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을 무척 좋아하지만, 듣는 장르는 무척 한정적인 편이었다. 나에게 대중음악은 주로 음악 순위프로그램이나 음원 앱에서 보여주는 순위 차트에 오른 노래를 듣는 게 우선이었다. 즉, 지극히 평범한 음원 소비자라 할 수 있다.

막연하게 다양한 음악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마땅히 기회가 없었다. 정확히 어떤 음악을 어떻게 찾아서 들어야 하는지 방법을 몰랐다.

이런 나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약 3주 전쯤에 여느 때와 같이 유튜브를 보던 중 알고리즘이 한 영상을 점지해 주었다. 바로 '2025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 후보 발표'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충격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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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40대가 되도록 이런 시상식이 있는지 모르고 살아왔다. 올해로 22년째 이어져 오고 있었음에도 알지 못했다는 사실에 무척 민망해졌다. 다시는 어디 가서 음악을 좋아한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겠다.

해당 영상을 클릭해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내내 큰 충격의 연속이었다. 후보를 소개해 주는데 아티스트의 이름은 물론 노래까지 내가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수 많은 후보들 중 내가 아는 가수는 에스파, 이승윤, 지디, 로제, 존박 등이 전부였다.

그날부터 시간이 되면 후보에 오른 곡들을 들어보기 시작했다. 처음 접해보는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더 집중해서 들었다. 무척 난해해서 어떻게 즐겨야 하나 당황하게 만드는 음악들도 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대중음악대상(이하 한대음)은 음악적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룬 국내 아티스트들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2004년 처음 시작됐으며 상업적인 성공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른 가요 시상식과 차별점이다.

상업성과 예술성의 성취를 모두 고려하는 덕분에 폭넓은 장르의 음악이 후보가 될 수 있다. 덕분에 상당한 권위를 가진 시상식이기도 하다. 인지도 높은 뮤지션과 비교적 덜 알려진 뮤지션들까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의 유일한 자리가 아닐까 싶다.

후보곡을 다 듣고 나니 내 음악 취향이라는 게 얼마나 협소한 것이었는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거의 모든 장르를 다루기에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보석 같은 곡들이 꽤 많았다. 이제야 이런 음악을 알게 되다니 지나간 시간이 아쉬울 정도다.

아이돌 향한 새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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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에스파와 같이 아이돌 음악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된다. 단순히 대중들의 인기로만 성공한 그룹이 아니었다. 음악 자체로도 실력과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지난 27일 드디어 2025 한대음 수상식이 열렸다. 주요 수상자를 소개하자면 먼저 올해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 최다 노미네이트로 화제 된 밴드 '단편선 순간들'은 <음악만세> 음반으로 각각 '올해의 음반'과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 두 부문에서 수상했다.

에스파는 'Supernova'로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K팝 노래상'을 받았고, 정규앨범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최우수 K팝 음반상'까지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이승윤 역시 '올해의 음악인상'과 더불어 역성으로 '최우수 록 노래상'을, 폭포로 '최우수 모던록 노래상'을 받아 에스파와 마찬가지로 3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후보곡들을 들어보면 알게 된다.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곡들 하나하나가 빠짐없이 아티스트들의 혼이 담겨 있다. 시상식은 어제 끝났지만 당분간 후보에 오른 곡들을 계속 즐겨 듣게 될 것 같다. 생각보다 보석 같은 음악과 아티스트를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협소하기 짝이 없었던 나의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건 덤이다. 혹시 필자와 같이, 다양한 대중음악을 알아가고픈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2025 한국대중음악상 후보곡'들을 꼭 들어보시길 권한다. 그동안 알아 왔던 대중음악과 잘 알지 못했던 대중음악의 하모니로 대단한 귀 호강을 하게 된다.

상을 타지 못한 곡들도 하나 같이 좋은 곡이 무척 많다. 과장이 아니다. 선호하는 장르의 곡은 물론이고, 전혀 관심 없는 장르도 기회가 된다면 꼭 들어보시길. 예상치 못했던 음악을 통해 인생 노래나 아티스트를 만나게 될 것이다. 후보에 오른 모든 아티스트와 뒤에서 이들을 빛내준 모든 이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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