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의 대표 라이벌전이었던 '수인선 더비'가 무려 2년 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삼일절인 3월 1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리는 하나은행 K리그2 2025 2라운드에서 인천 유나이티드와 수원 삼성이 격돌하게 됐다.

그동안 1부리그에서만 맞대결을 펼쳤던 두 팀이 최근 연이어 강등을 당한 이후, 2부리그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원과 인천 모두 K리그2에서는 최고 수준의 전력으로 꼽히며 올 시즌 1부 승격을 다짐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두 팀간의 오랜 라이벌 의식까지 겹쳐 1부리그에서보다 더 치열한 수인선 더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살벌한 기싸움... 팬덤 유명한 수원-인천

 2월 22일 경기 당시 수원 삼성 선수들의 모습
2월 22일 경기 당시 수원 삼성 선수들의 모습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공식적으로 양팀의 라이벌전을 의미하는 수인선 더비는, 인천과 수원을 잇는 수도권 지하철 노선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다만 이는 주로 언론에서 쓰이는 표현이었고, 양팀 팬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주로 '중대 더비'라는 은어가 더 유행했다. 같은 경인 지역 이웃으로 팬층이 일부 겹쳤던 역사적 배경상, 서로를 자신의 '2중대'라고 놀리며 맞대결 승자가 1중대가 된다는 팬덤간의 장난스런 기싸움에서 비롯됐다.

수원과 인천은 K리그에서 연고지 역사가 비교적 늦게 시작된 지역이다. 1983년 K리그 출범 이후 초창기에는 유공 코끼리(현 제주 유나이티드)와 현대 호랑이(현 울산 HD)등이 번갈아가며 명목상 인천-경기 지역을 연고지로 했으나, 당시는 리그가 전국 순회 형식으로 경기를 펼치던 시절이었기에 큰 의미는 없었다.

홈 앤드 어웨이 제도가 정착된 1987년부터는 유공이 광역 연고팀으로서 인천-수원-안양을 순회하며 홈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1991년부터 일화천마(현 성남) LG 치타스(현 FC서울)과 함께 서울 동대문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이전하면서 한동한 경기도 지역에는 프로축구팀이 존재하지 않는 공백 상태가 됐다.

1996년 삼성이 K리그 9번째 구단 수원 삼성 블루윙즈를 창단하면서 최초로 수원시를 단독 연고지로 하는 프로 구단이 탄생한다. 이때부터 경기 지역에 안양 LG, 부천 SK, 성남 일화 등이 잇달아 연고지를 옮기며 프로팀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잡아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2003년에는 인천에도 시민구단 형식으로 첫 프로팀이 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수원을 응원하던 팬덤 일부가 더 가까운 인천의 팬들로 넘어간 경우도 많았다. 수인선 더비 역사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다만 창단 초기부터 두 팀의 격차와 위상에는 차이가 있었다. 국내 굴지의 재벌인 모기업을 등에 업은 수원은 등장과 함께 막강한 자금력과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빠르게 빅클럽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인천은 시민구단이라는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지명도가 떨어지는 신인이나 무명, 혹은 노장급 선수들로 전력을 꾸려야했다. 수원이 한창 승승장구하며 K리그와 아시아 무대를 호령하던 시절, 인천은 대부분의 시즌 동안 K리그 중하위권을 허덕였고, 수원 팬들로부터는 수원 2중대라는 조롱을 들으며 한맺힌 시간을 보내야했다.

그럼에도 두 팀의 라이벌 의식은 매우 격렬했다. 수원(프렌테 프리콜로)과 인천(파랑검정) 모두 팀성적과 별개로 K리그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열정적이고 호전적인 팬덤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두 팀의 경기 날이면 선수들보다 양팀 팬덤의 기싸움이 더 치열할 정도였다.

사건사고도 많았다. 2007년 문학 맞대결 당시 수원의 외국인 공격수 에두는 인천의 프랜차이즈 수비수였던 임중용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침을 뱉는 기행을 저질렀고, 이에 분노한 홈 관중들이 그라운드에 단체로 물병을 투척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2012년 인천축구전용경기장 개장 경기에서는, 수원 소속이었다가 인천으로 이적한 김남일과, 인천에서 수원으로 넘어간 라돈치치를 향해 양팀 팬들이 서로 경쟁적인 안티콜을 퍼부으며 살벌한 기싸움을 벌인 사건도 있었다.

왕년의 위상은 안녕... 이젠 동병상련 처지

그렇게 으르렁거리던 두 팀의 관계는, 2010년대 중반 이후로 기묘한 동병상련의 처지에 가까워진다. 수원은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넘어간 이후부터 투자가 크게 감소하며 스타급 선수들이 잇달아 팀을 떠났고, 점차 왕년의 위상을 상실하면서 중하위권 팀으로 추락했다.

또한 시민구단인 인천은 창단 이후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고, 한두 시즌 반짝한 것을 제외하면 내내 강등권에서 치열한 잔류 경쟁을 펼치며 'K리그 생존왕'이라는 달갑지만은 않은 닉네임으로 불리기도 했다.

