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 어워즈 2025'에서 5관왕이 된 찰리 xcx
Brit Awards
영국 대표 음악 시상식인 2025 브릿 어워즈의 주인공은 찰리 xcx(Charli xcx)였다. 찰리 xcx는 지난 3월 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O2 아레나에서 열린 '브릿 어워즈 2025'에서 올해의 앨범상(<Brat>)', '올해의 아티스트', '올해의 노래상(Guess)' 등 총 5개의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찰리 xcx는 이날 자신이 후보로 오른 부문 대부분의 트로피를 휩쓸었다.
2024년을 라임 그린 색으로 물들이다
지난해 찰리 XCX가 발매한 앨범 < Brat >은 2024년 팝 음악에서 가장 큰 문화적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었다. 찰리 xcx가 데뷔 후 쭉 도전해 온 실험적인 클럽 음악과 2000년대 팝 음악의 절충을 이뤄냈다. 동시에 클럽 음악 위에서도 내밀한 자기 고백과 여성주의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앨범 커버를 장식한 '라임 그린' 색깔과 저해상도의 글씨체는 2024년 팝 문화의 히트 상품이었다. 철저히 의도된 B급 감성이었다. 찰리 xcx는 이전까지 자신이 발표한 앨범의 재킷에서 자신의 화려한 모습을 지우고, < Brat > 앨범과 비슷한 형식으로 바꾸었다. 소셜 네트워크 역시 의 앨범 재킷과 비슷한 프로필 사진을 한 유저들로 넘쳐났고, 당시 카말라 해리스 전 미국 대통령 후보 역시 이 열풍에 동참했다.
찰리 xcx가 < Brat >에서 노래한 '자유롭고 지저분한' 삶의 태도는 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패션계에도 영향을 주었다. 음악 팬들과 주요 매체는 2024년의 여름을 'Brat Summer'로 명명했다. 찰리 xcx의 음악적 세계관과 탁월한 기획이 만난 결과였다.
▲찰리 xcx의 정규 앨범워너뮤직
찰리 xcx는 데뷔 초 'Fancy', 'I Love It' 등의 곡으로 스타덤에 올랐지만, 이후로는 오랫동안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 했다. EP < Vroom Vroom > 등 대중성보다는 실험성과 해체주의에 기반한 음악을 연달아 내놓았고,이렇다 할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녀의 이런 시도는 훗날 '하이퍼 팝'이라고 불리는 음악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Brat >이 음악 마니아들과 평단으로부터 받은 찬사는 이와 같은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찰리 xcx는 '올해의 앨범상'을 받으면서, 오랫동안 산업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던 아티스트의 속내를 고백했다.
"나는 항상 이 산업에서 소외된 사람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이 영국 음악 산업에서 이 앨범으로 인정받는 게 참 좋아요. (중략) 인정받고 명성을 얻기 위해 타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티스트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자신의 비전을 타협할 필요는 없어요. 내가 바로 그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기존의 슈퍼스타 대신 샛별을 위해
찰리 xcx 외에도 올해 브릿 어워즈는 2025년을 빛낸 젊은 여성 뮤지션들의 잔치였다. 2024년의 대표 히트곡 'espresso'와 'bed chem'을 부르며 오프닝을 장식한 사브리나 카펜터는 '글로벌 석세스' 상을 받았다. "10년 전 영국에 왔을 때는 열 명 정도를 빼면 아무도 나를 몰랐다"며 성공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역시 오랜 무명 기간을 끝내고 퀴어 팝(Queer Pop)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채플론은 최우수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최우수 인터내셔널 올해의 노래 상을 받았다.
올해의 그룹상은 다섯 팀의 후보 중 유일하게 록그룹이 아니었던 재즈 그룹 에즈라 컬렉티브(Ezra Collective)에게 돌아갔다. 최우수 신인 아티스트상은 지난해 브릿 어워드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받았던 여성 밴드 더 라스트 디너 파티(The Last Dinner Party)가 받았다. 지난해 브릿 어워즈 6관왕의 주인공이었던 레이(RAYE)가 올해 다시 한번 '최우수 알앤비 액트' 상을 받았으며, 제이드(Jade)가 찰리 xcx, 두아 리파 등의 스타를 제치고 최우수 팝 액트 상을 받았다.
뉴캐슬 노동 계급 출신의 록 아이콘 샘 펜더가 큐어(The Cure), 콜드플레이(Coldplay) 등의 거물을 제치고 최우수 얼터너티브/ 록 액트를 받는 등, 현재 시제의 젊은 뮤지션들이 강세를 드러냈다. 영국 그라임을 대표하는 래퍼 스톰지(Stormzy)는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최우수 힙합/그라임/랩 액트 상을 받았다. 한편 지난해 3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보이 그룹 원디렉션의 멤버 리암 페인을 추모하는 시간 역시 진행되었다.
1977년 시작된 브릿 어워즈는 영국 음반산업협회가 주최하는 대중음악 시상식이다. 라디오 DJ, TV 프로그램 진행자, 음반 제작사 대표, 언론인 등 음악 산업 관계자 1000명 이상의 투표를 통해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한다. 매년 그래미 어워즈 이후에 열리는 브릿 어워즈는 '영국의 그래미 어워즈'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브릿 어워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영국성'이다. 한해 동안 영국에서 발표된 음악들을 대상으로 하며, 비영국 뮤지션은 모두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분류된다.
브릿 어워즈를 통해 영국이 사랑한 음악을 살펴볼 수 있는 바로미터다. 올해 영국의 선택은 단연 찰리 xcx , 그리고 젊고 유망한 여성 뮤지션들이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