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서울시리즈 사전 경기에 '볼걸'로 나선 안지원씨.
권소라 제공
안지원씨는 "비록 사전경기였지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 미리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고 갔다. 키움 선수들과 캐치볼을 했는데, 열공한 덕분에 무사히 마쳤다"며 웃었다.
김가은씨는 "오타니 쇼헤이, 무키 베츠와 같은 잔디를 밟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더그아웃 뒤편에서 목례를 해주던 개빈 럭스까지 작은 기억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게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순씨도 "LG트윈스와 샌디에이고 선수들이 너무 매너있게 캐치볼을 해주셔서 긴장됐지만 큰 실수 없이 끝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멋진 기획을 제안한 권소라씨는 "평소 사회인 여자 야구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훈련을 해왔고, 야구도 정말 오랜기간 본 이들이기에, 충분히 제 역할을 해내리라 믿었다. 이들은 제 기대대로 역할에 충실했으며, 스타 선수들과 이닝 교대 시간에 캐치볼까지 할 수 있었기에 정말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는 여성이 단순히 야구 '관람'과 아이디어 '제안'을 넘어, 하나의 역사적인 '장면'을 만든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 장면은 분명한 '변화'였다.
한국 프로야구도 변할 수 있을까
아직 한국에는 파울볼 라인에 여성이 서지 않는다. 볼걸은 오로지 구단 치어리더들이 돌아가며 주심에게 공을 가져다 주는 역할에 그친다. 구단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면, 파울라인으로 날아오는 강습 타구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볼보이 역할을 하는 이들이 경기 전 선수 훈련 돕기, 배팅볼 줍기, 그라운드 정비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여성에게 맡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수년간 야구를 해온 사회인 여자야구 선수들은 야구 경기를 읽는 판단 능력이 뛰어나고, 힘도 세다. 홍씨는 "이 경기를 계기로 앞으로 여성이 그라운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겼으면 한다"고 바랐다.
이미 MLB 등 해외 야구 리그에선 여성을 파울볼 라인에 세우는 볼걸 역할을 자주 맡긴다. MLB 경기를 보면 종종 1, 3루 파울볼 라인에 여성 볼걸이 앉아 있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지원 받기 때문이다. 야구 규칙을 아는 사람이라면, 여성도 충분히 이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다.
이번 서울시리즈는 주최가 KBO가 아닌 MLB였기에 가능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 땅에서, 한국 여성이, 글로벌 무대의 경기 일부로 그라운드에 서서 참여했다는 것은 분명 역사적인 순간이다. 향후 KBO 리그에서도 파울라인에 당당히 서 있는 여성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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