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에 개봉한 자폐 소녀와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 법정 영화 <증인>은 253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했고 주연을 맡은 정우성은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대상을 수상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증인>을 통해 장편 영화에 데뷔한 문지원 작가는 "<증인>의 자폐 소녀 지우(김향기 분)가 변호사가 되면 어떨까"라는 상상으로 집필한 드라마가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다.

신생 케이블 채널 ENA에서 0.95%의 초라한 시청률로 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상승하다가 17.53%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에서도 6억6200만 시간의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오징어 게임 1,2>, <눈물의 여왕>에 이어 넷플릭스 한국드라마 시청시간 역대 4위에 올라있다(넷플릭스 TOP10 집계 기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가장 큰 볼거리는 문지원 작가와 박은빈이 만들어낸 우영우의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드라마를 좋아하는 한국 시청자들은 우영우가 나오기 9년 전, 비슷한 매력을 가진 순수하고 매력적인 자폐 스팩트럼을 가진 의사를 만난 적이 있었다. 2013년 KBS를 통해 방송됐고 미국과 일본, 중국, 튀르키예에서 리메이크됐던 주원과 문채원 주연의 <굿닥터>였다.

 <굿닥터>는 MBC의 <불의 여신 정이>,SBS의 <황금의 제국>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굿닥터>는 MBC의 <불의 여신 정이>,SBS의 <황금의 제국>을 제치고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굿닥터> 홈페이지

영화, 드라마, 뮤지컬 넘나드는 배우

고교 시절부터 연기를 전공한 주원은 2006년 뮤지컬 배우로 데뷔해 <싱글즈>와 <그리스>, <스프링 어웨이크닝> 등에 출연하면서 뮤지컬계의 유망주로 이름을 알렸다. 2010년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TV드라마에 진출한 주원은 배다른 형 탁구(윤시윤 분)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구마준 역을 잘 소화하며 주목 받았고 2011년에는 KBS 주말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을 통해 KBS 연기대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2011년과 2012년 <특수본>과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에 출연하며 영화로 활동 범위를 넓힌 주원은 2012년 드라마 <각시탈>에서 주인공 이강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일제시대 배경에 항일정신을 주제로 했던 <각시탈>은 한류스타들이 잇따라 출연을 고사하면서 신예였던 주원에게 기회가 돌아갔는데 결과적으로 <각시탈>은 최고시청률 27.3%를 기록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다.

<각시탈>을 통해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주원은 2013년 <7급 공무원>에 이어 <굿닥터>에서 자폐성 장애 3급과 서번트 증후군 진단을 받은 성원대학교 병원 소아외과 레지던트 박시온을 연기했다. <굿닥터>는 21.5%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완성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고 주원은 그 해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과 네티즌상, 베스트 커플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전성기를 열었다.

2014년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 인기상을 수상하며 KBS 연기대상 4년 연속 수상의 기쁨을 누린 주원은 2015년 SBS 드라마 <용팔이>에 출연했다. <굿닥터>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의사 역을 맡은 주원은 <굿닥터>의 박시온과는 다른 <용팔이>의 김태현 캐릭터를 잘 소화하며 <별에서 온 그대> 이후 1년 반 만에 SBS 수목드라마를 시청률 20%로 이끌었고 그 해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7년5월 현역으로 군에 입대해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하며 병역의무를 마친 주원은 전역 후 드라마 <앨리스>에 이어 2022년에는 넷플릭스 영화 <카터>에 출연했다. 주원은 지난 2020년에는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 촬영을 끝냈지만 코로나19와 곽도원의 음주운전으로 3년 이상 개봉이 미뤄졌다. 하지만 작년 연말에 개봉한 <소방관>이 385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주원은 영화에서도 첫 흥행작을 만들었다.

박시온을 통해 '굿닥터'가 되는 의사들의 이야기

 주원은 <굿닥터>로 2013년 KBS 연기대상에서 4개의 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열었다.
주원은 <굿닥터>로 2013년 KBS 연기대상에서 4개의 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열었다.KBS 화면 캡처

<굿닥터>를 집필한 박재범 작가는 OCN 드라마 <신의 퀴즈> 시리즈로 이름을 알린 후 2017년 <김과장>과 2019년 <열혈사제>, 2021년 <빈센조>를 집필하면서 스타작가로 명성을 떨쳤다. <굿닥터>는 박재범 작가의 지상파 장편 데뷔작이었는데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의학 드라마를 따뜻하게 풀어내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박재범 작가는 2013년 코리아 드라마 어워즈에서 작가상을 수상했다.

