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학년 2학기 > 스틸
㈜인디스토리
그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영화는 실제로 화면 속 이야기와 연결된 경험을 가졌거나 겪게 될 이들과 만날 희망을 품고 개봉을 예정하고 있다. 2024년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해당 영화제 최다 수상을 기록하며 작품성과 시의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바 있기에 독립영화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라면 개봉 일정 나오기만 기다릴 법하다. 소식통에 의하면 < 3학년 2학기 >는 2025년 9월경 개봉 예정이라 한다. 아직 시간이 제법 남은 편이다.
하지만 거의 반년이나 개봉이 남았는데 곳곳에서 영화 상영 소식이 들리기 시작했다. 개봉 직전에 시사회를 하는 건 당연한 정례가 되었고, 초반 홍보 효과를 위해 전국 규모로 순회 시사를 여는 경우도 이젠 드물지 않은 사례가 되었다. 하지만 가을 개봉작을 벌써 상영하는 건 통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단편적인 소식이 바람결에 실려 오기 시작했다. '전국 수학여행'이라는 구상 아래 지난 2월 26일, 영화의 실제 배경인 인천에서 출발한 개봉 전 상영회가 전국을 순회할 예정이다. 인천에서 몇 차례 더 상영을 진행함은 물론, 전국 권역별로 해당 작품을 봤으면 하는 단체와 시민들이 상영위원회를 기획해 전국 순회를 연쇄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해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상영한 직후 관객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당시 관객 상당수가 작품 속 배경과 연관된 경험을 지닌 이들이었다. 감독과의 대화 등 거듭되는 GV가 천편일률적이라 지루해지던 상황에서 뜻밖의 분위기가 반가웠다. 영화가 관객을 선택할 권리도 있는 법이란 당연한 사실을 참 오래간만에 맛본 셈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만나야 할 관객들과 마주치기를, 꼭 봐주길 기대하는 이들과 접속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이 깃든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으로 꼽히는 대사, '사람이 일하다 죽을 수 있다는 걸 오늘 알았다.' 지금 바로 주변의 이웃 중 누군가에게 그런 일이, 어쩌면 나에게 당장 일어날 수 있다는 걸 망치로 내리치듯 환기하는 순간이다. 그때마다 미디어는 너무 쉽게 복사해 붙인 듯 상투적인 신파로 형식적 애도와 개탄을 일삼지만, 정작 꼭 필요한 조치와 대책은 금방 휘발되어 실종하고 만다. 그렇게 냉소와 분노가 쌍으로 세상 곳곳에 고이는 참이다.
영화 한 편이 세상을 바꾸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 편의 잘 만든 영화는 의외로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다. 관객은 적어도 이 작품을 보고 극장을 나선 뒤에도 제법 오랫동안 영화 속 현실의 단면을 각자 일상 속에서 품게 될 테다. 어쩔 수 없단 식으로 흘려보내는 불편한 진실은 세상을 바꾸려는 의지로 변환해야 한다. 개봉 일만 기다릴 게 아니라 '영화의 친구'가 되려는 이들은 눈과 귀 쫑긋 영화 속 19살들과 만남을 준비하자.
▲< 3학년 2학기 > 전국 수학여행 인천 상영회 포스터㈜인디스토리
<작품정보>
3학년 2학기
The Final Semester
2024|한국|드라마|105분
2025.09 개봉(예정)
감독 이란희
출연 유이하, 양지운, 김성국, 김소완, 강진아
배급 ㈜인디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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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