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림' 아닌 모두의 앞날 '고민'하는 자, 리더란 무엇인가

[김성호의 씨네만세 965] AMC <워킹 데드> 시즌2

누구도 미래를 알 수 없다. 오늘의 선택은 내일의 결과를 알지 못한 채로 내려야 해서 어려운 것이다. 기대는 어긋나기 일쑤다. 오늘의 결정이 재앙을 불러올지 횡재로 이어질지를 누구도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삶이란 나아가는 것인데, 선택 없이는 한치도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택의 순간에야 본 모습이 드러난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선택하는 이가 누구인지를 말해준다. 선택이란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잃을지를 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포기하는 것을 다른 누구는 포기하려 들지 않는다. 누구는 얻으려 하는 것을 다른 누구는 얻으려 하지 않는다. 그 차이가 많은 것을 달라지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무리를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가까이는 물질적 필요에서, 멀게는 감정적 연결을 위하여 인간에겐 다른 존재와의 관계가 필수적이다. 다른 존재와의 협력 없이 인간은 물리적 생존도 감정적 건강도 확신할 수 없다.

워킹 데드 포스터
워킹 데드포스터AMC

기념비적 성공 거둔 아포칼립스 좀비물

사회적 동물, 무리지어 생활하는 집단이 반드시 갖는 것이 선택의 체계다. 대부분의 경우 집단엔 무리 전체에 영향을 주는 주요한 선택을 하는 개체가 특정돼 있다. 그 개체는 대체로 권력의 최상단에 군림한다. 그리하여 동양에선 그를 흔히 우두머리라 지칭한다. 자연히 그는 무리를 이끄는 역할도 한다. 서양에서 우두머리를 리더(leader)라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워킹 데드> 시즌2는 파격적 화제작이었던 첫 시리즈에 이어 드라마를 전미 최고의 인기작품으로 만든 성공적 콘텐츠다. 모두 6개 에피소드로 꾸려진 첫 시즌이 성공을 거둔 직후 모두 13개 회차로 후속 제작됐다. 결과는 예상한 그대로다. AMC가 미국 케이블채널 시청률 기록을 죄다 갈아치우며 역사적 성공을 하는 데 혁혁히 공헌했다. 그로부터 11개 시리즈가 연달아 제작된 건 차라리 자연스런 일이라 해야겠다.

이야기는 지난 시즌에서 온갖 역경을 뚫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까지 도달했으나 인류가 좀비로 변하는 현상에 대한 대응법이 없다는 사실만 확인한 일행의 다음 행보를 그린다.

무리를 이끄는 보안관 출신 릭 그라임스(앤드류 링컨 분)는 CDC를 향한 여정이 실패로 귀결된 상황에서 다음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이제는 포트무어(Fort Moore)라 불리는 포트베닝(Fort Benning), 조지아주 최대의 육군 주둔시설이 목적지가 된다. 훈련받은 병사들과 그들이 사용하는 중화기가 있는 포트베닝이 당장의 위기로부터 일행을 지켜줄 대안이란 판단이다.

워킹 데드 스틸컷
워킹 데드스틸컷AMC

실종된 소녀, 찾아야 하나 말아야 하냐

그러나 상황은 만만찮다. 이동 중 차량이 고장이 나며 더는 전진할 수 없게 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속도로 위에서 워커 떼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다행히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지만 무리 중 가장 어린 아이인 소피아가 실종되는 사고가 터진다. 잠시 숨어 있으라던 릭의 조언을 듣고도 두려움에 뛰쳐나간 아이가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지난 시즌에서 남편을 잃고 오로지 소피아만 보고 있던 엄마 캐럴 펠레티어(멜리사 맥브라이드 분)는 충격으로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다.

그로부터 이야기는 소피아를 찾기 위한 일행의 수색작전, 그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사고로 이어진다. 실종된 아이의 행방이 며칠의 수색에도 묘연한 가운데 생존이 가능할 거라 추정되는 골든타임을 하릴없이 흘러간다. 아이를 계속 찾아야 한다는 이들과 언제 어디서 있을지 모를 위협을 피하여 갈 길을 재촉해야 한다는 이들 사이에서 이견이 불거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러단 차 이야기는 다음 장으로 접어든다. 일행은 우연찮게 일대에서 안전을 기할 수 있는 장소를 발견한다. 허셸 그린(스콧 윌슨 분) 가문이 몇 대째 일궈온 농장이 바로 그곳이다. 일대에 좀비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안전한 지대에서 허셸은 딸들이며 일하는 이들과 함께 자리를 지켜오고 있었던 것이다. 릭의 일행은 다친 릭의 아들 칼(챈들러 릭스 분)이 회복을 할 동안 그곳에 머물도록 허셸로부터 허락을 받는다. 일행은 농장 한 편에 야영지를 구축하고 소피아를 찾기 위한 수색을 이어간다.

