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 18분 선제 득점을 만들었던 광주FC 박정인
한국프로축구연맹
"팀으로 하기에 누구 하나 빠졌다고 무너지지 않는다. 내일도 한 번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
2점이 뒤처진 상황 속에서 시작했지만, 이정효 감독은 팀으로 이겨낼 수 있다고 장담했다. 그리고 그 말은 현실이 됐다.
이정효 감독이 이끄는 광주FC는 12일 오후 7시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25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16강 2차전에서 비셀 고베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광주는 1차전 패배(2-0)를 뒤집고 시민구단 최초로 AFC 주관 대회 8강 진출에 성공해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할 수 있게 됐다.
역전극을 노렸던 광주는 4-4-2 전형으로 나왔다. 김경민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포백에는 김진호·조성권·민상기·이민기를 세웠다. 중원에는 오후성·박태준·이강현·아사니가, 고베의 골문은 박정인과 헤이스가 조준했다.
고베는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마아케와 다이야 골키퍼를 필두로 포백은 히로세·야마카와·마테우스 툴레르·이와나미가 지켰다. 중원은 구와사키·오기하라·이데가, 최전방에선 사사키 다이쥬·미야시로 다이세이·오사코 유야가 광주의 골문을 노렸다.
전반 시작과 함께 광주가 기회를 잡았다. 전반 5분 오후성이 슈팅을 때렸지만, 마에카와가 막아냈다. 이후 점유율을 높여가며 공격을 진행했고, 결국 선제 득점을 만들었다. 전반 17분 프리킥 상황에서 박태준의 크로스를 받은 박정인이 헤더로 고베의 골망을 갈랐다.
광주가 공세를 이어갔다. 전반 27분에는 김진호가 오버래핑 후 크로스를 시도했으나 마에카와가 막았다. 또 전반 33분에도 오후성의 패스를 받은 헤이스가 1대 1 상황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수비벽에 막혔다. 고베도 반격에 나섰으나 수비벽을 뚫지 못했고, 전반은 종료됐다.
후반 시작과 함께 광주가 기세를 이어갔다. 후반 1분 아사니가 좌측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분위기를 연이어 내준 고베는 후반 10분 다이세이를 빼고 무토 요시노리를 투입하며 교체를 활용했다.
하지만 광주의 공세가 이어졌다. 후반 19분 헤이스가 기습적으로 중거리 슈팅을 날렸지만, 마에카와가 막았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는 조성권이 헤더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막혔다.
광주가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20분 박정인을 부르고 박인혁을 투입, 공격을 강화했다. 이어 광주는 후반 31분 이강현을 빼고 주세종을 투입, 공격의 고삐를 당겼다. 후반 36분에는 오후성의 크로스를 박인혁이 헤더를 날렸으나 상대 수비가 걷어냈다. 이 상황에서 핸드볼 파울이 의심돼 VAR을 진행했고 끝내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아사니가 깔끔하게 동점을 성공, 승부의 균형을 되돌렸다.
광주는 후반 45분 아사니가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골대 위로 벗어났다. 이후 후반은 종료됐고,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다. 연장 전반 9분 고베의 에릭이 슈팅을 기록했으나 빗나갔다. 광주도 반격했지만, 이렇다 할 장면을 만들지 못하며 끝났다. 연장 후반에도 광주의 기세는 이어졌고, 후반 2분에 아사니가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고베가 막았다.
부상 악재가 발생했다. 민상기가 햄스트링 부상을 호소했고, 브루노가 투입됐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연장 후반 25분 오후성을 빼고 최경록을 투입하며 득점을 노렸다. 결국 역전에 성공했다. 연장 후반 27분 아사니가 왼발 슈팅으로 골문 상단을 폭격했다.
이후 광주는 고베의 공세를 완벽하게 막아냈고, 3-0 승리를 통해 8강으로 진출했다.
'원팀'으로 싸운 광주, 저력 보여줬다
▲광주FC 이정효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광주는 아시아 무대에 처음으로 출전했으나 괄목할 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2023시즌 승격 첫해 리그 3위를 차지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진출권을 획득한 광주는 개편된 대회에서 '전통 강호'들을 제치고, 리그 스테이지 4위로 토너먼트 진출에 성공했다.
상대가 바뀌는 불운까지 겹치기도 했다. 당초 조호르 다룰 탁짐과 상대할 예정이었지만, 산둥 타이산이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서 기권을 하는 탓에 고베로 변경되는 변수를 맞았다. 이미 리그 스테이지 4차전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광주는 고베에 2-0으로 완패를 당했던 전적이 있었다.
특히 전반에는 단 한 차례도 슈팅을 날리지 못했고, 후반에는 페널티킥까지 내주며 굴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이어진 16강 1차전에도 분위기는 비슷하게 흘러갔다. 전반에는 48%의 점유율로 주도권을 내줬고, 슈팅 8번을 때렸으나 단 한 차례의 유효 슈팅을 날리지 못했다. 결국 전반에만 2실점을 허용하며 승기를 내줬고, 1차전에서 기선 제압에 실패했다.
2차전은 달랐다. 이 감독은 경기 전 기자회견을 통해 "고베와 두 번 했고, 유효 슛도 한 번도 못 때렸다. 그거에 대해 감독으로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또 많이 창피하다. 경기 승패에 상관없이 내일 경기는 꼭 한 골이라도 넣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각오했다.
이는 경기력에서 확실하게 드러났다. '에이스' 아사니뿐만이 아닌 모든 선수가 고베를 상대로 투지를 불태웠다. 최전방에 선발 출전한 헤이스·박정인은 경기장 온 구석을 뛰어다녔다. 특히 박정인은 선제 골을 터뜨리며 펄펄 날았다. 특중원을 책임졌던 박태준·이강현 역시 상대와의 거친 경합에도 물러서지 않았고 고베의 과감한 압박을 잠재우는 데 확실한 역할을 해냈다.
수비에는 '베테랑' 민상기가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오사코 유야를 꽁꽁 묶었고, 이민기-조성권-김진호 역시 제 몫을 다했다. 고베를 상대로 90분간 단 1개의 유효 슈팅만을 허용하며 원 팀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여줬다. 연장 돌입 후에도 광주는 지친 기색 없이 고베를 몰아쳤다. 단 한 개의 유효 슈팅을 허용하지 않으며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여줬다.
결국 광주는 연장 후반까지 공세를 이어갔고, 아사니의 환상적인 역전포까지 터지며 시도민 구단 역사상 최초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 8강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하며 웃었다. 선수 개인이 아닌 팀으로 싸웠고,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던 8강 진출을 이뤄냈다.
한편, 홈에서 짜릿한 승리를 챙긴 광주는 경북 김천으로 이동해 오는 16일 K리그 4라운드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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