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한국 영화는 무려 30편이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영화들의 개봉이 뒤로 밀리고 그 자리를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OTT 플랫폼들이 차지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은 점점 줄었다. 실제로 지난해 전국 100만 관객을 돌파했던 한국 영화는 2019년의 절반 수준인 17편에 불과했고 그 중 두 편은 2023년 말에 개봉한 영화였다.

심각한 극장가의 침체기 속에서도 이를 비켜가며 오히려 전성기를 연 배우도 있었다. 바로 차원이 다른 액션 쾌감을 선사하는 배우 마동석이다. 마동석은 자신의 영화 커리어 동안 무려 1억3000만 명이 넘는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마동석의 천만 영화 5편 중 3편이 코로나19 이후 극장가가 '역대급 침체'에 빠졌던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나왔다는 점이다(<범죄도시> 2~4편).

지금이야 극장가 최고의 블루칩이 됐지만 사실 마동석이 관객들에게 신뢰 받는 배우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동석이 지금의 '마요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은 놀랍게도 영화가 아닌 드라마였다. 지난 2014년 영화 전문 채널 OCN에서 방송돼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재미를 선사하며 영화와 드라마를 전전하던 다작 배우 마동석을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다.

'마요미' 캐릭터가 만들어진 드라마

 <나쁜 녀석들>을 빛냈던 주인공 4인방은 드라마 종영 후 11년째 다시 뭉치지 못했다.
<나쁜 녀석들>을 빛냈던 주인공 4인방은 드라마 종영 후 11년째 다시 뭉치지 못했다.OCN 화면 캡처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9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마동석은 현지에서 격투기 선수 마크 콜먼의 퍼스널 트레이너로 활동하다가 서른을 훌쩍 넘긴 2005년 영화 <천군>에서 북한군을 연기하면서 배우로 데뷔했다. 큰 체격과 강한 힘을 상징하는 그는 드라마 <히트>와 영화 <비스티 보이즈>, <좋은 놈,나쁜 놈,이상한 놈>, <부당거래>, <이웃사람> 등에 출연했지만 대부분 깡패나 형사 역할이 많았다.

물론 <퍼펙트 게임>에서 후보 포수,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허당 건달, <노리개>에서 열혈기자 등을 연기하며 변신을 시도했지만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는 대중들에게 박힌 자신의 이미지를 억지로 바꾸기보다는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렇게 선보인 작품이 바로 2014년 OCN의 <나쁜 녀석들>이었다.

마동석은 <나쁜 녀석들>에서 23일 만에 서울을 접수한 동방파의 괴물 조폭 박웅철 역을 맡아 특유의 파워 넘치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였다. 뿐만 아니라 유쾌한 대사들로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의 드라마에서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나쁜 녀석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친근한 배우가 된 그는 2016년 영화 <부산행>에서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천만 배우가 됐다.

같은 해 <나쁜 녀석들>의 한정훈 작가가 집필한 드라마 < 38사기동대 >에 출연한 마동석은 2017년 영화 <범죄도시>를 통해 단독 주연에 도전했다. <범죄도시>는 단순한 스토리에도 마동석이 가진 매력을 극대화하면서 전국 687만 관객을 동원하는 이변을 일으켰고 마석도 형사는 현재까지도 그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됐다. 2021년에는 할리우드에 진출해 마블 영화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를 연기했다.

마동석은 2022년부터 해마다 한 편씩 <범죄도시> 시리즈를 선보였고 <범죄도시> 2~4편은 극장가의 침체 속에서도 연속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최고의 흥행 배우'라는 칭호를 안겨줬다. 오직 자신만 보여줄 수 있는 연기와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통쾌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그는 오는 30일 주연과 제작·기획을 맡은 신작 영화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뻔한 설정에 독창적인 캐릭터와 분위기

 <나쁜 녀석들>은 방영 당시 OCN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쁜 녀석들>은 방영 당시 OCN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세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나쁜 녀석들> 홈페이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경찰이 과감하면서도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범죄들을 소탕하지 못하고 고전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그쪽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동종업계 종사자(?)들과 협력해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풀기도 한다. <나쁜 녀석들>은 "착한 놈을 패면 폭력이지만 나쁜 놈을 패면 폭력"이라는 마인드로 경찰이 힘과 기술, 두뇌에 특화된 범죄자들을 모아 진짜 나쁜 놈들을 잡는 내용의 드라마다.