워킹 데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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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더 나은 선택은 무엇인가

모두 13편에 이르는 에피소드는 허셸의 농장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다룬다. 무엇도 확신할 수 없는 세상에서 릭과 허셸의 일행이 공존하며 벌어지는 문제들에 더하여 릭이 이끄는 무리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개별 에피소드의 주제가 된다. 목적지인 포트베닝으로 향하는 여정이 중단된 채 시즌 전체를 평화롭고 물자도 풍부하지만 외부로부터 고립된 듯 보이는 농장에서 벌어지는 일로 채운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다. 한정된 공간과 인물들 안에서 거듭 긴장을 자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본격적인 이야기의 막을 올린 드라마가 좀비가 쏟아지는 외부세계가 아닌 일행 안으로 관심을 돌린 건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워킹 데드> 시즌2가 집중하는 것은 딜레마다. 드라마의 효과적인 설정 가운데 하나인 딜레마는 두 가지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을 가리킨다. 각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잃게 되는 손해가 명백히 엇갈리는 가운데, 선택하는 이는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선택에 따른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채로, 본인 뿐 아니라 무리 전체가 자칫 치명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선택을 거듭 내려야만 하는 리더의 고충이 두 번째 시즌의 핵심적 관심이 된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결정을, 그러나 내려야만 하는 이의 입장은 얼마나 곤란한가!

드라마가 내보이는 딜레마의 순간들이 적잖다.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수색은 계속되어야 하는가? 그를 멈추면 일행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신뢰도, 혹여 있을지 모르는 기적도, 아이의 실종에 책임 있는 이들이 죄책감을 벗을 기회도, 일행 중 아이와 관계있는 이들의 지지도 잃어버릴 수가 있는 것이다. 반면 멈추지 않으면 부족한 자원이 계속 소실되며, 이 같은 결정을 반기지 않는 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무엇보다 실패할 선택을 내린 리더의 책임이 커질 밖에 없다.

워킹 데드 스틸컷
워킹 데드스틸컷AMC

리더, 모두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자

농장의 주인인 허셸 또한 선택해야만 한다. 그에겐 비밀이 있는데, 농장 주변에 좀비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그 비밀과 연관이 있다. 그는 제 사람들과 함께 농장 주변을 거니는 좀비들을 생포해 헛간에 모아두었던 것이다. 그는 좀비가 나쁜 병에 걸린 인간이라 믿고, 언젠가는 치료법이 발견돼 인간으로 돌아올 것이라 여긴다. 제한된 정보가 그 판단에 대해 확신할 수 없도록 하지만, 그는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질 밖에 없다. 불행히도 그의 선택을 어긋나고 그 결과를 그는 감당해야만 한다.

<워킹 데드> 시즌2는 이밖에도 딜레마의 순간을 거듭 제시한다. 보는 이는 릭과 허셸이 마주한 딜레마의 상황들 앞에서 저라면 어떤 결단을 내릴지를 함께 고민한다. 누구도 무엇이 낫다고 확정적으로 답할 수 없는 고민을 제 일처럼 하게 되는 것이다. 정답은 없다. 나은 것과 못한 것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선택의 순간엔 확신할 수 없다. 리더가 지닌 무게가 어떤 것인지를 이 시즌이 내보인다. 그리고 그는 향후 이어질 모든 시즌에서 분명한 효과를 발한다.

좀비가 장악한 세상을 통하여 인간의 본질을 보이는 것, <워킹 데드> 시리즈가 그를 위하여 먼저 짚고 넘어가려 한 것이 리더의 무게란 사실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과연 인간이란 홀로는 설 수 없는 존재란 것, 그 사회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이 바로 리더라는 것을 이 시리즈가 알도록 한다.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브런치(https://brunch.co.kr/@goldstarsky)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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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영화평론가.서평가.기자.3급항해사 /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 인스타 @blly_kim / GV, 강의,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