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회 들꽃영화상 시상식에서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로 대상을 받은 정윤석 감독
성하훈
방송사의 취재와 다큐 감독의 취재는 다른 잣대로 판단하는 게 맞는 걸까?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현장 취재하던 독립영화 감독이 폭도로 몰려 기소되면서 영화계가 집단 대응에 나섰다(관련기사 :
서부지법 폭도로 몰린 영화 감독에 쏟아진 '무죄' 탄원서 https://omn.kr/2czcb).
당시 폭동 사태를 촬영하던 정윤석 감독은 폭도들을 따라 법원에 들어갔고, 촬영을 끝내고 나오다가 진압에 들어간 경찰에 연행됐다. 폭도 대부분이 구속됐으나 정 감독만 불구속으로 기소돼 오는 16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정윤석 감독은 지존파 문제를 다룬 현대사 다큐멘터리 <논픽션 다이어리>(2013)로 201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상인 '비프메세나상'을 받았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넷팻상을 수상했다. 다음 작품인 인디밴드 밤섬해적단을 소재한 다큐멘터리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2017)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와 런던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됐고 2018년 5회 들꽃영화상 대상을 수상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과정에서 정 감독이 촬영된 화면은 JT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내란, 12일간의 기록>에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폭도들을 따라 법원으로 들어가 현장을 보도했던 JTBC 취재진은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반면에 같은 활동을 한 정윤석 감독은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되면서 불합리함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윤석 감독은 그간 신분을 숨기고 촬영하고 있었으나 서부지법 폭동 이후 일부 극우 인사 등이 정 감독의 신상을 공개하면서 작품 제작을 위한 이후 촬영에도 상당한 난관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 서명에 앞장서고 있는 한국독립영화협회 측은 "11일 정오까지 영화인 서명만 1300명 이상이고, 표현의 자유 네트워크(약칭 21조넷)이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서명에는 관객과 시민 등 7000여 참여한 데다 서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마감일인 14일 오후 6시까지 1만 명이 가볍게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탄원서 서명 바로가기)
"이게 죄면 누가 카메라 들고 기록하겠나?'
▲JTBC에서 방영된 <내란, 12일 간의 기록>에 화면 제공자로 정윤석 감독 이름이 나온다.JTBC
영화계는 독립다큐에 대한 차별적 행동이라며 검찰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이송희일 감독은 "국회와 JTBC 방송국 등이 그의 신원을 보증하고 그가 폭도가 아니라는 것을 증언했음에도 검찰은 그를 폭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다"라며 "인터넷으로 슬쩍 들춰봐도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알 텐데, 저 정도면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유죄가 선고된다면, 과연 한국의 그 어느 예술가가 카메라를 들고 세상을 근접에서 기록하고 고발할 수 있겠냐"면서 "정윤석 감독은 무죄다"라고 했다.
당시 서부지법 폭동 상황을 촬영하고 있던 한 다큐 감독은 "카메라를 들은 저도 서부지법을 기록하고 있었는데, (폭도들이 집입한)후문 쪽을 알았더라면 기록을 위해 달렸을 것 같다"며 정윤석 감독 촬영의 정당성에 힘을 실었다.
노순택 사진작가도 "정윤석 감독은 내란 동조범도, 서부지원을 부순 폭도도 아닌 우리 시대의 증언자이자 기록자일 뿐이다"라며 심판대에 올라야 할 자들은 내란을 이어가며 활개 치는데, 엉뚱한 사람이 처벌받을 위기에 놓이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저널리즘 다큐가 활성화될만큼 다큐 감독들의 카메라가 때론 어떤 언론보다 더 예리한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들여다 보고 비판해 왔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우려도 높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당시 반대 투쟁 현장을 취재해 <구럼비, 바람이 분다>(2013)를 만들었던 조성봉 감독은 "다큐 감독의 카메라를 차별하는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며 "법원이 올바르게 판단해 다큐 감독의 취재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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