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된 상영관 없이 공동체·대관 상영만으로 3개월째 상영이 이어지는 < 침몰 10년, 제로썸 >의 관객 수가 5000명을 넘어섰다.

배급사가 마땅치 않아 시민 모금을 통해 배급비용을 마련했고, 고정적인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해 시민단체들의 대관 상영이나 공동체상영(관심 있는 사람들이 비용을 모아 함께 영화를 보는 방식 - 기자말)형식으로만 상영 중인데도 꾸준히 관객이 찾고 있다.

세월호 10년의 기록

 지난 2월 16일 안산에서 열린 <침몰 10년, 제로썸> 상영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는 윤솔지 감독
지난 2월 16일 안산에서 열린 <침몰 10년, 제로썸> 상영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는 윤솔지 감독네번째달 제공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 침몰 10년, 제로썸 >은 세월호 10년을 맞아 제작된 영화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선보였는데, 세월호 침몰 원인을 외압설로 의심하면서 관련 정황과 근거를 제시하는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지난 11월 21일 경기 부천과 고양에서 공동체상영을 통해 개봉한 이후 말 그대로 틈틈이 상영되고 있다. 한 곳의 극장에서 며칠씩 상영된 적은 없는데, 개봉한 지 100일이었던 지난 2월 28일까지 총 상영 횟수는 52회에 불과했다. 개봉 이후 평균 하루건너 한 번 상영된 셈이다. 일반적인 독립영화도 전국의 독립영화관들 중심으로 최소 10회 안팎의 상영 기회를 얻는 상황에 비해 누구나 극장을 찾아 쉽게 극장에서 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다.

지난 2월 28일 기준으로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5505명이다. 한 회 평균 110명 정도가 관람한 셈인데, 5000여 명의 관객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농어촌지역의 작은 영화관에서부터 도시의 일반 극장까지 상영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 덕분이기도 하다.

개봉 3개월을 넘기면 웬만한 영화는 종영 수순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 침몰 10년 제로썸 >은 계속 입소문을 타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보따리 장사처럼 전국 각지를 돌며 상영하고 있는데도, 새로운 상영이 준비되거나 진행되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는 것도 장기상영의 동력이 되고 있다.

2015년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의 꿈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를 연출했던 윤솔지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원인에 관심을 두고 들여다보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개봉 과정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제기됐으나 기각됐고, 윤 감독은 갑작스레 찾아온 병마와도 싸워야 했다.

<송암동>·<서산개척단> 등을 연출한 이조훈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드는 십여 년 기간 윤솔지 감독은 암으로 대수술을 해야만 했고, 정보기관의 사찰에 시달리며 유족들과 힘든 노력을 공유해야 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 그가 유족들과 상영회를 조직하고 진실을 찾기 위한 여정에 함께하기를 관객들에게 호소하며 웃음 띤 얼굴을 보여주는 기개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진상규명 과제 명확히 하는 데 성공"

 <침몰 10년, 제로썸>을 연출한 윤솔지 감독
<침몰 10년, 제로썸>을 연출한 윤솔지 감독전주영화제 제공

작품을 향한 영화계의 지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조훈 감독은 "윤솔지 감독의 세월호 영화는 달랐다"면서 "기존 세월호 영화는 참사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침몰의 원인에 천착하는 두 부류로 극단화됐다. 윤솔지 감독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미래의 진상규명 과제를 명확히 하며 성공한 수작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이어 "수많은 유족과의 인터뷰는 참사의 고통을 딛고 진실을 찾는 당사자들의 노력에서 출발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등 참여 전문가들과 잠수사들 그리고 진실을 탐사하는 저널리스트들의 연대로 이어진다"면서 "외력설의 결정적 정황을 디테일하게 잡아내어 씨줄과 날줄로 엮어낸 이 영화를 본다면 침몰의 원인이 무엇이며,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매달 자비를 들여 독립예술영화의 대관 상영을 기획하고 있는 최광희 평론가는 3월 상영작으로 < 침몰 10년, 제로썸 >을 상영한다고 알렸다. 그는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는 지점을 집요하고도 날카롭게 짚은 작품"이라며 "세월호 사건과 관련한 10년간의 진실 규명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한 영화"라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월 16일에는 다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이 살았던 안산에서 첫 상영됐다. 안산 상영 때을 관람한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경기 안산갑)은 "끝나지 않은 무거운 진실, 세월호 10년의 암흑기의 기록을 담담히 증거와 증언으로 서술한 영화였다"며 "비록 '불편한 진실'이지만, 끝내 밝혀야 할 또 하나의 '무거운 진실' 앞에 안타까움과 분노의 눈물로 감상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도 < 침몰 10년, 제로썸 >을 적극 지지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기도 한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틈나는 대로 상영회에 참석하고, 지성 아빠 문종택씨 역시 '관람이 진상규명'이라며 힘을 더하고 있다. 세월호 선체조사위 소위원장을 맡아 활동했던 권영빈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다.

5000명 이상의 관객이 찾은 < 침몰 10년, 제로썸 >은 독립영화 흥행의 상징인 1만 관객을 달성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시사 유튜브 채널을 비롯해 시민단체 등의 대관 상영이 계속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윤솔지 감독은 "3월에도 모두 6~7회 상영이 예정돼 있는데, 그중 2회 상영은 며칠 사이 추가됐다"면서 "11월 21일 첫 극장상영 이후 폭설에 취소되고 계엄에 취소되기도 했다. 석 달 가까이 되는 요즘 다시 무언가 힘이 생기고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뉴미디어의 힘과 젊은 열정이 대세임을 느낄 수 있었다"며 "홍보수단은 SNS, 포털사이트 관람평, 분노의 입소문과 시민의 연대 등인데, 이 상황이 한없이 고맙다"고 개봉 100일을 넘긴 소회를 밝혔다.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침몰 10년, 제로썸>
공동체 상영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는 <침몰 10년, 제로썸>네번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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