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양구 리틀야구단 소속 유일한 여학생 최지유양이 대표팀 필딩 훈련에 참가했다.
황혜정
"주아 언니랑 같이 야구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고 한 최지유양은 그러부터 1년이 조금 지난 뒤 꿈에 그리던 롤모델을 만난다. 바로 지난 1일 강원도 양구에서 열린 '2025년 양구 여자야구 친선대회'를 찾으면서다.
사회인 여자야구팀을 맡기도 했던 대한클럽야구협회 신상민 회장이 최양을 보고 이날 양구에 와서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선수들을 한번 만나보라고 한 것이 계기였다.
들뜬 표정으로 대표팀 훈련지를 찾은 최지유는 대표팀 허일상 감독의 흔쾌한 허락을 받아 인생 처음으로 언니들과 함께 야구를 했다. 대표팀 전담 여성 트레이너의 힘찬 구호를 들으며 최양은 언니들의 동작을 열심히 따라했다. 박주아와 같은 조에서 훈련을 받은 그는 눈으로 동경하는 언니를 쫓으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최지유양은 평소에 훈련하던 '리틀야구' 규격이 아닌 '성인' 규격에서 실책 없이 안정적으로 타구를 받아내고 송구했다. 2루에서 펑고를 받아서 1루로 송구하는 것은 물론,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 훈련도 무리 없이 소화했다.
표정도 한없이 밝았다. 이를 지켜보던 대표팀 언니들은 탄성을 내뱉으며 "한국 여자야구 미래가 밝다, 기본기가 좋다"라며 폭풍 칭찬을 했다. 허 감독도 최양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저 친구, 진짜 잘하는데"라며 웃었다.
"언니들과 같이 야구를 한 순간이 너무 좋았어요. 그냥 모든 게 다 좋았어요."
사춘기를 앞둬 감수성이 풍부해진 소녀는 이날 하루가 너무나 소중했다. 홀로 외롭게 야구를 해온 줄 알았는데, 자신과 같은 길을 걷다가 성장해 함께 모여 대표팀 훈련을 받는 수많은 롤모델을 직접 보고 함께 손발을 맞춰봤기 때문이다. 오늘 훈련은 어땠냐는 질문에 최지유양이 "그냥 모든 게 너무 다 좋았다"고 말한 이유다.
야구를 시작한 해이자, 자신의 생년월일에서 '일'인 23을 등번호로 택한 최지유양은 이날의 벅차고 행복한 추억을 발판 삼아 또 하나의 중대 과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바로 부모님 설득이다.
"엄마아빠가 저보고 중학교 1학년까지만 야구하래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최지유양은 이내 "주아 언니 사인볼을 제 방에 고이 모셔 놓고 그걸 보면서 야구도,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부모님께 꼭 보여드릴 것"이라고 다짐했다.
4년 뒤, 최양이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국제대회를 누비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키 165㎝로 우월한 신체조건을 자랑하는 그의 성장기를 지켜봄 직 하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리틀야구단 소속 유일한 여학생 최지유양이 '롤모델' 박주아와 함께 대표팀 트레이닝 훈련을 받고 있다.
황혜정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안 된다고요? 이걸 보세요" 요즘 10대 여학생의 부모 설득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