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별잡 김대건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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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살았다고 영예를 누리는 것이 아니며, 인생은 산 햇수로 재는 것이 아니다(지혜서 4장 8절). 삶이 유익했는지는, 살아간 기간이 아닌 그 삶을 어떻게 쓰느냐에 달렸다. 바로 김대건 신부의 삶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아닐까."

14일 방송된 tvN 인문학 예능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에서는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향하여 크루즈 여행을 떠난 잡학박사들의 수다가 펼쳐졌다.

대형 여객선인 크루즈(Cruise ship)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도시'로도 불린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하면 약 8천 명 가까운 인원이 한번에 승선이 가능하다.

건축가 유현준은 크루즈가 도시 같은 느낌을 주는 이유에 대해 "같은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크루즈의 객실 구성과 동선은 같은 방향의 방을 쓰는 사람만 지나가게 설계됐다. 또한 크루즈 내부에는 도시처럼 중심거리와 휴식공간, 랜드마크 등도 구성돼 있다.

거대한 금속선인 크루즈가 물 위에 떠오를수 있는 원리는 부력에 있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몇천 명이 탑승하든 금속으로 만들었든, 그보다 더 부력만 있다면 어떤 배든 물에 뜰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박의 발전은 그 시대의 첨단기술을 대변한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유니테 다비타시옹(1952)'은 세계 최초의 현대식 아파트로 불린다. 19세기에 태어나 기계문명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 르 코르뷔지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로 만들어져 수천 명의 승객을 동시에 태울수 있었던 증기선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다비타시옹을 개발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비타시옹을 시작으로 오늘날의 아파트는 수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고 각종 생활문화시설이 겸비된 이상적인 '공동주택'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지구라는 존재는 엄청난 행운"

달의 바다(Lunar Mare)는 달의 지형 가운데 짙고 어두운 바다색으로 보이는 지대를 가리키는 천문학 용어다. 진짜 바다는 아니고, 과거 달에 소행성과 운석이 충돌한 열로 표면이 녹아 마그마가 분출됐다가 그대로 어둡게 굳은 지대를 의미한다.

현재 달에 대한 연구는 단순한 우주 탐사를 넘어 인간이 거주할 공간을 탐색하려는 수준까지 진행되고 있다.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인간의 생명유지를 위한 온갖 시설과 장치까지 대규모로 운송하기는 어려운 상황. 또한 영하에서 영상까지 300-40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일교차도 인간의 거주를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달에 위치한 용암 동굴 내부는 일저한 온도를 유지하는 지역이 있으며, 향후 인간이 기지를 세우고 머무를 수 있는 유력한 장소로 거론되고 있다. 천문학자 심채경은 "앞으로는 인간의 순발력과 위기대처능력과 판단력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될 것"이라며 우주개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세계 각국 다양한 우주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에 NASA(미국 항공우주국)이 있는 것처럼 유럽에는 ESA, 한국에서 KASA 등이 존재한다. 이들은 다양한 국제협력을 통해 우주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있다. 잡학박사들은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인류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는 지구의 존재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라는 것"에 모두 공감했다.

우주만큼이나 인류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신비의 영역은, 깊은 바닷속 '심해'다. 빛이 도달하지 못하는 수심 200미터 이하 깊은 바다 밑에는 생존을 위해 진화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살아가고 있다. 서구의 SF나 판타지 장르에서는 심해어를 모티브로 괴물이나 외계인의 디자인을 구상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문어류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낙지를 생으로 삼키는 장면, <캐리비안의 해적>의 괴수 크라켄, <컨택트>의 고지능 외계인 생명체 등 여러 대중문화 작품에서 독특한 상징으로 변주돼 왔다.

김상욱은 "문어는 뇌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는 포유류와 달리, 8개의 다리가 독자적으로 움직인다. 다리에 있는 빨판 하나하나가 고성능 센서의 역할을 한다. 다리로 사냥도 하고 감각으로 지형을 파악하기도 한다"면서 "인간에 대입하면 머리까지 9개의 뇌가 있는 것이고, 곧 9개의 자아가 있는 것이다. 문어 한 마리가 그들만의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문어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이어 "인간은 끝없이 '나는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그것은 하나의 자아라는 존재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문어같은 동물을 보면 자아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이라며 과학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자아의 부재설을 설명했다.

