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도라이버'
넷플릭스
이번 넷플릭스가 선보인 '미드폼' 예능은 냉정히 살펴보면 기존 자체 시리즈 대비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다. 오히려 이미 익숙한 내용을 대거 녹여내면서 구독자들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도라이버>만 하더라도 <홍김동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해왔던 각종 게임과 캐릭터 재활용에 치중하면서 변함없는 웃음 생산에 주력한다.
미식 토크를 앞세운 <미친식당>, 최근 유튜브 개인 방송 돌풍을 일으킨 추성훈을 내세운 <추라이 추라이>도 비슷한 경로를 따라간다. <나는 솔로> MC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데프콘을 앞세운 <동미새 :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도 마찬가지다. 매주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탐방을 한다는 내용은 대학('전과자'), 직업('워크맨', '워크돌') 체험 형식의 웹예능의 범주에 속한다. 일반 시민들과 즐거운 한때를 통해 재치 넘치는 입담, 돌발 상황이 주는 재미를 녹여낸다.
최신 유행 및 얼리어댑터 기질이 강한 MC 데프콘의 입담이 재미를 더한다. 러닝 동호회를 찾아간 첫 회에선 "황영조 선생님이 초보자는 카본화 신지 말라고 하던데요" 등 어느 정도 러닝과 관련한 사전 지식을 습득한 채 질문하는 식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회원들 사이에 녹아들어 간다. <나는 솔로>출연자와의 깜짝 만남까지 성사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기존 대작 예능과는 다른 역할 담당
▲넷플릭스 '주관식당'넷플릭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미드폼' 예능이 OTT 시장의 대세가 될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60~90분 가까운 대작 수준의 예능과 미드폼 예능은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버전의 새 시즌 공개를 앞둔 < 피지컬: 100 >,연애 예능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솔로지옥> 시리즈 등은 내용과 성격상 회당 짧은 분량으로 담아내기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그램들이다. 따라서 블록버스터 수준의 물량 공세, 혹은 출연진의 감정선이 큰 몫을 담당하는 예능에선 긴 시간으로 구성되는 기존 넷플릭스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드폼 프로그램들은 OTT 서비스 이용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입가심' 용도로 보기도 한다. 화제작 등장 때 잠깐 구독했다가 전편 다 본 후 해지를 반복하는 다수의 일반 시청자들이 꾸준히 자사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 역할이라는 시각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다수 작품을 만들 수 있기에 구독자 입장에서는 콘텐츠의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다. 잔재미와 아이디어, 진행자의 예능감을 십분 활용하면서 유튜브 특유의 스낵 컬처식 시청 습관을 파고든 넷플릭스의 변화는 2025년 OTT 시장, 특히 예능 분야에 있어선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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