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 대표팀 외야수 양서진(왼쪽)과 내야수 정다은이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황혜정
물론 모든 야구 선수들이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며' 야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럼에도 누구는 XY 염색체로 태어나 야구를 잘하면 엘리트 야구부가 있는 중·고등학교에 들어가 자연스레 프로야구 선수의 꿈을 꾸고, 실제로 프로 선수가 돼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돈을 받고 야구를 마음껏 한다. 반면 누군가는 XX 염색체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엘리트팀에 입단하지 못하고, 프로야구 선수의 꿈조차 꾸지 못한다.
이로 인해 '한국 여자야구 대들보' 김라경은 '직업 야구 선수'로 뛰고 싶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자야구 실업팀을 운영하는 일본으로 건너갔다. 김라경이 일본 무대 진출을 위해 열심히 훈련을 할때 같은 센터를 다녔던 키움히어로즈 외야수 이형종은 필자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김라경은 내가 인정하는 야구인 3명 안에 듭니다."
그만큼 김라경이 야구를 대하는 태도, 훈련에 쏟아 붓는 노력 등이 베테랑 선수가 보기에도 대단했던 것이다.
이렇게 별다른 지원 없이 묵묵히 다들 사비를 들여가며 각고의 노력을 하는데 단지 '프로'가 아니라는 이유로, '프로' 입단 예정 선수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미디어도, 팬들도 찾지 않는다.
그럼 미디어와 팬이 많아지면 실력이 좋아질까? 필자는 그렇다고 믿는다.
여자야구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와주셔서 감사하다"라는 인사다. 서울권 고등학교 야구부 감독직 제안도 고사하고 '사명감' 하나로 여자야구 대표팀을 3년째 이끌고 있는 전 롯데·SK 포수 출신 허일상 감독은 매번 필자에게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인다. 허 감독은 "기자님이 와주시니 오늘따라 선수들의 움직임이 너무 좋네요. 자주 와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물론 필자 듣기 좋으라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선수들은 입을 모아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내가 잘한 플레이가 기사로 나가니 더 잘하고 싶어진다. 기사가 나가면 주변에서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 힘이 정말 많이 난다"고 한다. 기자 1명의 출현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되는 셈이다.
팬의 존재도 마찬가지다. 여자야구 국가대표 훈련장은 대부분의 경우 고정적으로 화성 드림파크에서 주말마다 열리는데, 협소한 관중석에 앉아있는 10명 남짓 관중들은 전부 선수 가족이나 친구들일 뿐, 친인척 관계가 없는데 멀리서 보러 오는 사람은 없다. 이해한다. TV나 신문, 인터넷으로 여자야구 중계나 기사를 찾아보기 힘든데, 팬이 될 기회도, 경기 정보도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1명의 팬이 찾아오는 그날까지 더 열심히 여자야구의 매력과 감동적인 스토리를 알리는 데 힘쓰겠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께서도 여자야구를 보고 싶다면 주말마다 화성 드림파크를 찾으면 된다. 관람은 무료이며, 선수들의 훈련이 끝나면 언제든지 함께 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을 수 있다. 운이 좋으면 여자야구 대표팀 훈련을 도와주러 오는 프로야구 출신 '스타' 선수들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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