유현준은 "인간의 의식은 감각적 경험들을 추상화시키는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그러다 보면 마지막엔 감각적 현상이 과도하게 추상화돼 화학적 작용들을 다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이론을 전했다.

안희연 시인은 문학가의 관점에서 "영혼이라는 개념은 인간에게는 꼭 필요한 것 같다"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하고 영혼이 교류한다고 느끼는데 '뇌가 그렇게 지시해서 느끼는 것'이라고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너무 매몰차보여서 섭섭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국 최초의 가톨릭 성인

인간은 언제부터 왜 바다로 나아가 항해를 시작하게 됐을까. 알고보면 지구에서 생명체의 시작은 35억 년 바다에서부터 시작됐고 약 3억 7천만 년 전부터 육지로 올라왔다.

초기의 인류는 끝없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길을 찾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새로운 사고를 갖게 된다. 허술한 뗏목으로 시작으로 키큰 파도 너머로 기꺼이 모험을 떠나는 인간의 탐구욕과 모험심이 오늘날의 인간의 문명을 이룬 원동력이었다.

바다에 나아가기 위해 인간에게 가장 중요했던 기술은, 나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가고자하는 방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배 위에서 위치를 알기 위한 2개의 좌표가 경도와 위도다. 1707년 영국 해군에서 미세한 경도 착오로 4척의 군함이 난파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을만큼 경도를 알아내는 것은 중요한 과제였다. 경도를 확인하기는 위해서 배의 흔들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밀한 시계가 필요했다.

영국의 무명 시계공이었던 존 해리슨은 '항해용 시계'를 발명해 이후 세계 항해사와 시계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당시 사회는 학위도 없고 신분도 미천한 해리슨을 무시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고 무려 40년의 시간 동안 꾸준한 연구끝에 발전을 거듭하면서 18세기였음에도 오차가 거의 없는 정밀한 항해용 시계를 완성하게 된다. 이로서 훗날의 인류는 보다 정확한 경도와 위도를 파악할 수 있게 돼 안전한 항해가 가능해졌다. 해리슨은 사후에 그 업적이 더욱 재평가받으며 'BBC가 선정한 위대한 영국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대건 신부(안드레아) 역시 더 넓고 더 나은 세상을 찾기 위하여 도전과 박해를 두려워 하지 않았던 시대의 선구자였다. 한국 역사상 최초의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은 24살이던 1845년 조선전도(朝鮮全圖)를 직접 제작해 조선을 유럽에 널리 알린 인물이다. 여기서 김대건은 서울의 로마자 표기인 'SEOUL' 등을 최초로 사용했고, 울릉도와 독도 등가 우리의 영토임을 정확하게 명시하기도 했다.

청년 김대건은 당시 조선의 엄격하던 신분제 사회의 틀을 벗어나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꿈꿨다. 그래서 10대의 어린 나이에 최양업·최방제 등과 함께 마카오와 상하이 등으로 유학을 떠나 천주교에 귀의해 신학공부에 매진했고 사제로 서품받았다.

김대건은 조선으로 돌아온 이후 선교활동을 하다가 1846년 체포됐다. 천주교를 탄압했던 조선 조정은 김대건에게 배교를 강요했으나 그는 끝내 거부하고 결국 순교했다. 그의 나이 불과 25세였다. 김대건 신부는 비록 일찍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상과 정신은 이후로도 살아남아 훗날 종교를 넘어 한반도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훗날 바티칸 교황청은 김대건 신부를 '성인(聖人)'으로 추대했다. 2023년에는 가톨릭의 최대 성지인 베드로 대성당에 한국인과 아시아 최초로 그의 성상을 설치했다. 현재 바티칸 최초의 장관 추기경 자리에 오른 유흥식 라자로 추기경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김대건 신부를 꼽기도 했다. 법학자 한동일은 "김대건 신부의 삶을 통해, 삶을 길게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남다른 존경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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