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감독제2회 반짝다큐페스티발 당시 신나리 감독(오른쪽)과 전년도 특별전을 기획한 조이예환 감독
반짝다큐페스티발
'삶은 소중한 것'... 그녀가 남긴 메시지
반다페를 통해 신나리 감독을 알게 된 이들 또한 특별한 감상을 전해왔다. 동료 감독 서혜림은 기획전 당시 영상 메시지를 떠올렸다. 서 감독은 "당시 감독이 아파 반다페에 직접 올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대신 보내온 영상메시지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며 "'내가 인다페에서 동료라는 별을 찾았듯, 반다페가 누군가에게 별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했는데, 듣는 순간 묘한 울림이 가슴 깊이 전해져 쉽게 진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동료들과 부산국제단편영화제를 찾아 신나리 감독이 이끄는 대로 여행을 했던 기억을 꺼내놓았다. 서 감독은 "부산역으로 급히 가야 했던 나를 위해 엑셀을 팍팍 밟으며 부산 도로를 횡~하고 달리던 모습이 생생하다"며 "특유의 루피 같은 웃음을 씩 짓고는 '걱정 말라, 금방 도착할 것'이라 장담하던 그녀를 보며 속으로 '멋지다'란 말만 되풀이했다"고 추억했다. 이어 "'삶은 소중한 것'이라며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네고 쿨하게 사라지던 뒷모습에 한참 웃음지었다"면서 "앞으로도 그때 그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며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신나리 감독과 반다페 자원활동가로 인연을 맺었다는 홍다예 감독은 신나리 감독을 '웃음부자'였다고 기억한다. 홍 감독은 "자원활동을 하다가 심심해서 활동가분들 사진으로 웃긴 포스터를 만든 적이 있는데 신 감독이 본인 걸 보고는 너무 재미있다며 좋아해 주더라"며 "활동하는 내내 실없는 농담과 장난에도 크게 웃어주는 웃음 부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상 웃으며 먼저 다가와 주고, 밥 먹었느냐고도 챙겨주던 분"이라며 "활동이 끝나고도 감독님이 자원활동가 모두에게 일일이 고마웠던 것과 멋있었던 점을 이야기해 주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정말 따뜻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소람 감독에게 신나리 감독은 다정했던 이다. 김소람 감독은 "2018년에 처음 만난 뒤 감독님은 내가 올린 사진과 글에 매번 다정한 댓글을 남겨주었다"며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그런 다정함에 어쩔 줄 몰라 큰 호응을 하지 못했는데, 가끔 뜨는 예전 사진들에서 나리 감독님의 댓글을 보면 나를 이렇게 응원해 주는 사람도 있었구나 하고 따듯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만큼 다정하지 못했던 것 같아 후회가 된다"면서 "이제 아프지 마시고 편안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필요한 여러 목소리를 구하는 데 도움을 준 문창현 감독은 신나리 감독을 두고 "새해가 시작될 때면 항상 먼저 인사 나눠주던 분"이라며 "그 마음이 한결같아서 사람들에게 깊이 기억되는 모습을 보니 벌써 그리워진다"고 말했다.
백혈병으로 투병해온 신나리 감독은 지난 3월 3일, 향년 4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부산독립영화협회 등 고인이 활동해온 부산 일대 동료영화인들을 중심으로 회고전이며 특별전을 기획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후반작업 중이던 유작 <도반>은 동료 영화인들이 완성해 2026년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신나리 감독장례식장에 놓은 근조화환.이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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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