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의 한 장면KBS
-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나갔습니다. 다른 때와는 다르게 방송을 끝낸 소회는 어떠신가요?
"2월28일 예정이었던 방송은 불방되었고, 그와 관련된 사항은 아직 진행 중이라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2월 21일 부정선거와 관련된 1편이 나갔고, 시청률이 잘 나왔습니다. 그래서 부담감을 많이 느꼈고, 방송을 어떤 주제로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처음부터 2부로 나갈 예정은 아니었고, 아이템을 찾으면서 현 시국과 어울릴 만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유튜브 알고리즘과 관련된 방송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알고리즘 및 확증 편향에 관련된 내용을 내려고 했는데, 1부 '선거를 믿지 않는 사람들'에 이어 2부로 제작하자고 결정했습니다."
- 음모론과 가짜뉴스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기획한 것은 유튜브 알고리즘과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처음 한 것은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현장에 참석자들이 어떤 영상을 보고 정보 얻는지 알고 싶어서 헌법재판소 근처의 집회 현장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캡틴 아메리카' 복장을 한 사람이 지나가길래, 인터뷰 가능하냐고 물어봤더니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인터뷰를 잠깐 하고 보냈고, 다시 집회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친구가 저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대수롭지 않게 하는말을 흘려들었었습니다."
- '캡틴 아메리카'를 몰랐나요?
"만나기 하루 전 국가인권위에 그 복장을 하고 갔었다는 얘기는 들었습니다. 제가 만난 날이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얘기만 들었지 그전까지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저에게 할말이 있다고 해 조용한 데 로 갔고 그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본인이 <스카이데일리> 허 기자와 기사를 작성했며 해당 기자의 명함을 보여줬었습니다. 그 당시 현장에서는 녹취는 안줬고, 당일 밤 10시경 제 휴대폰으로 허 기자와의 통화 녹취 내용을 4개 보내왔습니다. 들어보니 이 친구가 허 기자와 진짜로 기사를 썼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 인터뷰를 요청했고 2시간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듣다 보니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촬영을 다 취소하고 그 친구와 5시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왜 그렇게 자기 얘기를 했을까요?
"저희가 녹취록과 문자들을 분석한 결과 안병희씨가 <스카이데일리>의 허 기자와 같이 총 7개의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그런데 안병희 씨 말에 따르면 그쪽에서 자신에게 갑질한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기사가 굉장히 많은데 거기에서 소극적으로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안병희 씨는 자신의 기사를 작성해줄 언론사를 찾는 와중에 저를 만난거고 두 번째 타깃이 제가 된 것입니다."
- <스카이데일리>는 작은 언론사라 그게 가능했을지도 모르는데 KBS도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허황되지 않나요?
"제가 다른 PD들이나 기자들 보다 스마트하게 생기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친근하게 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카이데일리>가 생각보다 우파 진영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신문사더라고요."
- 궁금한 게 안병희 씨 말이 어디까지 사실일까요
"저희가 취재를 해봤더니 스카이데일리의 허 기자는 미국 워싱턴 중앙일보 편집국장 이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카이데일리 대표나 정치부장 같은 경우에도 기자 경력이 꽤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들이 안병희 씨에게 속아서 기사를 썼는지, 아니면 속은 척하고 기사를 썼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안병희 씨를 5시간 인터뷰하면서 느낀 것은, 솔직히 저도 속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복장도 특이한데 자신이 CIA 요원이라고 하며 신분증을 보여줬는데 말이 안 되는데도 믿을 수밖에 없는 설득력이 있는 말들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하는 이야기를 지금 생각해 보면 진실과 거짓을 너무 잘 섞어 놓으니까, 저희가 어떤 게 진실이고 어떤 게 거짓인지 판단하기가 힘들었습니다."
-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이미 스카이데일리도 검증했을 거로 생각합니다만 저희도 검증하자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CIA 요원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자고 했습니다. 저희에게 보여준 신분증들이 유엔 신분증, CIA 신분증, 미군 신분증 등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주한미군이나 미 대사에게 공문을 보내서 미군에 근무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는 것이었는데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확인된 것이 두 군데인데, UN에서 이 신분증은 가짜라고 확인해 주었고, 미군 장교가 해당 신분증은 가짜라고 확인해 주었죠.
그런데 안병희 씨가 반론하는 것이 신분증이 사실 블랙 요원으로서 위장으로 갖고 있는 것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미국을 중심으로 해당 신분증을 검색해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찾은 것이 미국 내에 신분증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었습니다. 연극 연기자들을 위한 소품제작 사이트였고 안병희 씨의 신분증과 비교해서 확인해보니 사이트 내에 있는 견본과 바코드 일련번호와 아이디 넘버가 다 일치한 것을 확인하고 안병희가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신분증 만들겠다고 생각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신분증 왜 만들었다고 하나요?
"왜 만들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지는 않았습니다. 제 생각에는 그냥 소장용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원래 그 사이트가 코스프레(연극소품) 전문 사이트거든요."
- 안병희 씨와 인터뷰 5시간 했는데 어땠나요?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도 이 사람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헷갈렸습니다. 방송 나간 이후에 댓글 보면 정치인도 PD도 기자도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속는 척했다는 댓글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속았다고 생각합니다."
- 말 잘하나요?
