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즈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 청백전을 지켜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 애슬레틱 그라운즈에서 열린 1차 스프링캠프 청백전을 지켜보고 있다.연합뉴스

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모기업 없이 스폰서를 받아 팀을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구단의 살림살이는 힘들 수 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9번이나 가을 야구에 진출했다. 또한 강정호와 박병호(삼성 라이온즈), 김하성(템파베이 레이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김혜성(LA다저스)까지 메이저리거 5명을 배출한 '빅리거의 산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매년 객관적인 전력보다 좋은 성적을 올리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했던 키움은 2023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2023년에는 MVP 이정후와 에이스 안우진(사회복무요원)이 부상으로 풀타임을 소화하지 못했고 2024년에는 이정후의 빅리그 진출과 안우진의 입대로 전력이 더욱 약해졌기 때문이다. 키움은 작년 5월 내야수 김휘집(NC 다이노스)을 트레이드 하면서 일찌감치 '리빌딩'을 선언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김혜성마저 메이저리그로 보낸 키움은 작년 23승을 합작했던 외국인 원투펀치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올해도 가장 유력한 최하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게다가 키움은 KBO리그의 트렌드와 달리 파격적으로 외국인 선수 2명을 투수가 아닌 야수와 계약했다. 과연 키움은 올 시즌 화끈한 공격 야구를 통해 꼴찌 후보에서 '돌풍의 팀'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투수진] 23승 합작한 외국인 원투펀치 해체

 2025 시즌 키움 히어로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
2025 시즌 키움 히어로즈 예상 라인업 및 투수진양형석

키움은 13승11패 평균자책점3.68을 기록했던 좌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kt 위즈)와 10승8패3.36의 성적을 올린 우완 아리엘 후라도(삼성)로 이어지는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헤이수스와 후라도는 10개 구단 외국인 듀오 중 가장 활약이 좋았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었다. 키움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야수 2명을 영입하기 위해 검증된 외국인 원투펀치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졸지에 올 시즌 키움의 외국인 에이스 자리를 맡게 된 선수는 LA 에인절스에서 활약했던 좌완 케니 로젠버그다. 빅리그 3년 동안 17경기에 등판해 2승3패4.66의 성적을 남긴 로젠버그는 지난 9일 NC전에서 4이닝3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히어로즈는 그 동안 앤디 밴 헤켄과 에릭 요키시, 헤이수스 등 뛰어난 좌완 외국인 투수가 많았었던 만큼 좌완 로젠버그에게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키움은 지난해 에이스 안우진이 빠지면서 국내 선수로 로테이션을 꾸리기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하영민은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 이닝을 넘기며 9승8패4.37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올해도 하영민이 키움의 2선발로 활약해줄 것이 유력한 가운데 프로 2년 차를 맞는 전준표와 김윤하, 선발로 9경기에 등판했던 이종민,루키 김서준, 윤현 등 젊은 투수들이 많은 기회를 얻을 것이다.

2023년 26세이브를 기록한 임창민(삼성)이 떠난 후 키움은 2024년 풀타임 마무리 투수 없이 1년을 보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33세이브를 기록했던 국가대표 출신 불펜투수 조상우(KIA 타이거즈)마저 트레이드 되면서 불펜이 더욱 약해졌다. 키움은 4승6패14세이브5홀드4.35의 성적으로 마무리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던 프로 4년 차 주승우에게 올해도 뒷문을 맡길 확률이 높다.

2023 시즌을 앞두고 히어로즈와 4년25억 원의 조건에 계약한 원종현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해주길 기대했지만 지난 2년 동안 24경기에 등판해 1승1패6홀드로 단 하나의 세이브도 올리지 못했다. 어느덧 만37세의 노장 투수가 된 원종현은 올 시즌 필승조로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여기에 상무 시절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졌던 사이드암 이강준도 불펜에서 힘을 보탤 예정이다.

[타격] '외국인 거포 듀오'로 던진 승부수

키움은 지난해 팀 타율(.264)과 팀 홈런(104개), 팀 타점(641개), 팀 득점(672개), 팀 OPS(출루율+장타율, .717)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에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머물렀다. 허약한 공격력은 리그 최고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거느렸던 키움이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이에 키움은 올 시즌 공격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시즌을 시작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택했다.

