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김장하> 한 장면
시네마달
4월 4일 헌재 선고가 이뤄진 후 주목받는 영화는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다. <서울의 봄>보다 한 주 앞선 2023년 11월 15일 개봉한 영화는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는 김장하 선생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온갖 미담이 있으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선행을 강조하는 우리 시대 어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른 김장하>에는 윤석열 파면을 선고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등장한다. 김장하 선생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몰래 준비한 깜짝 파티에 등장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장면이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옛 기억에 감정이 복받치는 듯 잠시 말을 잊지 못하기도 한다.
그는 2019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에서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 4학년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덕분에 학업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에도 합격할 수 있었다"며 김장하 선생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업소로 번 돈으로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하여 경상남도에 기증하였고 수백명의 학생들에게 지급하였으며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진주오광대 복원사업, 경상대학교 남명학관 건립 등 좋은 일을 많이 하였습니다.
선생은,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하여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고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하게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습니다. 고시에 합격 후 선생을 찾았습니다.
선생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고마워할 것은 없다. 나는 이 사회에 있던 것을 네게 주었으니 갚아야 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아라.' 선생의 이 말을 저는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선고가 늦어지면서 내부 상황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던 때 김장하 선생을 세상에 알린 주역이었던 김주완 전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그동안 내부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문형배 대행이 이끄는 헌재가 엄동설한에 촛불을 들었던 김장하 선생의 간절한 마음을 배반하진 않으리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내기도 했다.
<어른 김장하>에는 그런 장면이 나온다. 장학금을 지원해 준 학생 중 독재정권에 맞서 시위하다 구속되고 잡혀갔던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이) 김장하 선생에게 미안해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김장하 선생은 "그것도 다 사회를 위하는 길"이라고 다독거린다.
김장하 선생의 정신이 헌법수호와 민주주의에 긍정적으로 자리한 시간이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우리 사회의 진정한 어른 김장하 선생의 철학과 가치관을 다룬 다큐 <어른 김장하>에 문형배 재판관도 아주 인간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다큐는 감동의 도가니이니 아직 안 보셨다면 찾아보시길 권한다"면서 "오늘 또, 우리 각자는 하나의 점이지만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된다는 걸 다시 깨닫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