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CJ ENM, 에그이즈커밍

tvN의 2025년 상반기 기대작이자 동시에 1년여 늦게 지각 방영되는 문제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 이민수 연출·김송희 극본)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2일 첫 방영된 <언슬전>은 tvN과 에그이즈커밍의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스핀오프물로 마련된 작품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언슬전>은 당초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상반기 방영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의료계 파업'으로 지칭되고 있는 '2024년 의료정책 추진 반대 집단행동'으로 인한 전공의 이탈 사태가 이 드라마의 발목을 잡았다.

​두 차례의 방영 연기 속에 결국 해를 넘겨 올해 4월 뒤늦게 방영이 이뤄진 <언슬전>은 의도치 않게 각종 화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현실에선 전국 종합병원 기준으로 전공의 지원자가 고작 1명 밖에 없다는 산부인과가 극의 중심에 등장한다.

​정면 돌파를 선택한 <언슬전>은 과연 앞에 놓여진 수많은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까?

'사회 생활 능력 제로' 오이영은 정신 차릴 수 있을까?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CJ ENM, 에그이즈커밍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들은 종로율제병원의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4인방들이다. 오이영(고윤정 분)은 어느 졸부집 막내딸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을 누려왔다. 하지만 제멋대로 살아온 탓에 "사회 생활이 적성에 안 맞고 힘들어서..."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결국 신용불량자 신세가 될 수도 있는 경제적 난관에 봉착하자 율제병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의사가 되겠다는 의지는 전혀 없지만 당장 은행 대출 갚아야 하는 '레지던트 재수생' 이영은 아니나 다를까 온갖 실수를 저지르며 산부인과 내 요주의 인물로 지목되기에 이른다.

함께 산부인과 전공의로 근무중인 표남경 (신시아 분)은 병원 내 손꼽히는 패셔니스타다. 이영과 같은 학교 출신이지만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그녀를 향해 "좀 섭섭하다. 우리 전교 1,2등이잖아. 희대의 라이벌이었는데..."라고 언급한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영은 "우리가 라이벌이래?"라는 금시초문 반응을 보인다. 이 두 사람의 미묘한 관계는 <언슬전>의 큰 축이 될 전망이다.

전직 아이돌 출신 의사? 현실 감각은 제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CJ ENM, 에그이즈커밍

또 다른 산부인과 전공의 1년차 엄재일(강유석 분)은 한때 잘 나갔던 전직 아이돌 출신이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의사가 되었고, 지망했던 과에서 탈락한 후 정원 미달이던 산부인과에 들어갔다. 이영 못잖은 이런저런 실수로 선배들의 골칫덩어리가 됐다.

​마지막 인물 김사비(한예지 분)은 의대부터 국가고시까지 전부 1등을 차지한 수재 중의 수재다. 그런 능력자가 왜 산부인과를 지원한 것일까? 의학에 대한 지식은 최고 수준이지만 사회적 감각은 제로에 가까운 캐릭터다.

​완벽함과는 거리가 먼 전공의 1년차 4인방들은 이제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을 경험하면서 비로소 제대로 된 의사로 성장할 터. 일단 <언슬전> 1회는 산부인과로 모이게 된 이들의 캐릭터를 자잘한 일화들을 통해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료 대란 현실과는 큰 거리감​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CJ ENM, 에그이즈커밍

지난해 정부와 의료계의 극단적인 대립이 끝 모를 장기화 사태에 접어들면서 의사 소재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은 크게 달라졌다. <언슬전>이 해를 넘겨 지각 방영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무한정 방송을 미룰 수는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정면돌파를 선택한 <언슬전>이지만 일단 1회의 내용은 사회적 이슈를 논외로 치더라도 시청자들을 확 사로 잡기엔 부족함이 역력했다. 아직은 배움이 필요한 전공의 1년차들이라지만 무능력한 고구마 캐릭터로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답답함을 가중시켰다. ​

기존 <슬의생>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크리에이터로 참여했다지만 이들의 직접적인 손을 거치지 않은 작품이다 보니 기존 <응답하라> 시리즈 때 만큼의 흡인력 부재가 치명적 약점으로 지적될 만하다.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CJ ENM, 에그이즈커밍

필자는 매주 종합병원을 찾아가야 하는 중증 환자의 보호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2월 이후 각종 검사부터 진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늘 겪는 불편함이 일상이 된 지 오래다. 전공의들이 사라진 의료 현장에서 가장 고통 받는 건 환자와 그의 가족들이다. 이런 현실을 보고 있자니, '언슬전'은 의료 판타지 드라마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제작진의 문제 이전에 분명 정부 당국과 의료인들의 무책임한 줄다리기가 낳은 비극의 한 단면이다. "드라마는 드라마로만 봐야 한다"라는 전제를 깔고 <언슬전> 1회를 시청했지만 현실감 없는 극의 전개와 답답함으로 가득한 극중 주요 인물들의 대거 등장은 쓴 웃음을 짓게 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언젠가는슬기로울전공의생활 언슬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