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도 영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 쉬운 시기다. 공인된 비평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SNS를 이용해 작품에 관한 생각을 늘어놓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사회관계망의 발전은 지적인 소통을 강화하기보다는 비논리적 비판과 혐오를 자양분 삼아 먹고사는 사람들을 양산했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유튜브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그 작품을 증오하는 영상들이 들끓고, 이는 주연 배우의 온라인 괴롭힘(cyber bullying)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문제적인 영상들은 조회수가 되고, 조회수는 곧 유튜버의 돈이 된다. 알고리즘의 힘이 '증오가 돈 되는 사회'를 연 것이다.
하지만 여기, 냉소보다는 온정으로 영화를 바라보겠다는 유튜버가 있다. 바로 Cinemawins(이하 '시네마윈즈')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건 무언가를 싫어하는 것보다 훨씬 재밌으니까'라고 말하는 이 사람은 어떻게 영화 리뷰 유튜버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을까.
▲'Cinemawins' 유튜브 채널 갈무리
Cinemawins
패러디에서 독립적인 채널로
사실, 시네마윈즈는 비슷한 이름의 채널에 대한 패러디로 시작되었다. 바로 Cinemasins(이하 '시네마신즈')다. '영화적인 죄'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시네마신즈는 현재 918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로서, 앞서 언급한 바 있는 '비난 리뷰 영상'의 시초로 꼽힌다. 그는 영화를 하나 선정한 후, 그 프레임을 뜯어 보며 영화 속에서 틀린 구석을 조목조목 따진다. SF나 역사 영화의 고증을 지적하기도 하고, 촬영 구도를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네마신즈의 지적은 채널이 커지면 커질수록 작위적이고 불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시네마윈즈는 이러한 시네마신즈의 논조에 대한 안티테제를 제공할 의도로 2015년에 패러디 채널을 게재한다. 영화의 틀린 구석을 지적하기보다는 '멋진 구석'을 찾아내 칭찬하는 영상들은 많은 네티즌의 사랑을 받았고, 처음에는 시네마신즈의 비판 영상을 비꼬는 데만 집중하던 시네마윈즈는 점차 독자적인 채널로 발전해, 최근에는 애초의 패러디 대상과 완전히 다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변모했다.
226만 구독자를 보유한 시네마윈즈는 시네마신즈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규모의 채널이지만, 이미 영화 유튜브 속의 평화로운 대안적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새로운 영상이 올라오며, '망작'이라고 취급받는 할리우드 영화부터 고전 영화까지 폭넓은 영화들을 소개한다.
▲Cinemawins 채널 운영자 '리'의 모습'Cinemawins' 유튜브 채널 갈무리
Cinemawins
"우리가 싫어하는 그 영화는 또다른 누군가의 '최애' 영화니까요."
학습 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
그렇다면 패러디로 시작한 시네마윈즈가 이렇게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채널 운영자 '리'는 자기 자식의 공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엉망진창인 영화도 아이의 눈으로는 환상적인 모험담으로 보인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다양한 영화들의 장점을 찾기 위해 힘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네마윈즈의 모든 영상에는 가독성 좋은 자막이 존재한다.'Cinemawins' 유튜브 채널 갈무리Cinemawins
리의 이러한 공언이 무색하지 않게, 시네마윈즈 채널은 다른 유튜브에 비해 학습적 자원에 대한 접근도 많이 제공하는 편이다. 그의 모든 영상에는 쉽게 읽히는 영어 자막이 탑재되어 있어, 비영어권 시청자뿐 아니라 영어권 청각장애인 시청자 등 다양한 이들이 제약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따금 설명이 전문용어의 사용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으면 '주간 단어(Word of the week)' 코너를 이용해 직접 뜻풀이를 해 주기까지 한다.
시네마윈즈는 추천 채널 기능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부분 유튜버가 자신의 '부계정'을 홍보하는 영도로 사용하는 이 기능은 유튜브 시청자들이 한 채널에서 다른 채널로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시네마윈즈는 자신의 다른 계정을 추천 채널에 연결하는 대신, '각본에서 배울 점(Lessons from the Screenplay)' 이나 '필름조이' 그리고 철학 채널 '콘트라포인츠(Contrapoints)' 등 자신이 생각하기에 시청자들 지식의 저변을 확장할 타 크리에이터들을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이처럼, 시네마윈즈 채널은 혹평으로만 일관하는 '리뷰 유튜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지적 고립을 종용하는 대신 끊임없는 학습을 응원하는 대안적 공간을 성공적으로 구성하기까지 했다.
나는 재밌게 봤던 영화가 인터넷에서 지나칠 정도로 비판받고 있어 덩달아 움츠러들었다면, 혹은 좋아하는 영화 이야기를 통해 영어를 비롯한 새로운 배움에까지 도전해 보고 싶다면 유튜브에서 시네마윈즈 채널을 구독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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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
영화 비난하면 돈번다고? 그 반대로만 하는 이 영화 유튜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