2010년대 초반부터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한 OCN은 <신의 퀴즈>와 <보이스> 시리즈, <터널>, <경이로운 소문> 등 많은 화제작들을 방영했다. <나쁜 녀석들>은 방영 당시 OCN 오리지널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OCN 드라마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큰 역할을 했다(물론 <나쁜 녀석들>의 최고 시청률은 4.1%로 지상파나 다른 케이블 드라마에 비하면 시청률이 썩 높진 않았다).

사실 경찰과 범죄자가 공조해 다른 범죄자를 체포한다는 설정은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나쁜 녀석들>은 방영 당시 미드 <브레이크아웃 킹즈>나 <블랙리스트>와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개별 에피소드 역시 3회 <인간시장> 편은 영화 <저지 드레드>, 5회 <살인의 이유> 편은 영화 <잭 리처>를 연상케 했다. 하지만 <나쁜 녀석들>은 이를 한국적으로 살리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각 에피소드마다 보여지는 스토리와 액션도 상당히 흥미롭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세 명의 주인공이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나쁜 녀석들>이 가진 가장 큰 재미이자 교훈이다. 실제로 등장 당시만 해도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 실패를 모르는 살인 청부업자,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이었던 세 주인공은 함께 힘을 모아 사건을 해결하면서 사람을 해하는 죄책감이 아닌 사람을 구하는 '보람'을 배운다.

시즌1 에필로그에서 시즌2 제작 가능성을 열어뒀던 <나쁜 녀석들>은 3년 후 주요 배우들이 모두 바뀐 채로 시즌2에 해당하는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로 돌아왔다. 하지만 시즌1 특유의 통쾌한 매력이 줄어들면서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오히려 김상중과 마동석이 복귀해 2019년에 개봉했던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가 45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알' 아저씨의 파격 변신

 2008년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한 김상중은 <나쁜 녀석들>에서 오구탁 반장을 연기하며 파격 변신을 선보였다.
2008년부터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한 김상중은 <나쁜 녀석들>에서 오구탁 반장을 연기하며 파격 변신을 선보였다.OCN 화면 캡처

<나쁜 녀석들>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박웅철이 힘에만 특화된 캐릭터라면 조동혁이 맡은 살인 청부업자 정태수는 싸움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육각형' 캐릭터다. 실제로 정태수는 기술과 피지컬, 실전 경험을 두루 겸비한 <나쁜 녀석들> 세계관의 최강자로 무기를 들면 초인에 가까운 위력을 발휘한다. 특히 박웅철과 달리 직접 자수하기 전까지 한 번도 경찰에 잡힌 적이 없을 정도로 지능도 상당히 뛰어나다.

<내 딸 서영이>,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주목 받던 박해진은 15명을 죽이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은 이정문을 연기했다. 최연소 멘사 가입에 최연소 철학,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였던 그는 '최연소 연쇄살인범'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이정문은 범죄 액션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서스펜스 스릴러'를 담당한 인물로 실제 드라마 후반은 이정문의 비밀을 푸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많은 대중들에게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명대사(?)로 대표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진행자로 널리 알려진 김상중은 <나쁜 녀석들>에서 직접 소집한 범죄자들을 이끄는 오구탁 반장 역을 맡았다. 오구탁은 조직 폭력배와 살인 청부업자, 연쇄살인범으로 구성된 팀원들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로 '미친개'라는 별명처럼 한 번 걸렸다 싶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과감하고 집요하게 파고들어 일을 처리한다.

유미영 경감을 연기한 강예원은 홍일점이었지만 <나쁜 녀석들>에 출연하면서 많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유미영이 워낙 답답하고 융통성이 없는 캐릭터이다 보니 강예원도 딱딱하게 연기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로 인해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강예원이 영화 <해운대>와 <하모니>,<헬로우 고스트> 등에서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던 점을 고려하면 캐릭터를 잘못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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