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예능 <달려라 불꽃소녀>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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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한 <달려라 불꽃소녀>는 여러 면에서 인상적이었다. 유소녀를 전면에 등장시켜 대회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성장' 여정을 그렸는데, 축구 유소년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과 투지로 보는 이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또한 '서사가 있는' 출연진이 등장했다. 단순 축구 유소녀가 아니라 현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딸(조하린), 전 축구 국가대표 정조국의 딸(정윤하), 전 축구 국가대표 이호의 딸(이지음)을 비롯해 출연진 모두 국가대표 스포츠 DNA를 갖고 있는 집안의 아이들이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축구를 접한 이들은 남학생들을 상대로 겁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며 대등한 경기력을 선보였고, 쾌감을 선사했다.
<골때녀>의 붐으로 인해 제작된 JTBC 예능 <마녀체력 농구부>가 실패한 원인도 여기에 있다. 여성 농구부라는 소재로 참신함을 불러왔지만, 그게 전부였다. 농구와 무관한 연예인 출연진은 기본적인 룰도 몰랐고, 슛조차 제대로 하지 못해 초등학교 여자 농구부를 상대로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며 쓸쓸한 시청률로 조기 종영했다.
2023년 11월 말, 한 매체에서 '여자야구 예능' 론칭 소식을 단독 보도했다. 굵직한 출연진 이름도 함께 보도됐다. 곧 프로그램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해당 예능은 현재까지 방영되지 못했다.
오보였을까. 실제로 준비 과정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당시 출연진으로 거론되던 몇몇 선수 및 관계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예능 준비 과정을 지켜봤다. 출연진들은 단체 유니폼도 맞췄고, 한국여자야구연맹과 긴밀히 소통하며 프로그램 방향성도 확고하게 설정해 놓은 상태였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제작이 끝내 무산되며 방영되지 못했다.
여자야구 예능은 언제라도 등장할 수 있는 소재다. 야구붐이 몰아치는 오늘날 여자야구 예능만큼 메리트 있는 포맷은 없다.
여자야구 예능을 위한 제언
여자야구 예능 제작에 관심있는 제작자가 있다면 감히 제언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규격을 주니어 규격 이하로 줄여라. 리틀 규격이면 더 좋다. 물론, 야구 경험이 전무한 이들이 출연진으로 나온다는 전제다.
실제로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지난 2023년 11월 말 '제 1회 프로야구선수협회장기 마구마구 전국여자야구대회'를 기존 성인 구장이 아닌 주니어 야구 구장에서 치렀다.
해당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은 입을 모아 "경기 진행 속도가 빨라져 더 재밌었다. 베이스간 거리가 짧아져 아슬아슬하게 아웃 되거나 세이프 돼 경기 박진감도 높았다"며 호평했다.
이에 따라 한국여자야구연맹은 올해 이사회에서 여자야구 전국대회를 주니어 규격으로 치르는 안건을 상정하기도 했다. 비록 무산됐지만, 주니어 규격에서의 경기가 여자야구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천안주니어여자야구단 선수들 단체 사진황혜정
둘째, 서사가 있는 출연진을 섭외해 비슷한 실력의 상대와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라. 출연 시키기 좋은 팀이 하나 있다. 바로 대한민국 유일의 전국 유소녀 야구팀인 '천안주니어여자야구팀'이다. 초보 야구선수도 있지만, 현재 여자야구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고등학생 선수도 있다. 이들이 초~중학교 남학생으로 대다수 구성된 리틀야구단을 하나씩 격파하는 모습을 그려낸다면 감동 스토리가 될 것이다.
'천안주니어'가 실력이 아직 많이 부족하다면, 사회인 여자야구팀 중 약팀들을 상대로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언니들을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주면 된다.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은 많다고 본다.
스포츠의 핵심은 '속도'와 '정확도' 그리고 '서사'다. 더 이상 '열심히 하는 모습'만으로 감동을 짜내는 시대는 지났다. 감동도 재미가 있고 흥미진진해야 마음이 동한다. 남자 프로처럼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다면, 규격을 줄이면 된다. '속도'와 '정확도'를 한번에 잡을 수 있다.
'서사'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주축이 되는 팀의 구성부터 신경써야 한다. 단순히 유명한 연예인이 나온다고 인기를 끌지 못한다. 또 출연진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이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진 팀을 상대팀으로 섭외해 경쟁이 가능한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골때녀>의 성공으로 사회인 여성 풋살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필자는 그 누구보다 '여자야구 예능'이 다시 등장해 대성공을 거두길 바라는 사람이다. 가시적인 방송의 파급력만큼 큰 영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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