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주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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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선배에게 '후배들 연기가 마음에 안들 때 어떤 생각이 드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정민이 형은 "저 친구의 능력치가 60인데 너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그럼 도와줘야지, 우린 동료잖아'라고 하더라. 저는 매일매일 조금 더 친절해지고 싶다. 타인이나 동료, 혹은 그저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작은 친절함일지라도, 앞으로 계속 그럴 수 있는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에서 사람을 살리는 냉철한 의사 '백강혁' 으로, 현실에서는 유쾌하고 친절한 배우를 꿈꾸는 주지훈이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사했다.
회의하다 멱살잡기 직전까지... 주지훈이 들려준 '중증외상센터' 뒷이야기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는 배우 주지훈이 출연했다.
웹소설과 웹툰을 원작으로 한 <중증외상센터>는 한국 메디컬 드라마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국내-해외에서 모두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특히 주인공 백강혁 역을 열연한 주지훈은, 팬들은 물론이고 원작자로부터도 '주지훈이 아닌 백강혁을 상상할수 없다'는 극찬을 들을 만큼 인생 연기를 선보였다.
등장부터 극중 백강혁의 연기톤을 재현한 인사말을 선보여 웃음을 자아낸 주지훈은 "열심히 찍었지만 시청자들이 좋아해주시면 그것만큼 좋은 게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드라마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방영 중간에 단체 팬미팅까지 했을 정도라고.
주지훈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궁>, <신과 함께>, <킹덤>, <조명가게> 등 유독 만화 원작 작품과 인연이 많은 배우다. <증중외상센터>의 흥행으로 '주지훈이 출연한 원작 배경 드라마는 무조건 성공한다'는 공식이 다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지훈은 "만화는 1프레임이지만, 동영상은 24프레임이다. 만화를 영화나 드라마로 옮겼을 때는 남은 23프레임을 어떻게 채워넣어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다. 만화와 영상이 독자를 설득하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원작대로 하다보면 설명이 지나쳐서 자칫 극의 긴장감을 잃을수 있다"며 원작을 영상화하는 과정의 고충을 밝혔다.
<중증외상센터> 제작 과정에서 주지훈이 보여준 남다른 열정은 큰 화제가 됐다. 주지훈은 작품을 위해 배우가 직접 투자자·제작자를 직접 설득하는가 하면, 제작진-동료 배우들과 장시간 아이디어 회의에 빠짐 없이 참여하는 열정을 보였다. 실제로 리얼리티에 충실한 의학적 재연과, 드라마를 위한 극적 허용 사이에서 정도를 조절하는 데 많은 고민을 거듭했다고.
주지훈은 <중증외상센터> 제작 현장이 매우 치열했다고 밝혔다. "작품에 정답이 없으니까. 회의하고 촬영하고 다시 모니터로 확인하는 작업을 반복하면서, 때로는 거의 멱살잡기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 정도로 다같이 열정이 넘쳤다"면서 "그 덕분에 드라마가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라, 카타르시스 있는 활극이 될수 있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처럼 뜨거운 인기와 높은 완성도에 힘입어 <중증외상센터>는 현재 시즌2가 논의중이라고.
함께 공연한 추영우·하영·정재광 등 젊은 후배 배우들과 스스럼 없이 소통할수 있었던 비결도 밝혔다. 주지훈은 "저희는 '대학교 스터디'를 하듯이 회의를 했다. 먼저 저와 감독님이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후배들에게 일부러 보여줬다"면서 "신인 배우들도 주눅들지 않고 스스럼없이 의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나중에는 후배들도 듣고 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서로 가감없이 의견을 나눌수 있었다"고 했다.덕분에 <중증외상센터> 배우들은 극중에서만이 아니라 실제로도 '원팀'이 될 수 있었다.
"보이는데도 넘어가면 직무유기" 주지훈의 '일의 태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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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은 평소 남다른 친화력으로 유명하다. 황정민이나 김윤석같은 대선배들에게도 친근하게 대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어느덧 본인이 선배의 입장이 된 요즘은 오히려 "후배들의 눈치를 엄청 본다"며 의외의 고충을 토로했다.
주지훈은 "요즘은 제가 외딴 섬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현장에서 놀이공원처럼 곳곳에서 온갖 웃음꽃이 만발하다가, 제가 들어가서 인사하면 조명이 꺼지듯이 웃음소리가 멈추더라"는 웃픈 일화를 고백해 폭소를 자아냈다.
