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믹스 'Know About Me'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JYP엔터테인먼트
뒤이어 등장하는 'Know About Me'는 이번 음반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멤버들의 언급처럼 무심한 듯 내뱉는 목소리로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다가도 어느 순간 공격적인 랩과 보컬로 변화를 도모한다. 이전처럼 전혀 다른 장르의 악곡 2-3개를 결합시키는 방식에서 살짝 벗어난 형식이지만 이를 통해 훨씬 풍부한 울림을 선사한다.
이 과정에서 이뤄지는 무대 댄스 퍼포먼스에선 더욱 정교한 연출로 눈길을 모은다. 저마다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지면서도 어느 순간 연꽃을 연상케하는 집단을 이루는 등 난이도 높기로 유명한 엔믹스 안무의 정점을 보여준다.
< Fe3O4: FORWARD >의 뒷부분을 책임진 트랙 역시 개성 넘치는 매력을 뽐내면서 듣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세번째 노래 'Slingshot (<★)'은 독특한 제목 표기와 더불어 수시로 이뤄지는 조바꿈, 묘하게 엇갈리는 멤버들의 코러스가 정반합의 실험을 유기적으로 이끌어낸다. 현악기 샘플링을 적극 사용한 'Golden Recipe' 역시 마찬가지다. 정교하게 설계된 프로덕션에 힘입어 엔믹스 표 믹스팝은 비로소 제 방향을 찾아낸 것이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뚝심의 6인조
▲엔믹스의 새 음반 'Fe3O4: FORWARD' 표지JYP엔터테인먼트
기계의 힘을 빌려 잘개 쪼갠 보컬 하모니를 인트로에 장식한 'Papillon', 차분한 감성을 한 스푼 얹어 놓은 'Ocean'을 끝으로 이들의 기나긴 믹스토피아행 항해는 마무리 된다. 때론 힙합 래퍼가 됐다가 어느 순간 '중창단'이 되기도 하는 엔믹스의 카멜레온적인 다채로운 능력은 6곡의 트랙을 한껏 풍성하게 완성시켰다.
평이한 멜로디 부터 해석하기 쉽지 않은 복잡하고 고음역 가득찬 노래 상관없이 엔믹스는 탁월한 기량을 바탕으로 그동안 만나왔던 장애물을 슬기롭게 뛰어 넘어왂왔다. 음원 순위라는 대중적인 반응 수치에선 살짝 아쉬움을 드러내곤 했지만 'DASH', 'Sonar', '별별별', 'Beat Beat' , 'Love is Lonley'등으로 이어진 < Fe3O4 >의 험난했던 실험은 이번 음반을 통해 비로소 의미있는 마침표를 찍어 냈다.
"우린 중간이 없어 Well done or rare / 마구 세상을 휘저어 두 팔은 Hurricane"('Golden Recipe')라는 노랫말처럼 엔믹스의 음악은 중간 지점이 없이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무모함이 때론 감지되곤 했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다는 뚝심은 자칫 위태로운 자만심처럼 비춰질 수도 있었지만 이들은 그러한 시선에 전혀 아랑곳 없이 '믹스팝 장인'의 외길 행보를 이어갔다. 이쯤되면 뚝심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아직 2025년이 끝나려면 9개월 여의 기간이 남았지만 < Fe3O4: FORWARD >는 단언컨대 올해 케이팝이 낳은 화려한 열매 중 하나로 손꼽아도 결코 부족함이 없는 작품이다. 믹스토피아를 앞세운 독특한 세계관의 완성과 더불어 악곡·퍼포먼스의 경이로운 조화는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한 엔믹스만의 결실이다. 과거 비틀즈에게 < 페퍼 상사 (Sgt.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 비치 보이스에겐 < Pet Sounds >라는 명반이자 '훈장'이 존재했던 것처럼 겁 없는 6인조의 'High Horse', 'Know About Me'는 이에 견줄 만한 자랑스러운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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