2022년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타율 .277 21홈런73타점을 기록하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던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는 만 34세의 베테랑 선수가 돼 키움에 복귀했다. 여기에 삼성 유니폼을 입고 단 3경기 만에 교체됐던 루벤 카디네스도 올해 키움 소속으로 활약하게 된다. 모험에 가까운 키움의 과감한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는 두 외국인 타자의 활약에 달려 있다.

키움은 2024 시즌이 끝나고 3년 연속 2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팀 내 최고스타 김혜성이 다저스로 떠났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의 빈자리를 타율 .340 19홈런104타점88득점21도루로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올린 송성문으로 메우려 한다. 송성문이 2루 자리에 순조롭게 적응한다면 송성문의 자리였던 3루는 이적생 강진성과 2년 차 고영우, 신인 여동욱, 전태현 등의 경쟁을 통해 주인을 가리게 된다.

키움이 외국인 외야수 2명을 영입하면서 이주형과 이용규, 임병욱, 김동엽, 이형종 등이 포진한 외야진은 양적으로 상당히 풍부해졌다. 반면에 김휘집 트레이드 후 확실한 주인을 찾지 못한 유격수 자리는 올해도 키움 야수진의 최대 약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김병휘와 이승원, 이재상 등 유망주들의 성장이 늦어진다면 올해도 키움의 유격수는 유틸리티 자원 김태진이 맡게 될 확률이 높다.

이지영(SSG랜더스)의 이적과 김동헌의 팔꿈치 수술로 포수난에 시달렸던 키움은 김재현이 주전 포수로 활약했지만 타율 .243 무홈런26타점27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키움은 작년 83경기에서 타율 .257 9홈런38타점을 기록한 유망주 포수 김건희를 발굴하는 성과도 있었다. 키움은 부상에서 복귀하는 김동헌과 뛰어난 장타력의 김건희가 올 시즌 주전 경쟁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주목할 선수] 광속구 우완 대신 선택한 좌완 유망주

 키움 히어로즈가 4일 대만 윈린현 더우류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 웨이좐 드래건스와 평가전을 끝으로 2025시즌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키움히어로즈 선수단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가 4일 대만 윈린현 더우류야구장에서 열린 대만프로야구 웨이좐 드래건스와 평가전을 끝으로 2025시즌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키움히어로즈 선수단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아마추어 투수들은 빠른 공을 던질수록 프로 구단들의 많은 주목을 받게 된다. 많은 아마추어 투수들이 프로 지명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구속 증가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지난해에도 또래 중 가장 빠른 시속 156km의 광속구를 던졌던 전주고의 정우주(한화 이글스)가 야구팬들과 스카우터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키움은 202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정우주가 아닌 덕수고 좌완 정현우를 전체 1순위로 지명했다.

김태형(KIA)과 함께 덕수고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이마트배 2년 연속 우승(2023~2024년)과 지난해 황금사자기 우승을 이끈 정현우는 대구고의 배찬승(삼성)과 고교 넘버원 좌완 자리를 놓고 다퉜다. 키움은 '고교 빅3' 정현우와 정우주, 배찬승 사이에서 고민하다 정현우를 선택했다. 정현우는 장재영(9억 원)과 안우진(6억 원)에 이어 히어로즈 구단 역대 3위에 해당하는 5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선발 로테이션 합류를 목표로 스프링 캠프 및 대만 구단들과의 연습경기를 통해 서서히 구위를 끌어올린 정현우는 지난 8일 NC와의 시범경기 개막전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3이닝을 투구한 정현우는 48개의 공을 던지면서 피안타 없이 2사사구4탈삼진 무실점으로 박민우와 김주원, 손아섭, 맷 데이비슨, 박건우, 권희동 등 주전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NC 타선을 꽁꽁 묶으며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올해 키움의 선발진은 외국인 투수 로젠버그와 2선발이 유력한 하영민 정도를 제외하면 '무주공산'이라고 해도 큰 과장이 아니다. 홍원기 감독과 키움 구단의 의도적인 이닝 관리가 없다면 정현우가 한 시즌 동안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경험을 쌓기엔 더 없이 좋은 조건이라는 뜻이다. 올 시즌 정현우가 선발투수로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키움은 안우진이 돌아오는 내년 가을 야구를 위한 승부를 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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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전력분석 키움히어로즈 야시엘푸이그 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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