주지훈은 자신이 연기한 백강혁과의 공통점으로 "현장에서 보이는 것들을 거침없이 이야기하는 직설적인 성격"을 꼽았다. 주지훈은 "그런 걸 피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중증외상센터> 때는 한창 온도가 높고 깊은 회의를 이어가다 보니 모두가 힘들어했다. 그때 누군가 제게 '이 작품으로 세계 1등 하려고 그러시냐'고 묻더라"는 일화를 떠올렸다.
이에 대한 주지훈의 답변은 "이 작품의 목표는 세계 1등이 아니다. 근데 세계 1등 하지 말라는 법이 있나? 우리가 혹시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면 너무 후회스럽지 않겠나"였다. 그러면서 자기 소신을 밝혔다.
"보이는데도 넘어가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는데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편할 것 같지만 그 기억이 저에게 남는다. 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노력은, 하늘과 땅을 속일 순 있어도 제가 저를 속일 순 없다."
또다른 만화 원작 드라마 <궁>으로 처음 스타덤에 올랐던 주지훈은, 정작 당시에는 특정한 이미지에 귀속 될까봐 한때 빨리 이미지를 벗기 위해 조급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궁>처럼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작품을 한두 편 더 할 걸 하는 생각이 들어 후회했다"고. 최근 출연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 극중 주지훈은 자신의 전작인 <궁>의 OST를 18년 만에 열창하는 '셀프 오마주'로 팬들을 위한 추억의 이벤트를 선보이기도 했다.
극중에서 항상 냉철하고 세련된 '황태자', '도시남'으로 나오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의 주지훈은 '수다쟁이'로 유명하다고. 동료배우 김남길이 '주지훈은 너무 말이 많다'고 폭로하자, 그는 억울해하며 "저는 쓸데있는 이야기를 한다. 저보다 말이 더 많은 김남길은, 술도 안 마시면서 맨정신에 쓸모 없는 이야기를 계속 한다"고 반박했다.
"작은 친절 베푸는 배우로 남고 싶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tvN
정작 집안에서는 "일반적인 80년대생 아들"이라고 자신을 정의한 주지훈은, 부모님이나 친동생과도 별다른 대화나 감정 표현을 나누지 않는 현실 '찐가족'의 모습을 고백했다.
사실 주지훈은 어린 시절 넉넉하지 않은 집안 환경에서 자랐다. 좁고 단열도 안 되는 단칸방에 살면서 목욕물도 연탄불에 끓여 씻어야 했을 정도라고. 주지훈은 "저희 집은 굉장히 유복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런 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주지훈은 "건축 노동일을 하시던 아버지는 비가 와서 일을 못하는 장마가 휴가 시즌이었다. 어머니는 비가 오면 부침개를 부쳐주곤 했다"면서 "그게 너무 좋았고 행복한 기억이었다"고 했다.
어느덧 데뷔 20년차가 된 주지훈은 "진짜 인복이 많았다"고 회고하며 "제가 가진 직업이 어떻게 보면 비참할 정도로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좋은 선배와 동료, 스태프들이 도와준 덕분에, 제가 배우가 아닌 일상에서도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겸손하게 고백했다.
한편으로 주지훈은 "배우 20년차지만 전혀 익숙해지지 않는 게 있다. 현장에서 감독님이 '레디 액~션'을 외칠 때마다 뭔가 날카로운 것에 베이는 기분이 든다"고 배우로서의 고충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거다. 정답이 없는 작업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넘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 지금까지 함께 작업해온 자체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도움을 받으면서 이 자리까지 온 것처럼, 주지훈은 앞으로는 본인이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친절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주지훈은 '연기력이 좀 부족한 후배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동료로서 도와줘야 한다'는 황정민의 조언에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고.
어느덧 본인도 성공한 배우이자 선배의 위치가 된 주지훈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고 싶다. 그게 목표이자, 현재도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면서 "그 친절함이 어떤 때는 열정으로, 누군가에게는 피곤한 잔소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타인, 동료에게 '작은 친절'을 베푸는 배우로 남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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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등 하려 그러냐" 뼈 있는 질문에 주지훈이 내놓은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