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제에서 김성철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
KBS
다큐멘터리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아내와 딸을 잃은 김성철씨를 중심으로 유가족들의 사연과 슬픔을 전했습니다.
저는 꿈을 꾸었습니다. 딸이 저에게 송금하는 꿈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화를 걸어 '수림아, 무슨 돈이야?' 했더니 딸이 '아빠 그건 외로움값이야. 아빠는 우리 때문에 타지에서 외롭게 일하잖아' 그러고는 깨어났습니다.
외로움값...
김성철씨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추모제에서 읽은 편지의 내용입니다. 누군가를 잃은 그 슬픔과 외로움에 값이 있다는 생각은 그 누구도 하지 못했을 겁니다. 아마 딸은 슬픔에 잠겨 있는 아빠가 그리도 걱정이 됐나 봅니다.
김씨는 회사 기숙사에 있다가 일주일에 한 번 집으로 온다고 합니다. 아내와 딸이 없는 집에 돌아와 밥을 먹을 때면 아내가 해준 밥이 그립다고 합니다. 일주일을 굶더라도 한 번은 아내의 밥을 먹으러 왔었다는 그가 그리워한 것은 밥이 아니라 아내의 따뜻한 손길과 사랑이었을 겁니다.
군에 있는 아들의 휴가 복귀를 배웅하는 아버지는 걱정이 태산입니다. 아버지를 남겨두고 복귀하는 아들도 아빠가 걱정입니다. 참사를 겪으면서 아버지와 아들은 말을 나누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게 됐습니다. 휴가 복귀를 배웅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지만 여전히 버겁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아내와 딸을 잃은 남편이자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남아있는 유가족들의 슬픔이 얼마나 깊고 아픈지 보여줬습니다.
"내가 당하니 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박인욱씨가 전남 목포신항만 세월호 임시 거치소에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KBS
세월호 참사 이후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의 대형 참사는 없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대형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해훼리호(참사 때) 시신 수습하고, 세월호 같은 경우도 내가 두 달 동안을 수습하러 다니고 수색도 하러 다니고 그랬는데, 그 당시만 해도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남들의 고통을 내가 몰랐어요.근데 내가 당하니까 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참사를 수습하던 공무원에서 참사 유가족이 된 박인욱씨의 말입니다. 그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아내와 딸, 사위, 손녀, 손자를 잃었습니다. 기막힌 운명입니다.
박씨는 "세월호 때, 서해훼리호 참사 때는 그 순간에는 잊지 말자고 안전하게 하자고 했는데 세월이 흐르니까 잊어버리고 그러니까 자꾸 사고가 반복된다"면서 "제발 이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부디 이번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원하고 원하지만 또 다른 참사가 언제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유가족들은 "이게 유가족들만의 슬픔일까요?"라고 반문합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명복을 빕니다.KBS
다큐멘터리에는 희생자 179명의 일부 유가족만이 나옵니다. 유가족 모두의 슬픔과 아픔을 50여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는 담지 못했습니다.
인터뷰를 한 유가족들은 앞으로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괜찮아도 언제 또 눈물이 흐를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씩씩한 모습이 더 안타깝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다큐멘터리 <작별하지 않는다>는 유가족이 가족들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의 제목처럼 보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대형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뜻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희생된 179명의 명복을 빌면서, 유가족들에게도 위로를 보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100일' 유가족 사연에... 한석규도 눈시울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