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구 소년들이 출발은 좋았지만 80분 지나면서 내리 두 골을 얻어맞는 바람에 4강 진출권이 날아가버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후반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페널티킥 동점골을 만들어냈으니 그것만으로도 대견스러웠다. 대회 규정에 따라 연장 없이 곧바로 승부차기가 이어졌고 박도훈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활짝 웃었다. 1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FIFA(국제축구연맹) U17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따냈다는 안도감에 빠져있어서는 안 된다는 교훈도 얻었다.

백기태 감독이 이끌고 있는 17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15일(화) 오전 2시 15분 사우디 아라비아의 제다에 있는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AFC(아시아축구연맹) U17 아시안컵 8강 토너먼트에서 타지키스탄과 2-2로 비긴 뒤 연장 없는 승부차기 끝에 5-3으로 이겨 4강에 올랐다. 한국의 4강 상대는 일본을 물리친 개최국 사우디 아라비아다.

 1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타지키스탄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5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의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타지키스탄과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대한축구협회 제공

90+9분, 페널티킥 극장 동점골

킥 오프 휘슬이 울리고 1분만에 핵심 미드필더 박병찬이 타지키스탄 수비수의 실수를 틈타 왼발 유효슛을 날리면서 시작한 게임은 우리 선수들이 공격을 주도해 나갔다. 박병찬이 22분에 오른발로 날린 중거리슛이 빨려들어갈 것처럼 보였지만 타지키스탄 골키퍼 라흐몬쿨로프가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그리고 후반 들어 첫 골(67분)을 한국이 먼저 뽑아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교체 멤버 김지성이 완벽한 돌파 실력을 자랑하며 올려준 낮은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정현웅이 달려들어 왼발 정강이로 차 넣은 것이다.

73분에는 임예찬이 믿기 힘든 왼발 중거리슛을 꽂아넣었지만 바로 전 김지성의 핸드 볼 파울이 VAR 온 필드 리뷰로 확인되어 아쉽게 추가골이 취소되었다. 그리고 10분 뒤에 한국 수비벽이 무너져 내렸다. 2분 간격을 두고 내리 두 골을 얻어맞은 것이다.

타지키스탄의 동점골(83분)은 왼쪽 측면 컷 백 패스로 만든 기회에서 오딜조다의 왼발 킥이 빗맞고 흐른 것을 나즈리에프가 오른발로 차 넣은 것이다. 타지키스탄은 내친김에 2분 뒤 역전골까지 터뜨렸다. 동점골 주인공 나즈리에프의 절묘한 오른발 백힐 어시스트가 빛났고 압둘로 이브라힘조다가 오른발 아웃사이드 킥을 절묘하게 차 넣은 것이다.

이 분위기라면 한국의 역전패로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비교적 길게 이어진 후반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대역전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했다. 추가 시간 5분 코너킥 세트피스로 페널티킥을 만들어낸 것이다. 타지키스탄 수비수 멜리크무도로프가 높은 공을 걷어내기 위해 팔을 뻗었다가 동 팡유 주심의 VAR 온 필드 리뷰에 걸린 것이다.

아슬아슬한 동점골 기회에서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66분에 박병찬 대신 들어온 김지성이었다. 바꿔 들어오자마자 귀중한 선취골을 어시스트한 실력자이기 때문에 오른발 페널티킥 극장 동점골(90+9분)을 실패할 인물이 아니었다.

아시안컵 대회 규정상 연장 없이 승부차기가 이어졌는데 한국 골키퍼 박도훈이 타지키스탄 두 번째 키커 라킴조다의 왼발 슛 방향을 읽고 몸을 내던져 막아낸 덕분에 5-3으로 게임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보다 앞서 열린 8강 토너먼트에서 북한이 인도네시아를 6-0이라는 놀라운 골잔치로 물리쳤다. 인연이 닿는다면 결승에서 한국과 북한이 만날 수도 있겠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17일(목) 오후 11시(한국시각) 타이프에 있는 오카즈 스타디움에서 개최국 사우디 아라비아를 만나 결승 진출권을 다툰다.

AFC U17 아시안컵 8강 결과
(4월 15일 오전 2시 15분, 프린스 압둘라 알 파이살 스타디움, 제다)

한국 2-2 타지키스탄 [골, 도움 기록: 정현웅(67분,도움-김지성), 김지성(90+9분,PK) / 나즈리에프(83분,도움-오딜조다), 이브라힘조다(85분,도움-나즈리에프)]
- 연장 없는 승부차기 5-3, 한국 4강 진출!

한국 U17 (4-3-3 감독 : 백기태)
FW : 김지혁(46분↔정현웅), 박서준(66분↔장우식), 김은성
MF : 김예건, 박병찬(66분↔김지성), 진건영
DF : 김도연(88분↔소윤우) , 구현빈, 정희섭, 임예찬(78분↔류혜성)
GK : 박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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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시안컵 U17 백기태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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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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