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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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쉽게 되는 길은 없었다. 하지만 저만의 길을 한 발자국씩 가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나중에 뭘 해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지금의 고통을) 감내하는 건 아니다. 꼭 무언가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뭔가를 바라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을 찾고 싶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의젓하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돌아온 '피겨 왕자' 차준환의 고백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했다.

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아래 <유퀴즈>)에는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이 출연했다.

차준환은 최근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남성 최초의 피겨 금메달리스트'로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차준환은 "최근에 경기들이 많아서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 사이에서 제가 원하는 대로, 하나씩 잘해나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제가 준비한 만큼 다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3년 만에 금의환향한 <유퀴즈> 출연에 대해서는 "다시 나오게 돼 기쁘다. 저의 성장 서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돼 좋다"며 미소를 지었다.

3년 동안 외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진다는 것 같다는 반응에 "키는 비슷하지만 체격은 커졌다.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근력을 높이고 체지방은 줄이면서 큰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시안게임에서 선보인 파워풀한 쿼드러플 살코(4회전 피겨스케이팅 점프)는 전문가인 해설위원들에게 일제히 '완벽하다'는 극찬을 받았다. 피겨 선수들이 점프 후 착지 시에 받는 충격은 선수 체중의 8배에 이른다. 63kg의 차준환은 고난도의 점프를 소화하고 착지할 때마다 504kg의 무게를 오롯이 견뎌내야 했다.

차준환은 "막상 경기할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점프하고 착지할 때도 그냥 '떨어졌구나' 싶다"면서 "기술이 잘 들어갔는지는, 도약했을 때 이미 제 운명을 그냥 안다. 타이밍이 있다 보니까. 안 됐을 때는 어떻게든 살리려고 애쓴다"며 웃었다. 유재석은 공감하며 "우리 예능도 토크가 나가는 순간, 엉망진창이 될지 안 될지 이미 안다. 이 업(직업)에서 나만이 느끼는 '전문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롱런' 차준환의 자기관리 방법

차준환도 어느덧 선수생활 15년차, 국가대표팀만 11년차가 됐다. 2015년 대표팀의 풋풋한 막내였던 차준환은 2025년 현재는 최고참 맏형이 됐다. "이제 막내와 나이차가 많이 나게 되더라. 10살 차이 정도 된다. 그만큼 제가 오래 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세월의 빠름을 실감했다.

선수 생명이 짧은 피겨계에서 차준환의 장수 비결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차준환은 키에 비해 마른 몸을 유지하고 근력도 키우기 위해 체계적인 식단관리부터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운동선수인 만큼 '부상'은 피할 수 없는 시련이었다. 차준환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발목 부상으로 고생했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발목 부상이 악화됐다. 어떻게든 회복을 시키면서 경기를 해왔는데, 심할 때는 스케이트를 5분도 못 신을 정도였다"고 했다.

스케이트를 신을 때마다 발목이 찢어질 듯한 고통에 강한 진통제를 먹고 토하면서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자,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기권해야 하는 아픔도 겪었다. 당시 차준환은 선수 데뷔 이후 15년 만에 최초로 2주간 스케이트를 아예 타지 않았다고.

"하필이면 부상 부위가 착지하는 오른발에 스케이트가 닿는 부위라서 데미지가 쌓일 수밖에 없었다. 아예 조직이 자리를 잡아서 신경을 계속 건드리는 상태였다. 통증이 발목을 넘어 발등까지 가서 스파크가 튀었다. 도저히 스케이트를 탈 수 없는 상태였다."

어쩌면 그의 선수생활 최대 위기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준환은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어쨌든 할 때까지는 해보고 싶었다. 시즌 중이라 태릉에서 정해진 하루 스케줄에 따라 지상훈련과 추가훈련, 10km 러닝 등을 매일 꾸준히 소화하며 몸을 만들었다. 2주 휴식기간 때도 진짜, 딱 발목 아래만 쉬었다"며 웃었다.

발목 부상 재정비 기간을 거친 후 돌아온 차준환은 당당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클래스는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쇼트 경기에서는 전매특허이던 트리플 악셀에서 의외의 실수가 나오며 2위로 마감했다. 차준환은 "실수가 나온 건 아쉬웠지만, 열심히 연습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그냥 갔다"며 흔들림 없는 멘탈을 드러냈다.

