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어데블: 본 어게인' 포스터
'데어데블: 본 어게인' 포스터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마블 히어로 시리즈물의 자존심 '데어데블'이 무려 7년 만에 신작 <데어데블: 본 어게인>으로 부활했다. 디즈니+마블은 지난 2015년 넷플릭스와 손잡고 <데어데블>(시즌1~3)을 시작으로 <제시카 존스>(시즌1~3), <루크 케이지>(시즌1~2), <아이언 피스트>(시즌1~2), <퍼니셔>(시즌1~2), 그리고 연합체 <디펜더스> 등의 드라마 시리즈를 선보이면서 기존 슈퍼 히어로 무비와는 차별화된 재미를 마련한 바 있다.

이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넷플릭스는 OTT 초기 시장을 장악하는 데 큰 힘을 마련했다. 뒤늦게 디즈니가 독자적인 플랫폼 디즈니플러스를 개설하면서 양사의 협업은 2019년을 끝으로 막을 내렸고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던 히어로 4인방의 미래 또한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과연 향후 신규 작품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궁금증만 키웠던 차에 데어데블/맷 머독(찰리 콕스 분)이 영화 <스파이더맨 : 노웨이홈>(2021)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합류를 공식화했다. 뒤이어 제작된 OTT 시리즈 <변호사 쉬헐크>(2023), <에코>(2024) 등에 조금씩 흔적을 남기면서 시각 장애인 변호사 히어로의 재등장을 본격화했다.

<데어데블> 시리즈로는 네번째 시즌을 맞이한 <데어데블 : 본 어게인>은 말 그대로 디즈니+라는 새로운 환경뿐만 아니라 평생의 숙적 킹핀/윌슨 피스크(빈센트 도노프리오 분)과의 재대결을 그리면서 히어로 마니아들의 심장을 다시 한번 요동치게 만들었다.

친구 잃고 가면 버린 데어데블 vs. 뉴욕 시장 된 킹핀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본 어게인'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본 어게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지난 5일 1-2화를 시작으로 공개된 <데어데블: 본 어게인>은 총 9편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천국으로 가기 전', '이미지'로 명명된 이들 에피소드의 전개는 다소 충격적이다. 체리 경관의 은퇴를 축하하는 술자리를 갖던 머독은 갑작스런 덱스 포인덱스터/불스아이의 습격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변호사 동료 포기를 잃고 만다.

덱스는 연이은 악행에 대한 대가로 종신형을 선고 받지만 이 과정에서 얻게 된 충격 속에 머독은 더 이상 데어데블로서의 활동을 이어갈 수 없었고 연인 카렌은 샌프란시스코 행을 택하는 등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그런가 하면 그의 영원한 숙적 킹핀/피스크는 자유의 몸이 됨과 동시에 뉴욕 시장 출마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다.

부패한 경찰, 무기력해진 공권력, '자경단'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무리들이 넘쳐나는 뉴욕의 혼탁한 상황은 역대급 악당이 대변신을 꾀하기에 최적의 여건으로 변해 있었다. 뒤이어 어느 레스토랑에서 만남을 가진 머독과 피스크는 각자에게 경고를 날리고... 그리고 며칠 후 피스크는 시장 당선이라는 놀라운 상황을 연출하기에 이른다.

다시 만난 영원한 숙적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본 어게인'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본 어게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데어데블 vs. 킹핀의 대결은 배트맨 vs. 조커와 유사한 관계 설정에 비유해도 좋을 만하다. 배트맨에 고담시가 있다면 데어데블에겐 헬스키친, 그리고 뉴욕시라는 현실 세계의 닮은 꼴 배경도 존재한다. 가족을 잃고 시력마저 상실한 머독에겐 정의라는 신념 하나가 전부였다. 여기에 앞을 보지 못하는 대신 남보다 탁월한 청력을 비롯한 기타 감각을 십분 활용해 부와 권력을 지닌 킹핀과의 무모할 수도 있는 대결을 피하지 않는다.

과거 벤 애플렉 주연의 극장판 영화가 미적지근한 반응 속에 스핀오프 <일렉트라> 제작 이후 더 이상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찰리 콕스를 앞세운 넷플릭스 버전 OTT 시리즈는 전혀 달랐다. 데어데블 vs. 킹핀을 중심으로 그 속에 숨겨진 인간 본연의 습성, 선과 악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일깨우면서 열혈 지지층을 확보해나갔다.

이번에 공개된 <데어데블 : 본 어게인>에선 옥상 격투씬(영화 <올드보이>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 기자 말)을 비롯해 공중에서 추락하는 데어데블의 가면까지 1화 초반부를 충격적으로 장식하는 장면들의 강렬함에 힘입어 '본 어게인'이라는 제목에 걸맞는 성공적인 귀환을 OTT 구독자들에게 알렸다.

뉴욕 한 공간에 집중...신규 고객 진입 장벽 낮췄다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본 어게인'
디즈니플러스 '데어데블:본 어게인'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넷플릭스로부터 판권을 회수하면서(기존 방영작은 지난 2022년 이후 모두 디즈니플러스에서만 시청이 가능하다) 향후 미래가 살짝 불안해지긴 했지만 어렵사리 새로운 방영 플랫폼에서 되살아난 <데어데블: 본 어게인> 시리즈는 기존 마블표 영화 및 MCU와는 다른 방향성을 지닌 작품으로 평할 만 하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등 인기 슈퍼 히어로 캐릭터들이 줄줄이 퇴장하면서 마블의 상당수 극장판 영화 및 OTT 시리즈는 범 우주적 소재에 과도하리만큼 집착하기에 이른다. SF 중심의 다중 유니버스처럼 과도하게 복잡해진 이야기 구성은 신규 고객의 진입 장벽을 높였을 뿐만 아니라 기존 팬들마저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이에 반해 <데어데블>은 이와 관련한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미국 뉴욕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집중한다.

극악 무도한 마피아 킹핀과의 목숨을 건 대결이 시리즈의 큰 줄기를 차지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다른 시리즈/영화를 꼭 시청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다소 덜어내면서 히어로물 이전에 범죄 느와르물로서의 미덕을 십분 발휘한다.

물론 <어벤져스> 시리즈가 야기한 블립 현상의 여파는 평생 감옥에서 썩고 있어야 할 범죄자가 버젓이 뉴욕 시장에 당선되는 등 <데어데블> 시리즈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 말이다. 다시 돌아와서 반가운 영웅의 귀환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

(덧: 당초 18부작 구성의 초대작 시리즈로 기획된 <본 어게인>은 올해 시즌1에 뒤이어 8부작 구성의 시즌2로 나눠져 내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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