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사진
국립극단
연극을 보는 또 다른 관점
<그의 어머니>에는 여러 상징과 곱씹어볼 주제가 많이 등장한다. 브렌다의 가족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유대인 이민자다. 이들은 유대의 전통을 따르는데,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하누카'다. 유대교의 명절인 하누카는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처럼 축일이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해피 하누카"라는 대사를 통해 유대인이 하누카를 얼마나 기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바로 이 하누카가 연극의 시간적 배경이다. 즐기며 기념해야 하는 축일이지만, 브렌다 가족에게는 어둠이 짙게 깔려있다. 아들은 재판을 받아야 하고, 세상 사람들은 브렌다 가족에게 적대적이다. 막내 제이슨은 학교를 오고 갈 때 플래시 세례를 받아내야 한다. 가장 기뻐야 할 날에 가장 암울한 사건이 벌어지는 아이러니는 브렌다 가족의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구성한다.
언론이 사건을 조명하는 방식과 사람들이 이를 대하는 태도도 연극이 주안점을 두고 그려내는 소재다. 언론이 관심을 두는 건 브렌다가 막내 아들과 우유를 사러 가는 것, 브렌다 가족이 벌이는 파티 등이다. 언론은 브렌다가 범죄자 아들의 생일 파티를 해주었다고 보도하는데, 그 파티는 사실 하누카를 기념하는 종교 의식이었을 뿐이다.
이런 비본질적 요소들에 사람들은 분노와 비난을 쏟아내지만, 곧 다른 뉴스가 진행되면서 브렌다 가족을 향한 관심은 사그라든다. 사람들에게 이 사건은 가십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브렌다 가족에게도 필요 이상의 비극이지만, 피해자에게도 사건의 본질이 호도되고 자신의 고통이 묻히는 결과를 낳는다.
연극은 이 모든 사건들을 치밀하게 쌓아 올리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인물들의 관계를 추적한다. 이때 배우들의 실감 나는 감정 연기는 작품의 설득력과 완성도를 높이는데, 브렌다에 분하는 김선영의 연기는 단연 압권이다.
▲연극 <그의 어머니> 공연사진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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