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
MBC
최근 TV와 유튜브를 통해 20여 년 전 인기를 모았던 '공익 예능' 프로그램들이 재등장,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1996년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아래 일밤)의 간판 코너 '양심 냉장고', 2001년 <느낌표>의 또 다른 코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아래 책책책)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8일 방영된 MBC < 놀면 뭐하니? > 역시 MBC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14F' 를 통해 추억을 선보였다. 비록 일회성 기획의 일환이긴 했지만 공개와 더불어 모처럼 좋은 반응을 얻으며 향후 또 한 번의 만남을 기약하는 성과를 거뒀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큰 축을 담당할 만큼 공익성을 내세웠던 예능들은 TV 매체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다. '양심 냉장고', '책책책' 등의 재등장은 요즘 시대 예능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결을 지녔다는 점에서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놀뭐'와 만난 '양심 냉장고'
▲MBC '놀면 뭐하니?'
MBC
1996~1998년에 걸쳐 인기리에 방영된 <일밤> 속 '양심 냉장고'는 MBC의 공익 예능 인기를 이끈 주인공이었다. 이번 < 놀면 뭐하니? >에 출연한 장본인 이경규와 유재석의 증언처럼 그무렵 MBC 예능은 KBS <슈퍼 선데이>의 '금촌댁네 사람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런데 아무도 지켜보지 않는 새벽 도로 위에서 정지 신호를 지키는 어느 장애인 운전기사의 모습이 첫 회에 소개되면서 '양심 냉장고'는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단독 프로그램으로서의 부활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추억을 되살려 유재석, 하하 등과 손잡은 이경규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열정적으로 촬영에 임했다.
낮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점멸 신호 때 일시 정지를 지키는 도로 위 양심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촬영에선 예상대로 많은 차량이 신호를 무시하고 운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직하게 신호와 동시에 일단 멈춤을 행동으로 옮긴 운전자 2명이 포착되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튜브 통해 깜짝 재등장한 '책책책'
▲MBC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 '14F'
MBC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는 2001~2004년에 걸쳐 유재석과 김용만의 진행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느낌표> 속 독서 권장 예능이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회 풍토를 조금이나마 바꾸는 차원에서 마련되었던 '책책책' 또한 그 시절 주말 심야 시간대의 간판 예능으로 시작과 동시에 자리 잡았다.
당시 이 코너를 통해 소개된 서적 상당수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라설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번 유튜브 채널 '14F'에선 '오리지널 MC' 김용만과 대세 예능인 지예은을 앞세워 당시의 분위기를 되살렸다. 자막부터 요즘엔 잘 사용하지 않는 2000년대 초반의 폰트를 활용하는 등 레트로의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14F'에선 국내 유명 서점의 후원 속에 출판 관계자들이 각각 선정한 서적들을 중심으로 매장에서 만난 독자들과의 즐거운 대화, 간단한 게임 등을 함께 경험해 도서를 증정해 훈훈함을 안겨줬다. 단발성 방영에 아쉬움을 드러낸 구독자들은 "고정이 아니더라도 종종 마련해 달라" 등의 댓글을 남기는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공익 예능, 새롭게 부활할까?
▲MBC '놀면 뭐하니?'MBC
'양심 냉장고'와 '책책책'의 깜짝 재등장은 기존 예능 및 유튜브 속 일회성 기획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부활'이라는 표현과는 다소 거리감이 존재한다. 다만, 과거의 좋은 추억을 2025년에 되살렸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요즘 각종 예능의 소재가 갈수록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지는 흐름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취하기 때문이다.
일단 '양심 냉장고'는 향후 이경규와의 재만남을 기대하게 했다. '책책책'의 경우, 아직까지 지속 여부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구독자들의 호의적 반응 및 높은 조회수 등을 감하면 일회성으로만 끝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우리가 잠시 간과하고 있던 교통 법규, 다양한 서적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동시에 자칫 딱딱할 수 있는 공익성을 출연진의 예능감과 다채로운 입담으로 적절히 녹여 내는 등 20여 년만의 부활에도 결코 어색함 없었다. 꼭 시끌벅적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의 소재로도 충분히 재미와 볼거리를 마련할 수 있음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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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양심' 찾고... 추억의 공익 예능, 계속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