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공격 라인 샌디와 김태헌
시흥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공격 라인 샌디와 김태헌시흥시민축구단 제공

지난 3월 22일,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에서 대이변이 일어났다. 세미프로 리그인 K3 소속 시흥시민축구단이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프로팀 성남FC를 꺾은 것이다. 이날 경기는 양 팀이 각각 두 골을 주고받은 후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시흥의 5대 4 승리로 마무리됐다. 지난 시즌 리그 우승 이후 리마와 까밀로 등 주축 자원을 내어준 시흥이었지만, 올해도 그들의 기세는 멈출 줄 모르고 있다.

특히 2004년생 공격수 김태헌은 최근 4경기 동안 3득점을 기록하며 지난 시즌 시흥의 우승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화성FC에서 우승을 경험했던 줄렌 샌디가 2년 만에 한국으로 깜짝 복귀하며 시흥의 스쿼드에 힘을 실어주었다. 다음은 지난 11일 서면으로 나눈 그들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득점력의 비결요? 코치님·선배들 영향이죠"

- 프로팀 성남을 무너뜨렸습니다. 경기 결과 및 선제골 소감을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태헌(아래 김) : "정말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너무 좋은 경험이었고, 구단 구성원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도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함께 이겨내서 더욱 뜻깊은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일 경기에 들어가기 전, 팀원들과 함께 오늘은 반드시 찬스가 생길 것이라는 대화를 했어요. 정말 운이 좋게 찬스가 주어졌고 열심히 준비한 만큼 그 찬스를 놓치지 않아 득점으로 이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요즘 득점력이 정말 무섭습니다. 비결이 무엇인가요?
: "제 득점력의 비결은 감독님을 비롯해 코치님과 선배들의 영향인 것 같아요. 훈련할 때도 각자 위치에서 수행해야 할 역할을 너무나도 잘 짚어주시고, 아낌없이 칭찬해 주시는 형들이 있어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 샌디 선수는 2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나요?
샌디(아래 샌) : "지난해 초, 화성과의 계약이 끝나고 사우디아라비아 2부리그에서 활동했어요. 그 뒤로 12월부터는 고향에 있는 지역 구단인 캐피탈FC라는 곳에서 뛰었습니다. 사실 한국에 돌아올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는데 정말 기뻐요. 한국이 아주 그리웠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입니다."

- 공교롭게도 복귀 경기인 창원 원정에서 종료 직전 나온 두 골에 모두 관여했어요. 결과적으로 팀의 역전승까지 이끌어냈고요.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 "제 스스로도 놀랐어요(웃음). 제가 투입됐을 때 팀은 0대 1로 지고 있었어요. 공중에서 날아온 볼을 제가 백힐로 패스한 뒤 김태헌 선수가 상대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동점으로 만들어냈어요. 이후 제가 득점을 했고 팀이 2대 1로 승리했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순간입니다."

- 두 분은 언제 축구를 시작했고, 어떻게 이 무대에서 뛰게 됐나요?
: "저는 7살 때 취미로 축구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초등학교 5학년이 끝날 무렵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엘리트 축구를 하게 됐고 지금까지 축구를 하게 됐어요. 시흥에 오기 전에 저는 고등학교에서 뛰고 있었는데 박승수 감독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고등학교 김상건 감독님께서도 시흥행이 선수로서 제게 많은 경험을 선물해 줄 것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즐거운 발걸음으로 입단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 "저는 8살 때 축구를 시작했어요. 당시 2002 한일 월드컵이 열렸고 저는 브라질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아침 일찍 눈을 떠야 했죠. 부모님께서 든든히 지원을 해주신 덕분에 브라질리아에 있는 축구 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이후 플루미넨시FC부터 시작해서 바스쿠 다 가마, 파우메이라스 청소년 팀에서 활동을 했어요. 파우메이라스에선 성인팀에서도 뛰게 됐죠. 그사이에 많은 이들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국에서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있어요."

- 파우메이라스라면 브라질에서도 꽤 인지도가 있는 구단으로 알고 있어요. 당시 이야기를 조금 더 들려주실 수 있나요?
: "제 삶에는 정말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어요. 2015년에는 파우메이라스에서 '코파 두 브라질'이라는 브라질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축구대회 중 한 곳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부상과 에이전트 문제 등으로 팀을 떠나게 되었죠. 순식간에 처음부터 모든 것들을 다시 시작해야 됐어요. 제게 좋은 기억을 선물해 준 브라질리엔시FC에 입단하기 전까지 저는 한동안 실업자 상태였던 적도 있고, 인생에서 가장 힘든 암흑기에 있었어요. 시간이 지나 화성이란 한국의 축구팀에서 제게 기회를 주었고 지금은 시흥에서 활동을 하게 됐네요(웃음)."

"프로팀과 큰 차이 없다는 것 증명하고 싶다"

 파도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태헌
파도 같은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김태헌시흥시민축구단 제공

 극적인 역전골에 성공하며 환호하는 샌디와 팀원들
극적인 역전골에 성공하며 환호하는 샌디와 팀원들시흥시민축구단 제공

- 김 선수는 시흥에서의 첫 시즌을 제외하면 81번이라는 다소 독특한 등번호를 고수해 오셨어요. 이 번호에 담긴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 "자신만의 번호를 갖고 싶었어요. 첫 시즌에는 10번을 달았는데, 당시 의무 선생님께서도 81번을 추천해 주셨고 팀 동료 (정)현우와 (김)건우 형도 각각 71번과 91번을 달면서 서로 이 독특한 번호를 맞추기로 약속했어요(웃음)."

- 코리아 컵의 두 번째 상대 또한 프로팀인 화성입니다. 두 선수의 각오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 "화성은 제게 정말 특별한 존재입니다. 저에겐 항상 감사한 구단이죠. 그곳에 있었을 때 저는 우승도 경험했고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하지만 지금은 시흥의 선수로서 시흥이 제게 더욱 중요한 구단이에요. 화성전에서 최선을 다해 반드시 승리하고 싶어요."

: 우선 이렇게 프로팀과 부딪혀 볼 수 있는 기회가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특히나 화성은 지난해까지 같은 리그에서 활동한 팀이기도 하고 시흥 입장에서 좋은 기억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를 가져오고 싶습니다. 이번 경기를 통해 우리도 프로팀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습니다.

- 시흥의 우승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중압감이 엄청날 것 같습니다. 어떤 부분에 가장 집중하실 계획인가요?
: "결국 시즌 막바지까지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일 것 같아요. 팀워크도 중요하고 선수 개인이 갖고 있는 마인드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은 팀의 좋은 분위기로부터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리그의 여정이기 때문에 좋은 분위기를 계속 유지한다면 지난해와 같은 우승이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 두 선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 "제 목표는 이 나라에서 더 성장하는 것입니다. 시흥의 타이틀 방어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반드시 우승이란 목표를 이루고 싶어요. 그 이후에 더 높은 무대에 진출하고 싶습니다. 이곳 시흥에는 정말 좋은 선수들이 많고, 우리는 시즌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현재 팀의 유일한 브라질 용병으로서 한국 문화와 언어를 더 많이 습득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 공부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어요. 앞으로 더욱 기대해 주세요."

: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상위리그를 갈망하며 궁극적으론 국가대표라는 꿈을 품을 것 같아요. 저도 더 열심히 노력해서 상위리그에 진출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이고,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은 부상 없이 공격포인트 10개를 기록하여 팀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그다음에 언젠간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시흥은 오는 16일 19시, 화성종합경기타운 주경기장에서 코리아컵 3라운드 상대로 차두리 감독이 이끄는 화성FC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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