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을 뛰어넘어 제3의 장르에 도전하다

[리뷰] 음악동인고물과 고블린파티의 <꼭두각시>

 <꼭두각시> 공연사진
<꼭두각시> 공연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옥상훈

"단순히 음악과 무용의 협업이라고 말하기엔 수식어가 부족하다. 전통과 현대의 시대적 간극을 뛰어넘어 완벽한 조화에 도전했다."

지난 8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 '음악동인고물'(이태원 연출)과 '고블린파티'(안무 임진호)의 협업작 <꼭두각시>를 본 소감이다. 순수 기초예술에서 각 분야의 단체들이 장르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타 분야와 협업하는 사례를 여럿 봐왔다. 새로운 관객층 개발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관문처럼 여겨져 온것도 사실이다. 자신만의 관심사가 확고하게 자리 잡힌 관객층을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것일까.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예술가들과 손을 잡는 사례는 유행을 탈 만큼 자주 시도된다.

하지만 그간의 유형은 장르적 정통성은 유지한 채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시간대에 진행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전통예술'과 '현대무용'과 같이 상반된 경우라면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로 쌓여 있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을 것이다. 공연예술계에서 독자적인 역할을 구축해온 유수의 단체들이라면 하나의 작품으로 몰아가기 위해 서로 협의하거나 수용해야 할 요소가 많아서 더욱 평탄한 작업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조화물을 위해 쏟아부은 <꼭두각시> 출연진의 땀방울에 박수를 보낸다.

장르와 시대의 간극이 첨예한 두 단체의 만남

지난 2022년 10월, 서울 대학로의 같은 공연장에서 진행된 동명의 출품작 <꼭두각시>를 연출한 '음악동인고물' 이태원씨는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의 목표는 도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시에 전통음악의 '음악동인고물'과 현대무용의 '고블린파티'가 합작으로 화제를 모은 이후 3년의 시간이 지났고, 협업의 마지막 퍼즐을 끼워 맞추며 대중에게 다시 공개됐다.

전통음악의 연주·작곡 전공자들로 구성된 '음악동인고물'은 전통창작 분야에서 실험적인 작품을 무대에 올려 '공연형 다큐멘터리(Staged Documentary)'라는 새로운 양식에 도전한 단체다. 이들은 컨템포러리 댄스에 기반해 관객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는 현대무용 단체 '고블린파티'와 함께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속도를 내고 있는 미래에 경종을 울리는 <꼭두각시>를 재공연했다.

이태원 연출가는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의 전통예술 부문으로 선정된 이후 가장 집중한 부분은 '도전'이라고 고백했다. 아무래도 전통공연과 현대무용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구축하고 있는 두 단체의 색깔이 탄탄했기 때문일까. 이들이 50분간 무대에서 쏟아내는 열정에 한군데로 섞일 수 있을까에 관한 의구심이 전혀 없었던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정확한 해설을 전달하는 내러티브가 무대 위에서 전개된 것도 아니다. 또한 완벽한 화음으로 선율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연을 마치고 객석을 벗어나며 풍기는 여운은 여느 마스터 작품의 희열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공개된 <꼭두각시>에는 음악동인고물과 고블린파티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각자의 영역에서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장점을 그대로 살렸다. 그리고 타 장르에 대한 존중과 예우를 엿볼 수 있었다. 무용수의 땀방울이 적신 몸 동작과 연주자의 섬세한 터치가 하나로 어우러져 이질감을 느낄 수 없었다.

