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내세우며 벌인 일, 이게 말이 됩니까?

[리뷰] 넷플리스 시리즈 <제로 데이>

(* 이 글은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내란이 일어난 뒤 10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시민들이 생각하는 정의는 구현되지 않고 있다. 탄핵 심판이 선고되면, 중간 정리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란 그 자체는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아야 한다. 탄핵이 가결되어도 탄핵 반대를 외치는 극우 집단의 행동은 멈추지 않을 것이고, 탄핵이 부결된다면 탄핵 찬성을 외치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서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탄핵 이후 내란 혐의에 대한 형사 처벌은 향후 언제까지 이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2024년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울분에 빠져있다. 참담한 시간들의 끝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어쩌면 넷플릭스 시리즈 <제로 데이>가 미래를 보여줄 수도 있다.

의문의 디지털 공격과 참사

 넷플릭스 시리즈 <제로 데이>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시리즈 <제로 데이> 중 한 장면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제로데이>는 원인 모를 디지털 공격에서 시작된다. 1분간 미국 전역에서 모든 통신, 전기 기능이 마비됐다. 이로 인해 50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미국 대통령 에블린 미첼은 그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전국민적 호감도를 가지고 있는 전임 대통령 조지 멀린에게 진상조사 위원장 자리를 제시한다. 멀린은 은퇴 후 편안히 살고 있었지만 국가의 안전을 위해 제안을 승낙한다.

조지 멀린이 맡은 진상조사위원회는 초헌법적 권력을 지닌 위원회였다. 이로 인해 언론과 상대 정당에서 강한 공격을 받는다. 조지 멀린은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고, 사건을 일으킨 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조지 멀린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원들은 몇몇 사람을 마주한다.

조지 멀린이 조사하며 사건의 진앙지로 주목했던 건 자신의 채널을 통해 조지 멀린을 힐난하는 정치평론가 에반 그린이었다. 에반 그린은 자유와 미국적 가치를 내세우며 미국 서민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카메라 뒤의 그는 귀족적 생활을 누리고 있으며, 사건의 진상이나 철학은 전혀 없이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에반 그린은 조지 멀린의 사생활을 들추어내고, 군중을 선동하며 조지 멀린의 수사를 방해한다. 한 사건 때문에 그는 체포되지만, 그때에도 자기 채널의 상품과 시청률이 올라갈 거란 생각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고심한다. 이후 본격적인 취조가 시작되자 겁에 질려 자신의 탈세 사실을 고백한다. 그는 실질적으로 사건과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다.

사건의 배후

 <제로데이>의 한 장면
<제로데이>의 한 장면넷플릭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미국 국회 하원의장 리처드 드라이어가 있었다. 그는 조지 멀린의 조사 과정을 항상 비토하며 자신이 조사위원장이 되어야 한다고 물밑 작업을 했던 상대당의 권력자였다. 조지 멀린은 리처드 드라이어를 추궁한다.

"난 이 나라에 스스로 구원할 마지막 기회를 준 겁니다. 우리한테 몇 년이나 남은 것 같아요? 국민 절반이 거짓과 음모로 가득한 열에 들뜬 꿈에 사로잡혔고. 나머지 반은 인칭 대명사 타령하며 불만 사항에 순위를 매겨요." (리처드 드라이어)

"민주주의 파괴로 나라를 구할 수는 없어요." (조지 멀린)

(중략)

"위원회의 권한을 적절히 활용한다면요. 일시적으로 또 정밀하게 쓴다면요. 대통령이 나에게 위원장직을 주었다면 이 문제는 진작에 해결됐을 겁니다." (리처드 드라이어)

"권력을 잡았던 모든 독재자는 항상 일시적일 뿐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끝나고 나면 뭐가 남았는지 압니까? 무덤과 폐허예요. 한 번도 그러지 않았던 적이 없어요." (조지 멀린)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해줄게요. 난 임기가 끝날 때 물러날 겁니다. 다른 의원들(이번 사건의 공범)도 그렇게 만들 거고요." (리처드 드라이어)

하원 의장 리처드 드라이어는 사회에 존재하는 수많은 외침들을 혼란이라고 규정하며, 이를 소멸하는 게 나라를 안정시키는 일이라 확신했다. 국민들에게 쥐어진 자유가 얼마나 취약한 것임을 알려주기 위해 이 모든 사건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리처드 드라이어는 자신들은 아무런 문제 없이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고 이곳을 떠날 것이라 예견했다.

조지 멀린, 그리고 드라마 <제로데이>가 보여주는 건 인간에게 빼앗을 수 없는, 그러나 가장 소중한 '가치'다. 우리가 2024년 12월 3일에 빼앗길 뻔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걸 지키고자 했던 이가 작중 내내 과거를 의미하며, 어쩌면 늙어버려 시대적 효용이 없다는 비판을 들었다. 조지 멀린은 결과적으로는 조금 답답하고, 이제는 구태의연해 보이는 방식으로 그 '가치'를 찾아냈다.

이 작품을 보면서, 2024년 12월 3일 이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이라면 누구가 그 '가치'가 무엇인지 알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걸 지키는 구태의연한 방법이 무엇인지도 알고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다.
넷플릭스 제로데이 내란 민주주의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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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사회복지학 학사 졸업. 사회학 석사 졸업. 사회학 박사 수료. 현직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