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두각시> 공연을 마치고
필립리
"서로의 고스트, 서로의 꼭두각시가 된 무용수와 연주자들이 전통에서 가장 먼 실험적 장소, 전통이 탄생한 거기로 우리를 데려갑니다."
'꼭두각시'는 춤이기도, 노래이기도, 놀이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많은 것들이 '꼭두각시'라는 단어를 통해서 객체가 구체화된다. 여기엔 먼저 떠난 이를 기리는 '장례'의 의미로, 가부장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의 존재로, 인간에 조정되는 '인형'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이처럼 '마리오네트'가 떠오르는 수동형의 상징인 꼭두각시가 이번 작품의 제목으로 차용된 의미는 명료하다.
"음악가에게는 음악 자체가 꼭두각시가 되지만, 무용가에게는 그 음악가가 또 다른 꼭두각시로 보입니다. 연주자는 무용가의 손길에 따라 연주하는 꼭두각시가 되고, 무용수는 그 음악에 이끌리는 또 다른 꼭두각시가 됩니다."
이렇게 서로의 장르를 실타래처럼 꼬여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인간의 삶에 관해 말하고 싶은 것일까. 무대 위에서 무용수와 연주자는 서로의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춤을 추며, 노래와 연주에 간섭 없이 참여한다. 조종하는 자와 조종 받는 자의 구분은 없다.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체험하는 수준을 상상을 초월한다. 자신만의 분야에 대한 능숙함으로 약간의 어색함은 엿볼 수 있지만 이들은 서로 하나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손을 잡았다. 어쩌면 <꼭두각시>는 이태원 연출가가 가장 중요한 지점으로 주목한 '도전'이 완성된 순간으로 보인다.
"서로 다른 매체 간 협업에서 느껴온 기계적 조립 방식을 어떻게 벗어날지 고민했어요. 음악이 없다면 무용이 성립되지 않고, 무용이 없다면 음악도 성립되지 않을 관계가 가능할까요? 어느 한 쪽이 다른 분야의 배경이 되거나 종속되지 않는 제 3의 작품이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꼭두각시>는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신작으로 초연된 이후 2022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초청됐으며, 같은해 서울아트마켓(PAMS) Choice 선정됐다. 그리고 한국춤비평가협회 춤비평가상 베스트6에 오를 정도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2차 제작지원에 선정됐다. 이번 <꼭두각시>는 고진호·배승빈·소명진·정준규·홍예진의 전통음악과 이연주·임성은·지경민의 현대무용의 결합을 뛰어넘어 제3의 장르로 탄생했다.
장르적 협업에 완성도를 높이다
25현금, 피리, 대금, 해금, 장구가 무대의 오른쪽에 사선으로 놓였다. 검은 옷을 입은 다섯 연주자는 '꼭두각시'의 음절을 하나씩 바꿔가며 읊조린다. '꼭' '두' '각' '시'의 네 음절이 교차해서 반복되는 리듬에 맞춰 반대쪽에선 세 명의 무용수가 연주에 맞춰 춤을 춘다. 다양한 에피소드가 연이어 공개되는 작품은 연주자와 무용수들이 신명나게 놀이판을 벌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무용수는 연주자를 조종하고 다음의 장에선 연주자가 무용수를 조종한다. 다른 장르의 객체를 번갈아 조종하는 <꼭두각시>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움직임이 표현되는 '수동성'을 이야기한다.
지난 2022년에 처음으로 작품을 접하고 3년 만에 동일한 작품을 다시 관람했다. 그럼에도 3년 전과 다른 점을 찾는다면 이번 <꼭두각시>는 음악과 무용의 장르적 협업에 단계가 있다면 마지막에 근접했다 자신한다. 서로 다른 장르에 대한 개념뿐 아니라 전통과 현대의 시대적 간극이 완전히 뒤섞여 이질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완성도를 높였다.
전통공연과 현대무용에서 독보적인 역할을 구축하고 있는 두 단체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 듯 그들은 50분간 무대에서 쏟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토해냈다. 정확한 내러티브가 있는 것도, 완벽한 선율을 전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8명이 추는 몸짓의 과반수 아마추어에 가까운 여백까지 보였다. 하지만 공연이 끝난 이후 깊게 풍기는 여운은 남달랐다.
▲<꼭두각시> 공연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옥상훈
| 음악동인고물 X 고블린파티 <꼭두각시> |
일정 : 2025년 3월 8일~9일
장소: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출연: 음악동인고물(고진호, 배승빈, 소명진, 정준규, 홍예진)
고블린파티(이연주, 임성은, 지경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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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문화예술계에서 글을 쓰고 있다. 문화예술 시사 월간지에서 편집장(2013~2022)으로, 한겨레에서 객원필진(2016~2023)으로 취재와 예술가를 인터뷰했다. 현재는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공연과 전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있다. 현재는 '서울문화투데이' '더프리뷰' 등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