작품의 완성도는 어떤가. 3년 전에 비해서 전통적 색채를 보존하면서 현대적 비주얼로 이어지는 완벽한 조화가 눈길을 끌었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시각적 효과와 귀로 들을 수 있는 청각적 효과의 경계가 따로 구분 짓지 않는다. 무용수와 연주자에 대한 별도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서로의 꼭두각시가 된 무용수와 연주자들

 <꼭두각시> 공연을 마치고
<꼭두각시> 공연을 마치고필립리

"서로의 고스트, 서로의 꼭두각시가 된 무용수와 연주자들이 전통에서 가장 먼 실험적 장소, 전통이 탄생한 거기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꼭두각시'는 춤이기도, 노래이기도, 놀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것들이 '꼭두각시'라는 단어를 통해서 객체가 구체화된다. 여기엔 먼저 떠난 이를 기리는 '장례'의 의미로, 가부장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로, 인간에 조정되는 '인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처럼 '마리오네트'가 떠오르는 수동형의 상징인 꼭두각시가 이번 작품의 제목으로 차용된 의미는 명료하다.

"음악가에게는 음악 자체가 꼭두각시가 되지만, 무용가에게는 그 음악가가 또 다른 꼭두각시로 보입니다. 연주자는 무용가의 손길에 따라 연주하는 꼭두각시가 되고, 무용수는 그 음악에 이끌리는 또 다른 꼭두각시가 됩니다."

이렇게 서로의 장르를 실타래처럼 꼬여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간의 삶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무대 위에서 무용수와 연주자는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춤을 추며, 노래와 연주에 간섭 없이 참여한다. 조종하는 자와 조종 받는 자의 구분은 없다.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체험하는 수준을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만의 분야에 대한 능숙함으로 약간의 어색함은 엿볼 수 있지만 이들은 서로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손을 잡았다. 어쩌면 <꼭두각시>는 이태원 연출가가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주목한 '도전'이 완성된 순간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매체 간 협업에서 느껴온 기계적 조립 방식을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했어요. 음악이 없다면 무용이 성립되지 않고, 무용이 없다면 음악도 성립되지 않을 관계가 가능할까요? 어느 한 쪽이 다른 분야의 배경이 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제 3의 작품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꼭두각시>는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초연된 이후 2022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초청됐으며, 같은해 서울아트마켓(PAMS) Choice 선정됐다. 그리고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가상 베스트6에 오를 정도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2차 제작지원에 선정됐다. 이번 <꼭두각시>는 고진호·배승빈·소명진·정준규·홍예진의 전통음악과 이연주·임성은·지경민의 현대무용의 결합을 뛰어넘어 제3의 장르로 탄생했다.

장르적 협업에 완성도를 높이다

​25현금, 피리, 대금, 해금, 장구가 무대의 오른쪽에 사선으로 놓였다. 검은 옷을 입은 다섯 연주자는 '꼭두각시'의 음절을 하나씩 바꿔가며 읊조린다. '꼭' '두' '각' '시'의 네 음절이 교차해서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반대쪽에선 세 명의 무용수가 연주에 맞춰 춤을 춘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이어 공개되는 작품은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무용수는 연주자를 조종하고 다음의 장에선 연주자가 무용수를 조종한다. 다른 장르의 객체를 번갈아 조종하는 <꼭두각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움직임이 표현되는 '수동성'을 이야기한다.

지난 2022년에 처음으로 작품을 접하고 3년 만에 동일한 작품을 다시 관람했다. 그럼에도 3년 전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이번 <꼭두각시>는 음악과 무용의 장르적 협업에 단계가 있다면 마지막에 근접했다 자신한다. 서로 다른 장르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시대적 간극이 완전히 뒤섞여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를 높였다.

전통공연과 현대무용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구축하고 있는 두 단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듯 그들은 50분간 무대에서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토해냈다. 정확한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완벽한 선율을 전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8명이 추는 몸짓의 과반수 아마추어에 가까운 여백까지 보였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이후 깊게 풍기는 여운은 남달랐다.

 <꼭두각시> 공연 사진
<꼭두각시> 공연 사진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옥상훈

음악동인고물 X 고블린파티 <꼭두각시>
일정 : 2025년 3월 8일~9일
장소: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음악동인고물(고진호, 배승빈, 소명진, 정준규, 홍예진)
고블린파티(이연주, 임성은, 지경민)






무용 음악 꼭두각시 대학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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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