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스틸컷
(주)디스테이션
잔잔한 호수 위에 돌멩이가 떨어져 파문이 일듯, 끝까지 완주하게 돕는 동력은 추기경들의 욕망이다.권력 앞에서는 모두가 평범하다. 이 보수적인 종교 집단에서 벌어지는 질투, 혐오, 배신의 늪에 빠진 추기경들의 비밀이 낱낱이 들추어진다.
총성 없는 전쟁터다. 가톨릭교회는 성추문, 불법자금, 성직 매매, 동료 사찰 등으로 얼룩져 있다. 또한 남성 중심 사회에서 수녀의 배척은 비일비재했다. 언론과 사회가 알면 종교계가 지탄받을 엄청난 진실까지 대의를 위해 까발린다.
고위 관직을 얻기 위해 필수 관문인 청문회를 받는 과정이 오버랩된다. 관계, 재산, 허물 등 대중 앞에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상황과 유사하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있겠냐는 말이 성직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종교인일지라도 윤리적 도덕적 잣대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나약한 인간임을 말한다. 교황 선출을 '신이 정한 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선택받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가 펼쳐진다. 고매한 백조의 모습으로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 열심히 발을 놀리고 있는 백조와 닮았다.
리더의 자질
▲영화 <콘클라베> 스틸컷(주)디스테이션
영화는 인종, 파벌, 이념, 젠더, 성욕, 생명윤리를 아우르며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모와 암투를 벌이는 종교인을 정치인에 빗대 지켜보는 재미, 철저하게 감춰진 특별한 세계를 들여다보는 묘미가 있다. 그들은 모두가 평등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출신 지역, 신념에 따라 파벌을 형성하고 편 가르며 세속적인 태도를 취한다.
긴박하게 돌아가는 영화의 템포와는 다르게 서거한 교황이 키우던 '거북이'는 적재적소에 등장해 숨 돌릴 틈을 준다. 구약과 신약에 등장하는 거북이는 기독교의 덕목을 상징한다. 거북이의 꾸준히 묵묵히 길을 가는 습성은 신의 지혜를 이해하는 인내심을, 단단한 껍질은 안식처를, 장수는 영적 성장과 영원한 본성을 뜻한다.
영화에서는 자꾸만 탈출하는 까닭에 외부와 단절된 장소의 답답함을 해소하는 장치로 활용되기도 했다. 결국 거북이는 해방을 맞는다. 기도의 어려움이 생겨 관직을 버리려던 로렌스는 비로소 신념에 가까워진다. 인간을 향한 의심이 믿음이 되고 확신이 되는 마지막 순간, 본질은 다양성을 아우르는 포용력임을 깨닫는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 사고보다 유연한 사고, 즉 개방성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폐쇄된 성당이 폭탄으로 깨지고 닫혀 있던 창문이 열려 빛이 들어오며 새 시대가 왔음을 알린다. 그로 인한 허를 찌르는 반전 결말은 묵직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당신이 로렌스라면 어떤 선택을 할 거냐고 묻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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