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라이딩 인생>중 한 장면
지니 TV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방법이 있기나 할까? 입시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사교육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걸 보면, 달라지는 입시제도는 오히려 불안감을 유발, 학원가로 학부모들을 더 몰려들게 하는 것 같다.
나는 교육제도의 개선만으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자체가 직업이나 학력으로 사람을 위계화하지 않고 각자의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풍조로 바뀌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런 근본적인 변화는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초점을 바꿔보는 것 정도는 가능할 것 같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시선을 자신들의 아이가 아니라 사회나 타인의 평가에 두고 있다. 정은은 서윤이 원하는 것보다 다른 부모들이 좋다 하는 것, '명문'이라 남들이 말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다. 호경은 손톱을 물어뜯는 민호의 마음을 살피기는커녕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겠어?"라고 핀잔을 준다(2회). 드라마 속 어떤 부모도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학교를 가고 싶은지 물어보지 않는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일 테다. 어릴 때부터 공부 좀 한다 하면 '의대'에 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도록 아이들을 조련하고, 아이의 마음보다 유명학원 레벨테스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모들은 내 곁에도 있다.
하지만, 남들이 좋다는 것보다 내 아이가 좋아하는 것, 내 아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둬보면 어떨까? 그렇다고 현실이 금세 바뀌지는 않겠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마음에 초점을 두는 부모들이 많아진다면, '라이딩 인생'이 당연해 보이진 않을 것 같다. 아이가 사회에서 존중받는 위치에 있기를 바라며 '라이딩'하는 것이라면, 존중받는 계층에 집어넣기 위해 애쓰기보다 가정에서부터 존중받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얼마 전 한 학원의 설명회에 다녀왔다. 그 학원에 다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불안이 밀려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학원에 등록할 궁리를 하고 있었다. 그 후 나는 아이의 의사를 물었다. 아이는 "지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이가 아닌 학원을, 주변의 말에 더 초점을 주고 있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나는 이 문장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졌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자란다.'
학원보다 아이를 더 믿는 부모들이 많아지기를, 서로의 마음이 불안해질 때 '아이'에게 초점을 옮길 수 있도록 돕는 이웃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어쩌면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기형적인 한국의 교육 현실을 조금씩 바꿔나갈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이 학원 '라이딩'에 열심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라이딩 인생'의 포스터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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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상담심리사. 심리학, 여성주의, 비거니즘의 시선으로 일상과 문화를 바라봅니다. 모든 생명을 가진 존재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