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미친맛집'
넷플릭스 '미친맛집'넷플릭스

최근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OTT 시리즈의 이른바 '미드폼'(편당 20~30분 안팎의 방영 시간을 지닌 콘텐츠) 제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달 22일 요리 토크쇼 <주관식당>을 시작으로 넷플릭스는 최근 5편의 신작 예능을 선보였는데 기존 공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성이라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넷플릭스 시리즈'라면 하루에 8-10편 분량의 시리즈 전체를 모두 공개했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오징어게임>을 비롯한 각종 화제 드라마, 예능이 이 방식을 거쳐 전 세계 시청자들을 찾아갔다. <솔로지옥>, < 피지컬: 100 >,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등 일부 예능 시리즈만 시간차를 두고 공개됐다.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예능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미드폼' 형식을 취한다. 편당 20분 정도의 내용을 매주 1편 공개(첫 주에만 2편 공개)하는 식이다. 이를 두고 넷플릭스 측은 "정해진 회차 없이 매주 새 에피소드를 1년 내내 공개한다"라는 방침을 내세웠다. 넷플릭스는 왜 짧은 분량의 예능 시리즈를 주간 편성했을까?

신작 5편 동시 공개... 초반 성공적인 바람몰이

 넷플릭스 '추라이 추라이'
넷플릭스 '추라이 추라이'넷플릭스

​이번에 넷플릭스가 내민 신작 예능은 <주관식당>(토), <도라이버 :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서>(일), <동미새 :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월), <추라이 추라이>(수), <미친 맛집 : 미식가 친구의 맛집>(목) 등 총 5편이다. 요리, 버라이어티, 토크 등 장르 및 출연진과 내용은 각기 다르지만 공통점이 존재한다. 짧은 호흡의 유튜브 웹예능을 연상케 하는 미드폼 형식을 취해 매주 1편씩 정해진 시간에 맞춰 공개하는 식이다.

이번 넷플릭스의 예능 편성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듯 보인다. 넷플릭스 내 한국 시리즈 Top 10 에서 신작 5편 중 4편이 꾸준히 이름을 올리면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S에서 <홍김동전>으로 방영되다가 폐지 후 제작진과 출연진 그대로 옮겨온 <도라이버>는 넷플릭스에선 공개 직후 인기 차트 1위까지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도라이버>와 더불어 1~2위를 다투고 있는 <주관식당>의 강세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빠더너스>를 통해 유튜브 시장을 평정한 문상훈, <흑백요리사> 출신 최강록을 앞세운 일명 '요리토크쇼'는 쏠쏠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신작 예능의 선전에 힘입어 넷플릭스로선 편성 초반부터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유튜브 웹예능 방식, 그 이유는?

 넷플릭스 '동미새'
넷플릭스 '동미새'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선보이는 이들 신작들은 엄밀히 말하면 기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결이 다르다. <도라이버> 첫 회에서 담당 PD조차도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예능"이라고 말했다.

업체 측에서 기존 대작 대비 큰 힘을 쏟아부은 작품들은 분명 아니지만 어쨌든 국내외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왜 기존 방식 대신 짧은 호흡의 예능을 대거 선보이는 것일까? 이를 두고 유튜브 웹 예능의 벤치마킹 혹은 경쟁 관계 돌입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기존 TV의 시청률이 예전 같지 않은데, 상당수의 시청자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상황이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경쟁자를 지상파 또는 케이블·종편 TV가 아니라 유튜브로 규정한 것이다. 20-30분 정도로 정형화된 웹 예능의 형식을 고스란히 넷플릭스로 옮겨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시청 습관을 OTT로 이식하는 시도다. 이 전략을 반영한 게 앞서 언급한 넷플릭스 신작 예능프로그램이다.

익숙한 내용 대거 수용

 넷플릭스 '도라이버'
넷플릭스 '도라이버'넷플릭스

​이번 넷플릭스가 선보인 '미드폼' 예능은 냉정히 살펴보면 기존 자체 시리즈 대비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다. 오히려 이미 익숙한 내용을 대거 녹여내면서 구독자들의 선택을 이끌고 있다. <도라이버>만 하더라도 <홍김동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당시 해왔던 각종 게임과 캐릭터 재활용에 치중하면서 변함없는 웃음 생산에 주력한다.

미식 토크를 앞세운 <미친식당>, 최근 유튜브 개인 방송 돌풍을 일으킨 추성훈을 내세운 <추라이 추라이>도 비슷한 경로를 따라간다. <나는 솔로> MC를 통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 중인 데프콘을 앞세운 <동미새 :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도 마찬가지다. 매주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동호회 탐방을 한다는 내용은 대학('전과자'), 직업('워크맨', '워크돌') 체험 형식의 웹예능의 범주에 속한다. 일반 시민들과 즐거운 한때를 통해 재치 넘치는 입담, 돌발 상황이 주는 재미를 녹여낸다.

최신 유행 및 얼리어댑터 기질이 강한 MC 데프콘의 입담이 재미를 더한다. 러닝 동호회를 찾아간 첫 회에선 "황영조 선생님이 초보자는 카본화 신지 말라고 하던데요" 등 어느 정도 러닝과 관련한 사전 지식을 습득한 채 질문하는 식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회원들 사이에 녹아들어 간다. <나는 솔로>출연자와의 깜짝 만남까지 성사되면서 예상치 못했던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기존 대작 예능과는 다른 역할 담당

 넷플릭스 '주관식당'
넷플릭스 '주관식당'넷플릭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미드폼' 예능이 OTT 시장의 대세가 될까.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60~90분 가까운 대작 수준의 예능과 미드폼 예능은 방향성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버전의 새 시즌 공개를 앞둔 < 피지컬: 100 >,연애 예능의 대표 주자로 떠오른 <솔로지옥> 시리즈 등은 내용과 성격상 회당 짧은 분량으로 담아내기 사실상 불가능한 프로그램들이다. 따라서 블록버스터 수준의 물량 공세, 혹은 출연진의 감정선이 큰 몫을 담당하는 예능에선 긴 시간으로 구성되는 기존 넷플릭스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미드폼 프로그램들은 OTT 서비스 이용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입가심' 용도로 보기도 한다. 화제작 등장 때 잠깐 구독했다가 전편 다 본 후 해지를 반복하는 다수의 일반 시청자들이 꾸준히 자사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기 위한 일종의 미끼 상품 역할이라는 시각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다수 작품을 만들 수 있기에 구독자 입장에서는 콘텐츠의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다. 잔재미와 아이디어, 진행자의 예능감을 십분 활용하면서 유튜브 특유의 스낵 컬처식 시청 습관을 파고든 넷플릭스의 변화는 2025년 OTT 시장, 특히 예능 분야에 있어선 하나의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넷플릭스 OTT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