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공연사진
(주)아이엠컬처
필자는 세 편 중 첫 번째 에피소드 '로키 - 파멸의 광대'를 관람했다. 렉싱턴 호텔 바의 쇼걸 '롤라 킨'의 결혼식 전날, 661호 객실에선 거짓말과 살인이 난무한다. 우스꽝스러우면서 동시에 미묘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광대 두 명이 롤라 킨의 과거를 들춰내고, 스스로 회상하고 고백하게 함으로써 문제의 그날이 무대 위에 재현된다.
코미디 장르인 만큼 광대를 비롯해 우스꽝스러운 캐릭터가 다수 등장하고, 음악과 안무 역시 현란하다. 그러나 극 자체가 가벼운 건 아니다. 마피아 보스인 알 카포네가 장악한 1920년대의 시카고는 폭력과 범죄, 마약과 음주 등으로 물든 욕망의 도시였다. 알 카포네가 직접적으로 등장하진 않지만, 꾸준히 이름이 언급되며 당시 시대상을 묘사하는 효과적인 도구로 이용된다.
작품의 유일한 공간적 배경인 렉싱턴 호텔 661호에는 그런 시카고가 압축돼 담겨있다. 롤라 킨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욕망에 따라 거짓말을 내뱉고, 살인과도 연루된다. 거짓으로 점철된 롤라 킨은 진짜 자신을 상실한 듯 보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롤라 킨을 단순히 악인으로만 이해하면 안 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
롤라 킨은 렉싱턴 호텔 661호를 벗어나려 하지만, 계속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 공간이 흡사 감옥처럼 느껴진다. 롤라 킨은 이 공간에 얽매인 꼴인데, 이는 곧 시대와 사회에 종속된 무력한 개인을 상징한다.
롤라 킨은 이 공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남자들을 이용하고자 하는데, 여기서 거짓과 살인이 발생한다. 롤라 킨의 탈출 시도는 계속되지만, 이는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극의 묘사나 롤라 킨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롤라 킨의 모든 행위는 욕망의 공간에서 살아남는 것, 즉 생존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다시 한 번 롤라 킨을 무력한 개인의 은유로 읽어낼 수 있는 이유다.
롤라 킨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해방하고자 했지만, 끝내 스스로를 해방한 건 롤라 킨 자신이었다. 한편,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빨간 풍선은 하나의 상징물로 무대를 지킨다. 롤라 킨의 해방과 더불어 빨간 풍선이 의미하는 바를 고민하며 관람하시길 권한다. 특히 빨간 풍선은 '로키 - 파멸의 광대'뿐 아니라 '루시퍼 - 타락 천사', '빈디치 - 복수의 화신'에도 등장한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공연사진(주)아이엠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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