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당>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03.
"검찰이면 막 남의 피의자 가로채도 되는 겁니까?"
이 작품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눠 볼 수 있다. 강수가 여당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리는 전반부와 조상택 대선 후보의 아들 조훈(류경수 분)을 둘러싼 로라힐호텔 사건으로 부딪히게 되는 검사 관희와 마약수사대 경찰 상재의 대립이 다루어지는 중반부. 마지막으로 관희의 정치질과 배신으로 밑바닥으로 밀려난 강수와 상재가 의기투합하여 검찰 내부의 비리를 파헤치기까지의 내용이 그려지는 후반부다. 초반부와 중반부의 내용이 강수의 개인적인 서사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후반부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관계가 형성된다.
표면적으로는 그동안 쏟아져 나왔던 범죄 액션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야당'이라는 존재가 소재로 활용되지 않았을 뿐, 전체적인 분위기나 플롯의 흐름은 <베테랑>이나 <범죄도시>와 같은 작품과 유사하다. 다만 이 작품은 인물 사이의 관계에 조금 더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인물이 특정한 시점에서 어떤 방향으로 흥망을 경험하게 되는지, 그 과정에서 다른 인물은 어떻게 개입되고 있는지와 같은 부분이다.
가령, 강수와 관희는 밀약을 맺는 순간부터 함께 나아가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강수는 도중에 한번 밑바닥까지 무너졌다가 다시 일어서는 인물이고, 관희는 끝까지 상승하다가 마지막에 꼬꾸라진다. 강수와 상재는 반대다. 강수와 관희에 의해 번번이 허탕을 치던 상재는 강수와 서로 대립되던 지점에서 시작된다. 곧 두 사람은 비슷한 시점에서 다시 시작하게 되고 함께 복수를 결의하며 나아간다.
04.
중반부를 지나면서 극의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역시 강수지만, 사건 사이의 동력이 되는 것은 관희와 조훈의 민낯이 담긴 영상이 되며 이야기가 조금씩 확장된다. 이 영상은 작품의 배경을 단순한 마약 사범의 세계에서 재벌 및 정치계로 확장시키는 장치로도 활용된다. 조훈과 엮인 수진(채원빈 분)을 비롯한 재력가 자제 및 연예계의 마약 사건이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높은 곳으로 향하던 관희와 마주하게 되는 접점에서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되는 식이다. 요직으로 진출한 관희가 꼬리를 자르기 위해 강수를 작업하는 일과 상재가 의심을 사게 되는 일 모두 그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후 상재가 다시 수사대로 돌아왔을 때 이미 경찰 내부에 관희와 연결된 이들이 존재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자신의 역할을 위해 피의자와 수사기관 사이에서 연결 고리가 되어야 하는 '야당' 강수가 이 과정에서 다른 의미의 '야당'으로 존재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자신과 자신을 노렸던 관희 사이에서다. 물론 목적은 조금 다르다. 애초에 플리바게닝을 얻기 위한 협상이 아닌, 그의 비리를 폭로하고 모든 것을 빼앗기 위한 복수를 위함이다. 양쪽 모두의 경우에 죗값을 받아야 했던 이와 더불어 '야당'의 위치에 있었던 존재까지 나름의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영화 <야당> 스틸컷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05.
무엇보다 반짝거리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없는 이들의 모습을 스크린 위에 재현해 내고 있음에도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 그 중심에는 역시 강하늘이란 배우가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스트리밍>에서도 러닝타임 내내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 그 이상의 단단한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경계에 놓인 인물의 이면적인 모습을 조금의 흔들림 없이 표현해낸다. '자신이 무엇을 보여주느냐보다 관객이 무엇을 느낄 수 있는지가 연기의 기준점'이라고 말하는 강하늘 배우. 이번 작품을 통해서도 자신을 감싸고 있던 막 하나를 벗겨내며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간 것만 같다.
여러 지점에서 반가운 마음이 드는 작품이다. 자신만의 속도를 잃지 않으며 이야기를 깔끔하게 전개해 낸다는 점에서도,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유사 장르의 오락성을 따르면서도 자신만의 소재를 찾아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극장가를 견인할 만큼의 힘을 이 영화 <야당>이 관객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4월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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