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비극 속에서도 가족애의 힘으로 아픔을 딛고 다시 희망을 찾아가기 위하여 노력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14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솔루션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에서는 '우리는 언제나 함께 같이, 여섯 부부'편의 두 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여섯 가족'은 2016년 뇌출혈로 셋째 태양 군이 세상을 떠났고, 몇 년 뒤에는 아내마저 쓰러졌다. 아내와 태양 군은 유전적인 요인으로 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었다.
가족의 현실
▲<오은영리포트 - 결혼지옥> 중 한 장면MBC
남편은 지난 5년간 아픈 아내와 남은 세 아이를 돌보며 직장 업무에서 육아-간병까지 모두 혼자 감당해야했다. 이에 오은영은 "견뎌내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라면서 남편이 정신적-물리적으로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남편의 헌신과 사랑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가족들이 이미 세상을 떠난 아이와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여전히 '같이 생활하는 것'같은 분위기가 계속되는 것이, 가족들에게 '우울감'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아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할 때 "의료진의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입원 치료를 받게 하시라"고 조심스럽게 권했다. 하지만 남편은 망설이며 쉽게 답하지 못했다.
상실의 아픔을 힘겹게 견뎌내고 있는 것은, 남편만이 아니라 자녀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부의 장남은 어느덧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다. 첫째 아들은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여 새 교복을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하여 엄마의 방을 찾았다.
아내는 아들의 이야기를 알아듣는 듯 눈동자와 입술을 움직이며 반응했다. 아들은 조금이라도 그리운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귀를 기울였고 엄마의 손을 꼭 잡아줬다. 아내는 아들이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눈을 감았다. 조용히 옷방으로 들어간 아들은 소리 없이 오열했다. 남편은 아들의 눈물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해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패널들 모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첫째 아들은 "그때는 좀 슬펐다. 엄마가 뭔가를 말하려고 할 때 입을 움찔거리거나 침을 삼키는데, 말을 못 하니까 얼마나 답답하겠나"면서 " 엄마가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해주셨다. 그 말을 다시 한번 듣고 싶다"며 담담하게 고백했다.
네 자녀 중에서도 엄마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아들은 "엄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좋았다. 그래서 아픈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이 더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처음 들어보는 아들의 깊은 속내를 들은 남편은 참지 못하고 오열했다.
아이들의 속사정
첫째 아들은 우울감이 깊은 상태임에도 상담 치료를 거부하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 이유는 "'엄마를 잊으라'는 말을 들을까 봐" 두려워서였다. 또한 막내딸은 건강했던 엄마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어린 막내가 "엄마는 잘못한 게 없는데 아픈 게 너무 서럽다"며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자녀들은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고, 심리삼담에서도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꺼렸다. 남편은 그동안 아이들에게 상처가 없게 노력했지만,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 수 없어 걱정된다며 출연을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자녀들은 오히려 엄마만큼 아빠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녀들의 눈에 보기에도 모든 것을 홀로 감당하고 있는 게 아빠의 모습은 힘겨워 보였다. 그래서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아이들은 정작 본인들의 슬픔이나 힘듦에 대해서는 솔직히 이야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첫째 아들은 "아빠는 강한 사람이다. 가족을 챙겨주는 슈퍼맨 같다"면서도 "아빠가 굉장히 힘들어 보이는 때가 있다. 우리 때문에 너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전했다.
부부의 첫째 아들이 함께 상담을 받기 위하여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아들은 아빠의 방송 출연 소식을 듣고 "좀 불안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기뻤다. 이번 기회로 저희 가족이 다시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아들은 아빠한테도 그동안 차마 다 말할 수 없었던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들은 엄마가 처음 쓰러진 후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힘들었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무력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또한 일반적인 가족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어느 순간에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여 자꾸 눈치를 보게 된다는 고충도 밝혔다.
오은영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있을 수 있다. 그건 불편한 시선이 아니라 관심의 시선"이라며 "모르는 사이에도 나눌 수 있는 것이 '애도'이고, 그것은 '좋은 마음'이다. 주변의 시선에 너무 위축될 필요 없다"라고 설명했다.
패널 김응수는 "만일 가족에 대해서 누가 물어보면, 사실 그대로 이야기하면 된다. 그게 부끄러운 게 아니지 않나. 그러면 당당해진다"고 조언했다.
역할의 재배치
남편과 첫째 아들은 다른 가족들과 달리 엄마에 다소 무관심해 보이는 둘째 딸을 걱정하며 내심 섭섭한 감정도 털어놓았다. 심리상담에서도 둘째는 다른 가족들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고백했다.
이에 오은영은 "집안에서 큰 사건이나 위기가 일어나면 가족들은 역할의 재배치가 일어난다. 아빠는 가장, 첫째는 장남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그런데 둘째는 애매했을 거다. 가족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찾지 못해 혼란스럽고 불편했을 수 있다"며 둘째의 입장을 변호했다.
오은영은 둘째를 위하여 가정 내에서 간단한 일부터 할 수 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딸의 마음을 헤아리는 따뜻한 말도 덧붙여주라고 조언했다. 남편과 장남은 오은영의 진단에 공감하며, 비로소 둘째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오은영은 부모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에 정작 자녀들이 저마다의 고민과 힘듦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하는 상황을 지적했다. "아빠는 엄마에게 헌신적이고 좋은 사람이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다. 그런 마음 때문에 자녀들은 힘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지 못한다. 가족의 저녁 식사 장면을 보면서 슬픔을 느꼈다. 아이들이 아픈 엄마 앞에서는 슬픔과 우울을 감추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니까. 아이들이 얼마나 힘들까"
첫째 아들 역시 사랑하는 가족이 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행복한 순간에 있어도 마음 한편에는 항상 아빠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 아픈 엄마와 세상을 떠난 동생에 대한 죄책감이 늘 마음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은영은 첫째 아들을 위하여 전문가와의 상담치료를 받을 것을 권했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만약 아내라면, 가족을 위하여 무엇이 중요하다고 말했을까"라고 질문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남편은 "당연히 가족이 행복해지는 게 자기도 원하는 거라고 100% 말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현재 남편은 힘든 아내를 이제는 고통에서 놓아주어야 할지, 아니면 희망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할지 사이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남편은 아내의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다가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끝내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은 "남편은 정말로 최선을 다하셨다"며 따뜻하게 격려했다.
오은영은 자신도 최근 부친을 떠나보내야 했던 아픈 경험담을 공유하며 "최선을 다하다가 언젠가 '그런 날'이 오면, 곧이 아닌 나중에 우리 꼭 만납시다'라고 홀가분하게 보내주어야 한다"며 언젠가는 피할수 없는 이별의 순간이 찾아오더라도, 가족들이 잘 이겨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여섯 가족을 위한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오은영은 가족의 경제적-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여, 병원입원 치료가 어렵다면 야간 담당 활동보조사 지원을 받으라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현재 가족은 아내를 집에서 간병하느라 모든 일상이 환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은영은 병원과 집을 분리하여 앞으로는 남편과 자녀들이 현재의 일상에 충실할 수 있게 하라고 당부했다.
미소를 되찾은 남편과 첫째 아들은 따뜻하게 포옹하며 "이제 행복하자"며 서로를 격려했다. 오은영과 패널들은 가족의 새로운 출발을 기원하며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녹화 후 가족은 지역상담센터에서 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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