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한국 영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다면 2020년대부터는 OTT 채널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들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오징어 게임>과 <킹덤>·<스위트 홈>·<지금 우리 학교는>·<더 글로리> 등은 기술적으로도 뛰어났지만 독창적인 스토리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로 해외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넷플릭스 드라마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미친 영향도 매우 컸다. 2010년대까지 TV매체를 통해서 드라마를 접하던 시청자들은 한 시즌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하는 넷플릭스의 방식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한창 재미있는 순간에 이야기가 끝나면서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고통(?) 없이 곧바로 다음 편을 감상할 수 있게 된 넷플릭스 드라마는 한국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장점으로 다가왔다.

'보검복지부 장관' 박보검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박보검은 <응답하라 1988>의 최택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tvN 화면 캡처

하지만 오는 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기존 넷플릭스 드라마와 달리 4주에 걸쳐 매주 4편씩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넷플릭스로서는 모험에 가까운 선택이지만 출연하는 작품마다 안정적인 연기와 선한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이 배우가 있기에 이런 과감한 실험이 가능했다. 군 전역 후 3년여 만에 드라마에 컴백하는 '보검복지부 장관' 박보검이 그 주인공이다.

1993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학교 2학년 때까지 수영선수로 활동했던 박보검은 수영을 그만 둔 후 싱어송라이터를 꿈꿨다. 하지만 첫 소속사에서 배우로 먼저 활동할 것을 제안하면서 연기자 활동을 시작했다. 2011년 영화 <블라인드>에서 김하늘의 의붓동생 역을 맡으며 데뷔한 박보검은 2012년 드라마 <각시탈>에서 동진결사대의 학도병 함민규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박보검은 2013년 <원더풀 마마>에서 배종옥이 연기한 윤복희의 막내아들 고영준 역을 맡아 사고뭉치 철부지에서 삶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역할을 잘 소화했다. 2014년 KBS 주말 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이서진의 아역을 맡은 박보검은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교통순경 역할로 출연했다. 한국영화 역대 최다 관객에 빛나는 <명량>에서는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에게 토란을 나눠주는 배수봉을 연기했다.

<내일로 칸타빌레>에서 엄친아 이윤후 역을 맡아 <각시탈>에 함께 출연했던 주원과 재회한 박보검은 2015년 연기 활동에 큰 전환점이 된 < 응답하라1988 >을 만났다, <응답하라 1988>에서 이창호9단을 모티브로 만든 천재바둑기사 최택을 연기한 박보검은 최택의 순수함을 잘 표현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최택이 친구들에게 욕을 배우는 장면에서는 실제 박보검이 겹쳐 보인다는 의견이 많았다.

< 응답하라 1988 >을 통해 최고의 대세 배우로 떠오른 박보검은 2016년 퓨전사극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출연했다. "불허한다, 내 사람이다"로 대표되는 명대사로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든 박보검은 <구르미 그린 달빛>을 23.3%의 높은 시청률로 이끌었다(닐슨 코리아 시청률 기준). 박보검은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상과 네티즌상, 베스트 커플상을 휩쓸며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하지만 박보검은 한창 전성기에 올라선 시기, 대학 생활에 전념하기 위해 1년간 공백기를 가졌다. 학교를 다니다가 연예인이 된 후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경우는 종종 볼 수 있지만 막 정점에 올라선 연예인이 학업을 위해 활동을 중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업에 전념한 박보검은 2018년 2월 명지대 뮤지컬학과를 과 수석으로 졸업한 후 2018년 11월 tvN 드라마 <남자친구>를 통해 복귀했다.

'동갑내기' 아이유와 제주 로맨스 연기

 박보검은 <청춘기록>에서 20대 청춘의 꿈과 좌절,방황,사랑을 잘 표현했다.
박보검은 <청춘기록>에서 20대 청춘의 꿈과 좌절,방황,사랑을 잘 표현했다.tvN 화면 캡처

사실 <남자친구>는 박보검보다 송혜교가 <태양의 후예> 이후 2년 반 만에 복귀작으로 선택한 드라마로 더 유명했다. 하지만 박보검은 <남자친구>에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이며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에는 드라마 <청춘기록>에서 무명 모델에서 톱배우로 성장하는 사혜준 역을 맡아 <기생충>의 박소담,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대세 배우가 된 변우석과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줬다.

박보검은 <청춘기록>의 첫 방송이 시작되기 한 달 전 군에 입대해 해군 홍보대에서 근무했다. 군복무 기간 동안 넷플릭스 영화 <서북>이 공개됐고 작년에는 김태용 감독의 <원더랜드>가 개봉했지만 썩 좋은 성과를 얻진 못했다. 2022년 4월에 전역한 박보검은 복귀 첫 작품으로 드라마가 아닌 뮤지컬 <렛미플라이>를 선택했다(지난해 개봉한 <원더랜드>는 입대 전 박보검의 분량을 모두 촬영했다).

전역 후 뮤지컬에 먼저 출연하면서 박보검의 전역 후 선보이는 첫 드라마는 오는 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됐다. '폭싹 속았수다'는 '수고 많으셨습니다'라는 뜻을 가진 제주 방언으로 <미생>과 <나의 아저씨>를 연출한 김원석 감독의 신작이다. 박보검은 <폭싹 속았수다>에서 누구보다 부지런하고 성실하고 영특한 무쇠지만 사랑 앞에서는 물복숭아처럼 수줍은 양관식 역을 맡았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박보검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당차고 야무진 문학소녀 오애순 역은 2019년 <호텔 델루나> 이후 6년 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아이유가 맡았다. 최근 <정년이>와 < The 8 Show >에 출연했던 문소리, 박해준은 각각 중년의 애순과 관식을 연기한다. 이 밖에도 김용림 배우와 나문희 배우, 염혜란,장혜진,오정세,엄지원 등 익숙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폭싹 속았수다>를 빛낼 예정이다.

작년 2월 <폭싹 속았수다>의 촬영을 끝낸 박보검은 지난 2월에는 김소현,이상이,오정세,허성태 등과 함께 국제대회 메달리스트 출신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jtbc 주말 드라마 <굿보이>의 촬영을 마쳤다. <폭삭 속았수다>가 오는 3월 28일까지 공개될 예정이고 <굿보이> 첫 방송이 오는 5월 31일로 예정돼 있으니 박보검을 좋아하는 팬들은 올해 상반기 내내 심심하거나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을 것이다.

 박보검(오른쪽)과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드라마다.
박보검(오른쪽)과 아이유가 주연을 맡은 <폭싹 속았수다>는 1950년대의 제주도를 배경으로 하는 로맨스 드라마다.<폭삭 속았수다>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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