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베러맨> 스틸컷
영화 <베러맨> 스틸컷CJ CGV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잘하는 거 하나 없지만 의욕과 치기가 넘치던 로비(로비 윌리엄스)는 특별히 노래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아빠와 TV 앞에서 '마이 웨이'를 부르던 시간이 가장 좋았다. 아빠는 로비의 롤 모델이었고 친구였으며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아빠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남아 있기에는 벅찬 사람이었다. 불현듯 꿈을 찾아 가족을 버리고 홀연히 떠나 돌아오지 않았다. 로비는 세상이 무너진 듯 우울했지만 이내 보이그룹 멤버 공고를 보고 오디션에 매진한다. 비록 아버지의 응원을 받지 못했지만 늘 세상에서 최고였다고 말해주던 할머니와 엄마의 응원 덕에 '테이크 댓'의 멤버로 발탁된다.

한편, 1990년 데뷔한 테이크 댓은 어렵게 인기를 얻지만 로비는 불만족스러웠다. 사실상 노래, 작사, 작곡에는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인으로 주목받고 싶었지만 백댄서처럼 머릿수만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다. 불만이 쌓일 때마다 단독 행동은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행으로 멤버들과 잦은 갈등도 빚었다. 결국, 팀을 탈퇴하고 솔로로 전향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방황하는 날들을 보내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일생일대의 연인이자 걸그룹 올 세인츠의 멤버 니콜(레이첼 반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니콜의 응원으로 재기를 꿈꾸지만 자신과의 싸움을 끝내지 못한다. 결국 수차례 무너지고 일어서는 과정을 반복하며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려 노력한다.

완전체 아이돌의 5년 생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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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러맨> 스틸컷CJ CGV

로비 윌리엄스는 15세 때 오디션으로 매니저 나이젤 마틴 스미스의 눈에 든다. 그룹 테이크 댓의 재간둥이 막내로 발탁된다. 테이트 댓은 미국의 뉴 키즈 온 더 블록의 인기에 힘입어 꾸려진 다섯 명의 그룹으로 초반에는 성소수자 클럽을 돌며 마케팅을 펼쳤다. 마케팅은 성공했고 성별을 떠나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영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보이그룹, 비틀스 이후 최고의 스타로 거듭난다.

하지만 그가 말한 '5년'은 변수이자 복선으로 등장했다. 엄청난 부와 인기를 축적할 수도, 추락할 수도 있다는 예정된 결말이었다. 활동 5년 만인 1995년, 로비 윌리엄스는 탈퇴 후 솔로로 전향하게 된다.

침팬지로 설정된 독특한 전기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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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러맨> 스틸컷CJ CGV

<베러맨>은 영국의 아이돌 보이그룹 '테이크 댓'의 멤버였던 '로비 윌리엄스'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위대한 쇼맨>의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의 차기작이다. 로비 윌리엄스를 침팬지로 설정해 기존 전기 영화의 틀을 깬다. 침팬지 캐릭터는 배우 '조노 데이비스'의 모션 캡처와 로비 윌리엄스의 목소리로 구현했다. <아바타>, <반지의 제왕>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웨타 FX 팀의 기술력으로 탄생했다.

영화는 로비 윌리엄스가 스타를 꿈꾸며 예사롭지 않았던 유년 시절 보내고 환희와 좌절을 맛본 후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과정을 담는다. 이를 뮤지컬 장르를 결합한 판타지로 구현해 신비로움을 준다. 로비는 그룹 시절 늘 침팬지처럼 뒤에서 춤추고 있었다며 자신을 침팬지에 비유하곤 했다. 대중이 보는 모습이 아닌, 본인이 바라보는 모습, 성숙하지 못한 내면, 서커스의 동물처럼 수동적이었던 삶을 투영한 결과가 아닐까.

획기적이다. 초반에는 침팬지와 사람의 구도가 어색해 보이겠지만 집중하기 시작하면 황홀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녹인 쇼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최고의 자리에 앉은 인물이 잘못을 인정하고 성장하려는 간곡한 의지가 오롯이 전해진다. 로비 윌리엄스를 잘 몰랐지만 큰 관심이 생길 정도다.

가수를 잘 몰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면 현혹된다. 몰입을 유도하는 현란한 카메라 워킹과 편집이 시선을 끈다. 그에 대해 더욱 궁금하다면 넷플릭스 4부작 시리즈 <로비 윌리엄스>를 시청해도 좋겠다.

잘못을 인정할 때 더 나은 내가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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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러맨> 스틸컷CJ CGV

영화는 어린 나이에 정상에 선 스타의 이면을 날것 그대로 보여준다. 본인이 일으킨 사건, 사고뿐만 아니라 멤버와의 갈등, 약물 중독, 아버지의 부재로 깊은 우울과 좌절을 극복하고 재기하려는 의지를 다룬다. 어린 나이에 얻은 명성이 독이 되었지만 그것을 기회로 만들어나간다. 자기 반성력도 탁월하다. 트라우마와 번아웃으로 난도질 된 흑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엔딩 무대가 압권이다.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로 가득 채워진다. 사람들 앞에서 주목받길 원하는 기질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았고, 힘든 시간을 지탱해 준 할머니와 어머니의 따스함이 그를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결국 '사랑'은 자기혐오에 빠진 한 인간을 구원한 힘이었다. 과오를 인정해야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시련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회복탄성력, 치유의 영감을 얻고 싶다면 추천하는 영화다.

한편, 영화 속에는 영국 밴드 '오아시스'의 보컬 리암 갤러거와 만나는 장면도 등장해 소소한 즐거움을 안긴다. 15년 만에 재결합한 오아시스는 10월 한국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로비 윌리엄스는 현재 테이크 댓 멤버들과도 긍정적으로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베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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