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돈 주앙> 공연사진
뮤지컬 <돈 주앙> 공연사진마스트인터내셔널

프랑스를 대표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제작자가 만든 또 하나의 대작 <돈 주앙>이 19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프렌치 오리지널 공연 팀이 내한하는 것으로, 희대의 바람둥이인 주인공 '돈 주앙' 역은 2021년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에서 활약한 지안 마르코 스키아레띠가 맡는다.

<돈 주앙>은 많은 여자를 탐하던 돈 주앙이 죽은 기사의 저주를 받아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프랑스 뮤지컬은 대사 없이 극 전체가 노래로 이루어진 '성 스루(sung through)'인 경우가 많은데, <돈 주앙> 역시 마찬가지다. 서정적인 텍스트로 노랫말이 구성됐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녹여냈다는 점 역시 특징적이다.

1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주 간의 서울 공연을 마친 <돈 주앙>은 대구와 부산으로 향해 새로운 관객을 만난다.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25일부터 27일까지 부산시민회관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사랑과 배신, 증오와 복수의 활극

필자는 <돈 주앙>을 일련의 '감정 사용 설명서'로 이해했다. 돈 주앙이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굵직한 줄기를 이루고, 다양한 감정의 가지들이 더해져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한다.

주인공 돈 주앙은 독보적인 매력으로 수많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를 스스로도 잘 알아 많은 여성과 방탕한 생활을 이어간다. 약혼녀 엘비라가 있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돈 주앙의 바람둥이 기질에는 책임있는 감정의 부재가 큰 몫을 한다. 모든 관계에는 책임있는 감정이 요구되고, 특히 돈 주앙이 이루는 관계들에는 책임있는 사랑이 기반이 돼야 한다. 하지만 돈 주앙은 사랑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관계에서 감정은 상호적인 것이다. 쌍방향으로 주고받아야 건강한 관계가 지속될 수 있다. 돈 주앙은 사랑을 받기만 할 뿐 자신의 사랑을 내어주지 않는다. 그저 상대의 사랑을 이용해 순간의 쾌락을 추구하는 비도덕적인 모습만 보일 뿐이다.

이처럼 돈 주앙의 첫 번째 문제는 책임있는 감정의 부재에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돈 주앙의 손에 죽은 기사가 저주를 내린다. 그 저주는 다름 아닌 사랑. 돈 주앙은 새로운 여인 마리아와 사랑에 빠진다. 돈 주앙은 이전의 많은 여성을 대할 때와 달리 마리아에게는 진정성 있는 사랑을 드러낸다. 책임있는 감정을 발휘한 셈이다.

다만 문제는 마리아에게 약혼자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돈 주앙과 마리아는 각자의 약혼자를 배신한 채 사랑을 나눈다. 여기서 감정의 유무뿐 아니라 감정의 방향도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드러난다. 방향이 잘못 설정된 사랑은 약혼자들의 복수심을 자극한다.

그리하여 마리아와 약혼한 라파엘은 돈 주앙과 결투를 벌인다. 이때 증오와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전면에 드러나고, 돈 주앙에게선 오만함도 읽어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보는 이에 따라 수치심, 죄 의식 등의 감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돈 주앙>은 어떤 감정이 있어야 하고, 어떤 감정을 억눌러야 하며, 감정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 등을 고민하게 한다.

무대를 수놓는 플라멩코의 향연

 뮤지컬 <돈 주앙> 공연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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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주앙>의 서사는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그리고 각 인물이 느끼는 감정과 이에 따른 인물의 선택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내한 공연은 대부분의 관객이 자막을 통해 작품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한 서사와 친절한 설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메리트다. 덕분에 관객은 무대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돈 주앙>은 관객의 눈길이 무대에 오래 머무를수록 관객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공연이다. 화려한 플라멩코가 무대를 수놓기 때문이다. 플라멩코는 스페인 남부 지방에서 시작된 민속예술로 현란한 탭핑의 춤, 기타 연주와 노래가 특징이다. <돈 주앙>의 공간적 배경이 플라멩코의 고장으로 불리는 세비야인 만큼 플라멩코가 작품 전체에 자연스레 녹아있다.

프랑스 뮤지컬은 배우와 무용수를 구분한다는 특징도 갖고 있다. <돈 주앙>은 스페인의 플라멩코 팀으로 무용수를 꾸렸고, 그만큼 현지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무대에서 플라멩코의 향연이 펼쳐질 때는 '집시' 역의 세 명이 기타와 북을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특히 플라멩코는 감정이 고조되거나 극적인 상황을 연출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플라멩코 퍼포먼스가 끝나고 터져나오는 관객의 함성과 박수 소리는 그 어느 장면보다 압도적으로 크다. 때로는 <돈 주앙>의 이야기 자체보다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퍼포먼스를 마음껏 즐겨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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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사회를 이야기하겠습니다. anjihoon_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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