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추성훈과 딸 사랑이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추성훈과 딸 사랑이KBS

추성훈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를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격투기 선수보다 '사랑이 아빠'로 기억하지 않을까?

하지만 사랑이 아빠 추성훈도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가 됐다. 불혹을 훌쩍 넘긴 이 '아조씨'(한국어가 서툰 추성훈이 아저씨를 서툴게 발음할 때의 소리)가 요즘 유튜브와 OTT, 그리고 트로트 프로그램까지 종횡무진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니까.

1975년생 재일교포 4세 추성훈은 유도선수 출신으로, 이후 UFC 등 종합 격투기 선수로 한일 양국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런 그의 캐릭터 그대로 <정글의 법칙> , <아테나 : 전쟁의 여신 > 등에서 모습을 모습을 비추기도 했다.

그렇게 격투기 선수 추성훈에게 새로운 캐릭터가 부여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방영한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이하 <슈돌>)에 딸 사랑이와 함께 출연하면서부터다. 이후 추성훈은 그의 이름보다 온 국민의 '사랑둥이'였던 사랑이 아빠로 더 기억됐다. <슈돌> 이후에도 꾸준히 방송 활동을 했지만 대중에게 이렇다 하게 각인된 모습으로 드러난 것은 없었다.

그러던 그가 2023년 < 피지컬 100 >이란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면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화제가 됐다. '가장 강력한 몸을 찾기 위한 최강의 피지컬 서바이벌 예능'인 만큼 전직 운동선수, 운동 유튜버, 전직 군인 등 '피지컬'로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속에서 나이 오십줄의 추성훈은 비록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피지컬을 유지하기 위한 변함없는 성실함을 보여줘 존경심을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날것 그대로, 추성훈 그대로

 유튜브 채널 '추성훈'의 '야노시호 집에 셋방 살이하는 추성훈' 방송화면 갈무리
유튜브 채널 '추성훈'의 '야노시호 집에 셋방 살이하는 추성훈' 방송화면 갈무리추성훈

2024년 11월 추성훈은 유튜브 채널 '추성훈'을 시작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 만에 140만 명이라는 놀라운 구독자 수를 모았다.

추성훈의 유튜브 조회수를 '폭발'시킨 계기는 집 공개 사건(?)이었다. 이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된 바 있는 도쿄의 고급 아파트를 다시 한번 공개하는 시간이었는데, 최고급인 가구와 장식품이 무색하게 옷과 가방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방들을 그대로 노출함으로써 그의 솔직함에 대중들이 반응했다.

'마초 아저씨~'라는 시그널 사이로 펼쳐지는 그의 모습은 지금까지 등장했던 유튜버들과는 또 다른 날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처음 유튜브를 찍은 날 자신이 단골인 '야끼토리' 집을 소개하며 '소개하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가 하면, 도쿄에서 갈 만한 곳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도쿄타워는 매일 봐서 그저 그렇지만 화장실을 꼭 가보라'는 엉뚱한 대답을 내놓기도 한다.

여전히 근육질에 명품 팔찌를 두르고 한겨울에도 얇은 니트 하나만 입는 '마초남'의 모습을 유지하지만, 집 공개 이후 배우자 야노 시호와 싸웠다며 웬만하면 아내 이야기는 꺼내지 말라는 소심한 남편의 모습도 보인다. 약 반백살에도 바이크를 몰고 다니며 자주 타지 않는 도쿄 지하철에서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한다. 또한 중년의 그를 여전히 중학생 아들 다루듯 하며 물병까지 챙기는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와의 하루 동행에 진이 빠져버린 평범한 아들의 모습에서 나타나는 소박함이 구독자들을 매료시킨 듯하다.

 넷플릭스 <추라이 추라이> 방송화면
넷플릭스 <추라이 추라이> 방송화면넷플릭스

이뿐만이 아니다. 추성훈은 새로 론칭하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추라이 추라이>의 주인공이 됐다.

첫 회 게스트는 오래전부터 그와 형-동생 사이로 지내는 김재중. 오전 11시 연남동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과 보조 MC 이창호는 추성훈이 김재중의 생일 선물로 가져온 위스키를 카페에서 빌린 유리잔에 마시며 토크를 한다.

인생 버킷리스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는 프로그램. 하지만 추성훈은 MC에게 주어진 방송 진행 대본따위는 덮어두고 마음 가는 대로 진행을 해버린다. 덕분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두 번째 게스트인 신성록과의 만남에서는 야수 버전의 '지킬 앤 하이드'를 거침없이 시연하며 몸을 사리지 않고 프로그램에 자신을 던져 버리기도.

방송가의 새로운 스타

김재중과 만났을 때 '종합 격투기 선수로서 오랫동안 무대에 서왔지만, 아이돌 가수로서의 무대를 부러워했다'고 고백한 추성훈. 그래서일까. 뜻밖에도 tvN 최초 트로트 프로그램 <잘생긴 트롯> 무대에서 다시 그를 만나게 된다.

'잘생긴' 연예계 스타들의 트롯 가수 도전기인 이 프로그램에선 가수 이찬원과 장민호가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T4를 선정하는데, 추성훈은 나훈아의 '울긴 왜 울어'를 출연자들이 '성훈아'라고 극찬할 만큼 잘 소화해 처음으로 F4 자리에 올랐다.

이전의 추성훈이 유도·격투기 선수로서의 모습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나, 혹은 사랑이 아빠로서의 아이를 앞세운 모습으로 대중 매체에 등장했다면, 이제 유튜브 <추성훈>과 <추라이 추라이> 등의 프로그램에서 그가 보이는 모습은 훨씬 더 날것이다.

마초남 이미지답게 고깃집을 털 정도로 고기를 즐기고, 자기 앞에 놓여진 채소 바구니를 슬쩍 밀어내며 '채소는 데코'라고 솔직하게 말하고, 옷가지가 널브러진 아내의 방에서 '다 이러고 사는 거 아니나'며 태연하게 넘어가는 모습에, 추성훈은 유튜브와 OTT, 방송계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중이다.

 tvN <잘생긴 트롯> 방송화면 갈무리
tvN <잘생긴 트롯> 방송화면 갈무리tvN
추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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