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장편 영화 < 미키 17 >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장편 영화 < 미키 17 >워너브라더스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장편 영화 < 미키 17 >이 흥행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극장에서 내린다.

미국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현지 시각으로 7일 오후 9시(미국 서부시간)에 이 영화를 공개한다고 알렸다. 할리우드 흥행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달 7일 북미 3807개 극장에서 개봉한 이 영화는 지난 4일까지 북미에서 4468만 달러(약 653억 원), 북미 외 지역에서 7770만 달러(약 1136억 원)를 합쳐 총 1억 2238만 달러(약 1789억 원)의 티켓 수익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올해 개봉한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누적 관객이 300만 명을 넘겼으나 '천만 관객'을 달성했던 <기생충>과 비교하면 아쉬운 숫자다.

이로써 < 미키 17 >은 극장 개봉 한 달 만에 상영을 종료하고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안방 시청자들과 만난다.

제작비 너무 많이 들어... "영화 주인공처럼 돈도 찍어낼 수 있다면"

이 영화는 <기생충>으로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4관왕에 올랐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자 할리우드 스타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을 맡은 공상과학(SF) 영화로 큰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극장 상영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다. < 미키 17 >은 순수 제작비만 1억1800만 달러(약 1700억 원)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러더스는 마케팅에 8000만 달러(약 1169억 원)를 추가로 지출했다.

미국 연예전문매체 <버라이어티>는 극장이 떼어가는 몫을 고려하면 이 영화의 티켓 매출 손익분기점은 약 3억 달러(약 4385억 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어 "많은 영화가 극장 상영 수익이 부진하더라도 TV 방영이나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계약을 통해 흑자를 낼 수 있다"라면서도 "'미키 17'은 끝내 적자를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AP통신도 "원래 SF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데다가 '미키 17'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 압박이 더욱 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만약 5000만 달러 정도로 제작되었다면 큰 수익을 올렸을 텐데 흑자를 내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들었다"라며 "워너브라더스는 영화에서 주인공 패틴슨이 몸을 계속 인쇄하는 것처럼 돈을 찍어내고 싶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키 17 >은 어둡고 무거운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와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봉 감독이 전작들에서 보여줬던 여러 메시지의 재탕이라는 비판이 엇갈렸다.

봉 감독에게도 높았던 '기생충'의 벽... 기대 너무 컸나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장편 영화 < 미키 17 > 온라인 스트리밍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할리우드 장편 영화 < 미키 17 > 온라인 스트리밍 포스터워너브라더스

봉 감독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기생충>도 큰 부담이 됐다. < 미키 17 >은 개봉 초기 미국 시장조사업체 시네마스코어의 현장 관객 대상 조사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B' 등급을 받았다.

미국의 영화·드라마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는 이날 기준으로 100점 만점에서 평론가 점수 77점, 관객 점수 73점을 기록했다.

이는 봉 감독의 과거 작품들인 <기생충>(평론가 99점·관객 95점)이나 <마더>(평론가 96점·관객 89점), <살인의 추억>(평론가 95점·관객 92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할리우드리포터>는 "'미키 17'의 평론가 및 관객 점수는 견고한 편이지만 이 영화에 열광하지는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키 17'은 '기생충'이 아니다"라며 "'기생충'이 영리하고 뒤틀린 누아르적 사회 논평인 반면에 '미키 17'은 더욱 복잡하고 냉정했기 때문에 관객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봉 감독이 대형 투자배급사인 워너브라더스와 손잡고 야심차게 < 미키 17 >을 내놓았으나, <기생충>의 날카로운 풍자와 신선함에 감탄했던 영화계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졌지만 잘 싸운 '미키 17'... "안방서라도 꼭 봐야 할 영화"

그러나 할리우드 매체와 평론가들은 흥행 성적을 떠나 < 미키 17 >이 안방에서라도 꼭 봐야 할 영화라고 추전했다.

<스크린랜트>는 "비록 흥행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으나 교묘하게 균형을 잡는 봉 감독의 연출, 패틴슨의 1인 2역 연기는 칭찬받아야 한다"라며 "온라인 스트리밍을 통해 더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평가했다.

또한 "'미키 17'은 가능한 한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리고 싶어 하는 할리우드의 대형 투자배급사가 돈을 버는 것 외에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어 만든 몇 안 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가 모두 비슷한 서사와 캐릭터를 선보이지만 '미키 17'은 매우 독특한 작품이라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과 같다"라며 "흥행을 떠나 이런 영화가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영화 평론가 폴 히스도 <할리우드뉴스>에 "'기생충'의 위대함에 못 미치겠지만 '미키 17'은 봉 감독이 만든 최고의 작품 중 하나"라며 "아직 봉 감독의 영화 세계를 접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워너브라스더가 원했던 만큼 수익을 올리지 못했으나 '미키 17'이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향한다는 것은 그만큼 더 찾아보기 쉬워졌다는 것"이라며 "더 많은 관객이 이 영화가 만나기를 바란다"라고 썼다.
미키17 봉준호 로버트패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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