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침바다 갈매기는> 스틸컷
트리플픽쳐스
처음에는 영국이 왜 용수를 도와야 하는지 그 동기가 모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영국의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고, 그 속에서 행동의 이유가 명확해진다. 마을을 떠나고 싶어했던 자신의 딸을 이기심으로 붙잡아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이하게 했던 과거의 상처가, 용수의 든든한 조력자로 만든 것이다. 이처럼 <아침바다 갈매기는>은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거칠고 볼통스러운 노인의 마지막 몸부림을 그린다.
영국은 용수 외로도 영란과 함께 대사관에 가거나 힘듦을 자처하지 말고 고향으로 떠나라고 다그치는 모습에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는 애씀이 보인다. 그 반대로 용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하는 판례에게서 세대간의 불통 또는 과거 영국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마을을 벗어나려는 용수, 과거에 떠났던 형락, 그리고 지킴이가 된 영국의 각기 다른 서사에서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영화는 단일한 주제를 다루지 않고, 이주노동자의 삶, 시골의 폐쇄성, 가족 관계, 자본주의 등 여러 주제를 복합적으로 다룬다. 이러한 복잡성이 때로는 서사를 다소 어수선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 모든 주제가 결국 '탈출과 귀환'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수렴된다는 점에서 뛰어난 구성력을 보여준다. 특히 "갔냐?", "그래 갔다", "됐어 그럼"이라는 영국과 판례의 짧은 대화는 수십 년 삶의 애환이 압축된 걸작 같은 대사다.
윤주상과 양희경 배우의 연기 앙상블은 영화의 가장 큰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윤주상 배우는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 수십 년의 세월을 표현하고 있으며, 형락을 연기한 배우 역시 등장 시간은 짧지만 영화의 주제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 역할을 톡톡히 소화해낸다. 갈매기처럼 바다 위를 서성이며 지킴이가 된 영국의 모습에서, 우리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과오를 만회하고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의지를 본다. 오늘도 어딘가의 바닷가에서, 그는 한 마리 갈매기처럼 마을의 소용돌이를 잠재우며 잔잔한 파도 위에 자신의 삶을 새기고 있을 것이다.
잔잔한 파도처럼 다가와서는
삶의 가장 깊숙한 곳을 흔드는 영화
― 엄태화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