사실 <굿닥터>는 의학 드라마이기 때문에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 물론 트라우마(외상)나 어레스트(심정지), 어레인지(수술방 예약)처럼 의학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들도 있었지만 병명이나 시술 등을 의미하는 의학용어들은 일상에서 거의 듣기 힘들다. 하지만 <굿닥터>는 전문직종인 의사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드라마 <굿닥터>는 서번트 증후군을 가진 소아외과 레지던트 박시온이 '굿닥터'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면서 세상에 찌든 의사들이 박시온을 통해 좋은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실제로 초·중반까지만 해도 출세를 위해 접대 등 병원 내 정치에만 몰두하던 소아외과 과장 고충만(조희봉)은 박시온에게 감화돼 써전으로서 정체성을 되찾고 좋은 의사로 변모했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유연석이 연기한 안정원 교수는 병원 내 유일한 소아외과 전문의로 율제병원 내에서도 소아외과는 상당히 열악한 학과로 표현된다. <굿닥터>의 배경이 되는 성원대학교 역시 소아외과가 병원 내에서 수익은 적고 운영은 어려운 천덕꾸러기 학과로 나오는데 최우석 원장(천호진 분)과 김도한 교수, 박시온의 노력으로 성원대 소아외과는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명맥을 유지한다.

<굿닥터>는 영화와 드라마를 모두 합친 대한민국 영상물의 해외 리메이크 사례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2017년 미국 ABC 채널에서 방송된 드라마 <굿닥터>는 작년까지 7개의 시즌이 제작·방영됐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야마자키 켄토와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일본 리메이크 버전도 13%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웹툰이 연재 되기도 했다.

박시온도 반한 이상적인 의사 선생님

 문채원이 연기한 차윤서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박시온과의 사랑을 이어간다.
문채원이 연기한 차윤서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극복하고 박시온과의 사랑을 이어간다.KBS 화면 캡처

고 이선균의 드라마 유작이 된 <법쩐> 이후 2년 넘게 차기작이 없는 문채원은 한창 활발하게 활동하던 2013년 <굿닥터>에서 성원대병원 소아외과 펠로우(전임의) 2년 차 차윤서를 연기했다. 뛰어난 의술과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씨, 끈끈한 동료애를 겸비한 이상적인 의사를 대변하는 인물로 김도한 교수의 오른팔이다.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재원이지만 놀랍게도 박시온을 만나기 전까지 '모태솔로'였다.

주상욱은 <굿닥터>에서 정치에 몰두하는 과장 대신 소아외과를 이끌고 가는 김도한 교수 역을 맡았다. 김도한은 <굿닥터>에서 <하얀 거탑>의 장준혁이나 <증증외상센터>의 백강혁 같은 천재 의사 캐릭터를 담당했다.<굿닥터>가 통속적인 연애 드라마였다면 박시온,차윤서와 삼각관계를 형성했겠지만 김도한에게는 유채경(김민서 분)이라는 연인이 있기에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의 멘토 역할에 충실했다.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을 오가면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고창석은 <굿닥터>에서 소아외과의 시니어간호사 조정미를 연기했다. 험악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다정한 말투와 귀여운 행동으로 어린이 환자들에게 인기가 높지만 사실 과거엔 무서운 조폭 두목이었다. 응봉동 연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의 범인이 목격자를 죽이기 위해 병원으로 왔을 때는 전직을 살려(?) 범인을 제압하기도 했다.

어린이 병동의 최장기 입원환자이자 최연장자, 유일한 중학생인 나인해 역은 <펜트하우스>의 배로나로 유명세를 떨쳤던 아역배우 시절의 김현수가 맡았다. 어린 시절부터 오랜 병원 생활로 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하면서 죽음에 대한 공포 대신 초연함이 생긴 아이다. 인해는 차윤서를 좋아하는 박시온, 친언니 인영(엄현경 분)을 짝사랑하는 한진욱(김영광 분)의 연애 상담을 해줄 정도로 나이에 비해 조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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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아재 굿닥터 주원 문채원 주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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