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세 현역으로 활동하던 고인(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연합뉴스
물론 송재익의 중계 방식은 당시에도 호불호가 엇갈렸다. 해당 종목에 대한 부족한 전문성과 잦은 사실 오류, 중립을 잃고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낸 실언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스포츠보다 개인의 입담을 부각하는 데만 의존하는 '만담가'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다만 이는 당시만 해도 온라인이 발달하지 않아 정보 습득에 제약이 있었고, 스포츠 중계도 개인의 역량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적 한계와 관련이 있다.
2000년대 이후 전문성이 강화된 축구 전문 캐스터와 선수 출신 해설가의 등장, 높아진 축구 팬들의 눈높이 등으로 시대 흐름이 변화했고, 송재익은 콤비 신문선과 더불어 차츰 주류에서 밀려났다.
그럼에도 송재익은 꾸준한 노력과 자기관리를 통해 동세대 캐스터들이 세대교체 된 이후에도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갔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잠시 활동이 뜸해진 시기도 있었으나, 2019년 무려 77세의 나이에 현장에 복귀해 약 2년가량 '현역 최고령 캐스터'로서 다시 K리그 중계를 맞기도 했다.
2020년 11월 21일 진행한 K리그2 서울 이랜드-전남 드래곤즈의 경기가 송재익이 마이크를 잡은 마지막 축구중계였다. 생각보다 엄청난 체력 소모가 요구되는 스포츠 중계에서 고령의 나이에도 말년까지 음색과 발성, 전달력은 크게 녹슬지 않았을 정도였다.
송재익은 평생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지난 2021년 신문선 교수와 오랜만에 함께 한 마지막 인터뷰에서는 팔순을 넘긴 나이에도 '복귀전'에 대한 소망을 은근히 내비친 바 있다.
그는 "다들 내가 은퇴한 줄 아는데, 아직 결정한 게 아니다. 목소리만 유지하면 언젠가 신문선 위원과 다시 함께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우리 둘을 그리워하는 곳이 있다면 좋은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까"라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암으로 투병 생활을 겪었고, 송재익의 마지막 꿈은 안타깝게 이뤄지지 못했다.
송재익이 스포츠 캐스터로 한창 활동을 시작하던 시기는, 지금보다도 방송의 '엄숙주의'가 훨씬 강하던 시대였다. 그는 틀에 박힌 중계방식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진행과 입담을 추구하며 이후 세대의 스포츠 캐스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운신의 폭과 표현의 자유를 넓히는 데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어쩌면 똑같은 장면의 반복이 될 수도 있는 스포츠 경기는, 송재익의 입담을 통해 '기승전결과 희노애락의 서사가 있는 90분의 드라마'로 재탄생했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 중계의 역사에서 송재익의 이름과 기여도가 오랫동안 기념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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