2023년 양팀의 더비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수원의 사상 첫 2부리그 강등이었다. 전 시즌인 2022년에도 승강플레이오프 끝에 간신히 기사회생했던 수원은 결국 시즌 내내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끝에 꼴찌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반면 당시 인천은 5위로 2년 연속 파이널A에 진출한만큼 승승장구하며 양팀의 위상은 완전히 역전됐다. 이미 수원의 강등위기가 점차 현실화돼 가던 2023년 32라운드 인천 경기에서는, 일부 홈팬들이 경기 종료 직전 수원 원정석을 향해 안티콜를 외치고 2부리그 추락을 조롱하는 도발성 현수막을 기습 게시했다가 분노한 수원 팬들과 물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가는 사건도 있었다.

수원의 강등이 확정되고 나서, 누구보다 가장 환호하며 고소해했던 이들도 다름 아닌 인천 팬들이었다. 이로써 2024시즌에는 두 팀이 창단한 이래 처음으로 수인선 더비가 열리지 않은 한 해가 됐다.

하지만 인천의 환호가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운명의 장난처럼 불과 1년 뒤, 이번엔 인천이 지난해 수원과 똑같이 꼴찌로 다이렉트 강등을 당하며 2부리그로 내려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다만 수원 역시 2024시즌 K리그2에서도 6위에 그치며 1부 승격에 실패했기에 인천의 불행을 속 편하게 비웃을 처지는 되지 못했다. 그렇게 앙숙이던 수원과 인천은 피차 서로 원치 않았던 2부리그에서 만나게 됐다.

역대급 관중... 팬 눈물 닦아줄 팀은 누구?

 2월 22일 경기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박경섭 선수의 모습
2월 22일 경기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박경섭 선수의 모습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년 만의 맞대결이 성사되면서, 최근에는 수인선 더비와 중대 더비를 잇는 '유배(流配) 더비'라는 새로운 명칭이 탄생했다. 창단 이래 항상 1부리그에서만 만났던 두 팀이 나란히 2부리그로 강등되는 굴욕을 겪으며, 마치 귀양갔던 유배지에서 원수를 만난 꼴이 된 상황을 자조하는 표현이다.

양팀의 통산 전적은 31승 19무 11패로 수원의 압도적인 우위다. 하지만 홈경기에서는 인천도 매우 강한 모습을 보였기에 승부는 낙관할 수 없다. 무엇보다 두 팀은 현실적으로 다음 시즌 1부 승격이 걸린 K리그2 우승 후보로 나란히 거론되며 경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K리그2 1위팀만이 다음 시즌 1부리그로 다이렉트 승격할 수 있지만, 2-5위팀은 K리그2 플레이오프와 K리그1 팀과의 승강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수원과 인천 모두 선수단의 규모와 몸값 면에서 1부리그 구단 못지않은 막대한 투자를 단행한 만큼, 올시즌에도 승격에 실패하는 구단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단순히 두 팀만의 자존심이 아니라, 구단의 미래까지 걸려있다는 점에서 맞대결의 의미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어느덧 강등 2년차를 맞는 수원 삼성은 안산과 개막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며 기분좋게 출발했다. 김지현의 페널티킥 1골에 그친게 아쉽지만, 경기내용 면에서는 시종일관 안산을 상대로 한 수 위의 내용을 보여줬다. 변성환 수원 감독은 지난해 시즌 도중인 6월 염기훈 전 감독의 뒤을 이어 수원삼성의 사령탑에 오른 뒤 비록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팀을 안정적으로 수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처음으로 온전한 풀타임 시즌을 맞이한 올해는 변 감독의 지도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무대에 올랐다.

인천은 지난해 '강원 동화'를 이끌었던 윤정환 신임 감독을 중심으로 팀을 재정비했다. 감독 교체 과정에서 구단 분위기가 한동안 뒤숭숭했지만, 개막전에서 경남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두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무고사, 제르소, 바로우 등 K리그1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은 인천 공격진의 파괴력은 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또한 이번 더비는 K리그2 흥행에서도 새로운 기록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K리그 2의 한 경기 최다 유료관중 기록은 2024년 11월 3일 수원과 안산 그리너스전의 1만5308명이다. 인천의 홈경기 최다 유료 관중 기록은 K리그1 시절이었던 2019년 3월 2일 제주 SK전의 1만8541명이었다. 27일 기준 벌써 예매로만 1만 5000장 이상의 티켓이 판매되면서 K리그와 인천의 관중 동원 신기록을 예고하고 있다.

양팀 팬들도 서로를 겨냥해 "2중대에게는 질 수 없다"며 맞대결을 앞두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는 분위기다. 2025년 K리그2 최대의 빅매치로 불리우는 첫 수인선 유배 더비에서, 상처받은 팬들의 눈물을 닦아줄 승자는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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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인선더비 유배더비 인천유나이티드 수원삼성 K리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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