도하는 뉴스 장면을 망연하게 지켜본다. 영화는 이후에도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다이빙벨의 실패 사실을 전하는 신문 보도를 잇따라 화면 위에 띄운다. 상황이 '개 같다'며 참던 눈물을 쏟는 이 대표의 모습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잊히지가 않는다. 정부도, 언론도, 경찰과 검찰도, 세월호를 둘러싼 모두가 그보다 낫다고는 할 수가 없었다. 한국사회는 참사 11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진실을 인양하지 못했다.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스틸컷
다큐멘터리 <다이빙벨> 스틸컷시네마달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goldstarsky@naver.com
다이빙벨 시네마달 이상호 이종인 김성호의씨네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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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