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WTT 챔피언스 인천 2025 대회에서 이상수가 대만의 린윈루를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박장식
한국 탁구의 맏형 이상수(삼성생명)가 WTT 챔피언스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탁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지난 1일부터 6일까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WTT 챔피언스 인천 2025 대회에서 이상수가 준우승을 거뒀다. 6일 열린 4강에서 대만의 린윈루를 상대로 최강의 컨디션을 뽐내며 승리, 한국 선수 누구도 가보지 못했던 길에 올랐던 이상수는 결승에서 중국의 샹펑에게 아쉽게 패했지만,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이상수 선수는 "홈 경기장을 찾은 한국 팬들에게 '재밌는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마음먹은 덕분이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누구도 가지 못한 길
1990년생의 한국 선수단 맏형, 세계 랭킹 45위라는 불리한 입지. 하지만 WTT 챔피언스 인천 대회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이상수다. 이번 대회 남자 선수들 가운데 왕추친·판젠동 등 탑랭커들이 불참했다고는 하지만, 세계 랭킹이 더욱 높은 선수들을 상대로 이상수는 최고의 성과를 냈다.
1일 열린 32강에서 프랑스의 펠릭스 르브론을 상대해 세트 스코어 3대 2로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뒀던 이상수는 4일 펼쳐진 16강에서 덴마크의 앤더스 린드를 만나 3대 1의 세트 스코어로 깔끔하게 승리하며 8강의 문을 열었다.
8강에서는 뜻밖의 이변을 만들었다. 이상수는 5일 세계 랭킹 10위의 중국 린가오위안을 만나 세트 스코어 4대 2(12-10, 11-9, 7-11, 12-10, 9-11, 11-4)로 한 수 위 모습을 보여주며 4강 고지를 밟았다. 이상수는 첫 세트와 두 번째 세트를 모두 가져온 데다, 6세트는 그야말로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6일 마주한 4강 상대는 대만의 '젊은 피' 린윈루(세계 랭킹 14위). 에너지가 비교적 좋은 린윈루를 상대한 이상수는 초반 고전을 이겨냈다. 이상수는 첫 세트를 5대 11로 내주며 아쉬움을 보이는가 싶었지만, 2세트 11대 5로 상대를 잡아내며 순식간에 게임 스코어를 1대 1로 만들었다. 이어 3세트를 11대 9로, 4세트를 11대 2로 잡으며 린윈루를 압도했다.
결국 세트 스코어 4대 2로 린윈루를 잡으며 한국 탁구 사상 처음으로 WTT 챔피언스 결승을 밟았다. 이상수는 준결승전이 끝난 직후 "4게임에서 흐름을 가져온 덕분에 승리를 가져왔다"며, "세트에 돌입할 때 초반에 벌린 점수 차이를 끌고 가려 노력했는데, 특히 2세트는 이기지 못했으면 끌려갔을 것"이라며 경기를 복기했다.
6일 밤 열린 결승에서 중국의 신예 샹펑을 만난 이상수는 초반 앞서나가며 기세를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샹펑을 상대로 동점의 위기를 여러 차례 내주며 고전했고 결국 8대 11로 첫 번째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특히 두 번째 세트에서는 한 점도 내지 못하고 상대에게 클린 세트를 내줬다. 세 번째와 네 번째 세트도 연달아 내준 이상수는 샹펑에게 우승을 내주며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상수는 한국 선수가 오르지 못했던 무대에 오르며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해냈다.
한편 이번 대회에 출전했던 여자 탁구의 간판 신유빈(대한항공)은 8강에 오르며 지난해 인천 대회보다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8강에서 신유빈을 꺾었던 중국의 왕이디는 천신퉁과의 '내전'으로 치러진 결승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세트 스코어 4대 3으로 우승, 이번 인천 대회에서의 명장면을 남겼다.
"오른팔 아쉬움 탓에... 재밌는 경기 보여드려 꿈 같다"
▲6일까지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WTT 챔피언스 인천 2025 대회에서 한국 탁구 사상 첫 준우승을 거둔 이상수.
박장식
준우승 트로피와 함께 밝은 얼굴로 취재진을 만난 이상수는 "꿈 같았던 대회였다. 큰 대회에서 결승까지 갔고, 잘 치는 선수들을 많이 이겼다"며,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 점이 잘 통할 수 있어서 뿌듯한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특히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 가장 오랫동안 살아남은 점도 각별했다. 이상수는 "사실 예상하지 못했다. 테이핑도 물리치료사님께 빌렸을 정도였다"면서 "옷도 부족해서 차를 몰고 코인빨래방 가서 직접 빨래도 했었다. 어제는 혹시나 결승 올라갈까봐 두 벌을 모두 빨았는데, 결과적으로 두 벌을 모두 입게 되어 다행스러웠다"며 웃었다.
샹펑과의 결승전은 아쉬움도 있었을 터. 이상수는 "결승에서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드리려 했지만, 그렇지 못해 한국 팬들께 죄송스럽다"면서도 "핑계를 대자면, 오른팔 상태가 고질적으로 좋지 않다. 하루에 여러 차례 경기를 치르면 쥐가 난 듯 부푸는 느낌이 있다. 회복만 하면 금방 가라앉지만, 하루 두 경기를 치르다 보니 회복을 못한 것이 아쉬웠다"고 돌아봤다.
이상수는 인천 대회의 총평을 부탁하자 "홈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힘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부담감도 공존했는데, 나름대로 재밌는 경기를 많이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며 "후배 선수들도 열심히 연습하고 있고, 바쁜 스케줄에도 훌륭하게 다음 대회를 준비하고 있으니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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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