"말 잘합니다. 사람이 거짓말 하기 전에는 제스처나 눈빛, 행동들이 약간 달라지잖아요. 그런데 그게 전혀 없이 질문하면 머뭇거림 없이 바로바로 답변하니까 이게 진짜인지 거짓인지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방송에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촬영 막바지에 이 친구가 저희한테 약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자기가 3년 전부터 조울증약을 먹고 있다고요"
- <스카이데일리> 기자와 안병희 씨의 통화 들어보면 안 씨는 <스카이데일리> 편집국장급인 것 같아요. 일반인인데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궁금해요.
"그 과정이 있는데, 대통령 탄핵 이후에 안병희 씨가 한남동 관저 근처에서 미군 복장으로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우연히 스카이데일리의 이사가 지나가다 미군이 보이니 궁금해서 물어보고 명함 주면서 어떤 사람이냐 물어봤더니 자기 신분을 얘기한 게 시작입니다. 그래서 안병희를 더 만나 정보를 얻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스카이데일리>도 안병희와 이야기를 나누니 CIA라고 했나봐요 그래서 검증해야 하니까, 국정원 전 직원이나 여러 사람들에게 검증했겠죠. 사실 국정원도 CIA 블랙요원을 검증할 수 있을까요? 못합니다. 이건 불가능하니까 그냥 이야기와 경험을 통해서 하다 보니 그렇게 시작한 것 같습니다."
- 어쨌든 언론사잖아요. 언론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검증 아닌가요? 그런데 <스카이데일리>는 검증 안 하고 느낌만으로 안병희 씨를 믿은 거잖아요. 그게 이해 안 가요.
"<스카이데일리>의 반론은 자기 나름대로 여러 채널을 통해 검증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분들은 사실 블랙 요원을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검증을 전 국정원 직원에게 부탁했는데 아마 현 국정원 직원도 CIA블랙 요원을 검증하기 힘들거라고 생각 합니다. 저희도 국정원에 문의하니 알 수 없다고 답변을 들었고요. 아마도 전 국정원 직원은 자기 경험을 토대로만 검증할 수밖에 없으니 쉽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저희는 다각도로 검증을 해봤고 UN이나 미군, 그리고 미 사이트에서 알아보고 확인해서 안병희 씨가 가짜라는 것을 확실히 시청자에게 증명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 전직 국정원 직원도 만나셨던데 전 국정원 직원이면 검증이 가능했을 것 같은데 안병희 씨를 믿었다는 게 이해 안 가요.
"이 직원분은 2001년 국정원 게이트 문제로 해고된 것으로 알고 있고 국정원을 그만둔 지 20년이 넘은 사람이었고 안병희 씨는 디시인사이드라든가 일간베스트 커뮤니티에서 몇 년 동안 활동해 오다 보니까 그런 종류의 정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 생각에는 국정원 직원도 안병희 씨의 언변에 넘어간 거 아닌가 생각이 들긴 합니다."
- <스카이데일리> 보도를 극우 유튜브가 확산시킨 건가요?
"극우 유튜버라고 단정 짓기 힘들지만, 유튜브를 통해 확산된 건 맞다고 봐야죠. 유튜버들은 대부분 어떤 이슈/논쟁거리가 있어야 콘텐츠를 제작하잖아요. 선관위 99명 간첩단 기사만 봤을 때 이슈 거리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 안병희 씨는 어떻게 자신이 말한 게 거짓이라고 밝힌 건가요?
"안병희 씨와 인터뷰 후 저희는 신분을 검증해야 하고 인터뷰 내용의 펙트를 확인해야 하기에 안병희 씨를 검증하기 전까지는 의심할 수밖에 없잖아요. 제가 신분이 확인되기 전까지 당신이 하는 얘기는 100% 믿지 않고 있고 지금 확인 작업을 하고 있으며 미국 쪽에 공문 보내 확인하고 있다고 여러 번 얘기했었어요. 그랬더니 이 친구가 부담감을 느꼈던 거 같아요. 아마 자기 신분을 들킬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저를 떠보기 시작하는 거예요. 저희가 여러 번 만났거든요. 밥도 같이 먹고 하는 중에 마지막 만남에서 집에 잠깐 와보시라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저에게 신분증을 더 보여주겠다고 하면서 그러면서 그때 얘기한 거예요."
- 안병희 씨가 사기극 벌인 이유는 우파에 힘을 실어 주고 싶었다고 나오던데 왜 힘 실어 주고 싶었다고 하나요?
"이 친구는 디시인사이드나 일간베스트내의 보수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보수 성향으로 활동하던 거로 알고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을 이 시국에 어떻게든 구해내려면 뭐든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단 집회 현장에 매일 갔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 이때 <스카이데일리>를 만났고 기회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을까요?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전 세계적으로 약 3%가 이러한 주장을 믿고 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허위 정보, 가짜 뉴스, 그리고 음모론은 여러 차례 존재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관동 대지진 당시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주장이나 유럽에서의 유대인 학살 사건 역시 음모론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번 방송의 초점은 허위 정보의 근원을 추적하고, 이러한 정보가 어떻게 재확산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안병희 씨와 <스카이데일리>의 문제는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의 한계와 문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매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얼마나 빠르게 대중에게 퍼지는지를 보여주며, 이러한 가짜 정보를 접한 대중이 왜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되는지를 고민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저는 거짓 정보로 인해 대중의 편향된 시각이 형성되는 이유가, 영향력 있는 정당이나 정치인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고 '이게 맞다'라는 신뢰를 심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이 '이게 맞다'고 주장하는 순간, 대부분의 국민들은 그들이 자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라 믿게 되고, 의심이 확신으로 변하면서 혼란이 가중됩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언론과 정치인 모두가 문제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과 분열, 갈등이 조성된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는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경각심을 갖고, 팩트 체크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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