그는 "경력이 쌓여도 긴장감은 늘 있다. 얼마만큼 컨트롤 하느냐에 달렸다. 경기 중간에 다른 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플랜B도 실행해가며 각개로 보고 집중했다"면서 "나머지 수행들이 만족할 만큼 나와서 (실수에 관한) 타격은 없었다"고 했다. 그만큼의 연습과 노력, 실력이 겸비됐기에 가능한 자기 확신이었다.

차준환은 "경기는 늘 긴장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크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는다.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눈앞 하나하나부터 짚어나가려고 한다. 실수가 나와도 호흡만 잘 유지하면 흐름을 다시 따라갈 수 있더라"며 경험을 통해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어차피 할 거, 최선을 다하자"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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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음악'을 무척 중요시한다고 밝혔다. 그는 "노래 가사 자체에 기댈 때도 많다. 이매진 드래건스의 '내추럴(Natural)'은 부상으로 작아진 저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면서 "노래 가사를 보면 '넌 타고났어(Cause you're a natural), 잘할 수 있어, 절벽이라도 포기하지마'라고 이야기 한다. 그 말 자체가 저에게 힘이 됐다. 마치 불꽃이 솟아나면서 저한테 걸어주는 주문 같았다"고 고백했다.

프리 경기에서 금메달을 놓고 벌어진, 라이벌이자 절친인 일본 선수 카기야마와의 대결은 명승부였다. 차준환은 7개의 점프와 코레오 시퀀스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해외 해설위원들로부터 "이런 경기를 보는 것은 기쁨이자 영광"이라는 극찬까지 받았다.

당시 화제가 된 '엔딩 표정' 당시의 심경에 대해 차준환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잘했다, 잘 끝냈다는 것보다는 '진짜 다 쏟아냈다, 일말의 후회가 남지 않을 정도로 다 쏟아낸 경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과가 나오기 전에 이미 너무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그는 당당히 금메달을 수상하며 아름다운 피날레를 장식했다.

어렸을 때부터 '피겨 신동', '천재' 등의 소리를 들었던 차준환은 "천재는 아니다. 쉼없이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면서 "독기는 있는 것 같은데, 진짜 독해서라기보다는 '그냥' 하는 거라서. 어차피 할 거 최선을 다하자라고 생각한다"라고 겸손하게 답변했다. 묘하게도 피겨 황제 김연아 역시 선수 시절 '피겨할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돌발 질문에 "무슨 생각, 그냥 하는 거지"라며 차준환과 비슷하게 쿨한 우문현답을 남긴 바 있다.

그토록 고된 운동을 하면서도 '내가 오늘 해야 하는 일'이라며 당연한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차준환은 "하루하루 축적해나가는 경험치가 중요하니까. 설사 안 되는 날이 있어도 '오늘은 그런 날이구나' 하고 점점 가면 갈수록 받아들이게 되더라"고 의젓하게 답했다.

이어 "저는 한번에 확 잘 되는게 없는 선수였다. 쉬운 길은 없지만 그래도 저만의 길을 천천히 한 발자국씩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원하는 나만의 길을 가지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어린 시절부터 2025년 현재의 차준환이 변함없이 일관되게 지켜오고 있는 신념이었다.

"세 번째 올림픽 도전, 기대된다"

지난해 9월부터 수많은 국내외 대회를 소화하느라 쉴틈이 없었음에도 차준환은 "아직은 휴식할 때가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차준환에게는 세계선수권대회서부터 밀라노 동계올림픽까지 숨돌릴 틈 없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운동 외에는 다른 취미도 특별한 관심사도 없다는 차준환은 이제 유일하게 아직 획득하지 못한 올림픽 금메달만을 바라보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차준환은 "밀라노까지 가게 되면 벌써 세 번째 올림픽 도전이다. 지난 두 번의 올림픽에서의 경험과 성장이 너무 뜻깊은 시간이어서, 세 번째 올림픽 도전에서는 또 어떤 과정이 있을까 기대된다"고 했다.

그는 팬들에게 "지난 3년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성장한 모습을 확인하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준비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유퀴즈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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