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던 날, 이런 일도 있었다

[리뷰] 연극<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조작 간첩 사건을 다룬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조작 간첩 사건을 다룬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이건희

조작 간첩 사건을 다룬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가 지난 21일 아르코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했다. 이 작품은 픽션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실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창작됐다. 희곡을 집필한 이보람 작가는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피해자들의 삶이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를 확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작품을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작가는 작품 제목에 '닐 암스트롱'이 등장한 것을 두고 "실제 피해자가 억울하게 간첩으로 누명을 쓰고 선고를 받은 그날이 실제로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던 날이라는 피해자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 삶을 통째로 빼앗긴 날에 또 누군가는 인류의 진보를 이뤘다는 세상의 '명과 암'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인가 했는데 진짜래요. 나중에 알았는데 그날이 닐 암스통이란 사람이 달에 착륙하는 날이었더라고... 닐 암스트롱 발자국하고 내 발자국하고 비슷하더라고요." - 극 중 대사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무대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무대 이건희

다큐멘터리와 연극 넘나드는 연출

마두영 연출가는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 스스로 감독이 된 듯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대는 최소한의 장치로 구성됐는데, 특히 그림자를 활용한 장면들은 피해자들의 기억과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작용했다. "10년의 세월을 넘어 피해자들이 원했던 평범한 삶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그림자 극을 선택했다"는 그의 말처럼, 관객들은 무대 위에서 피해자들이 겪은 비극과 그들의 바람을 느낄 수 있다.

"막과 막 사이 10년의 세월을 어떻게 표현하는게 좋을까?라고 했을 때, 피해자들이 누리고 싶었던 가장 행복한 순간 아니면 가장 평범한 한 때를 구현해 보고 싶었다. 한강 작가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고 한 것처럼 이미 돌아가신 피해자분들의 어떤 기운이 지금 활동하는 사람들을 돕기 때문에 피해자와 활동가들이 계속 활동할 수 있다. 누군가 간절한 염원으로 계속 기억하길 바라는 그런 마음을 배우들의 움직임 그림자로 만들어 봤다." - 마두영 연출가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포스터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 포스터보편적극단

실제 피해자들의 목소리

작품은 단순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넘어, 그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활동가의 현실도 조명한다. 극 중 활동가 반철승의 실제 모델이 된 변상철 활동가(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는 관객과의 대화에서 "과거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과거의 일들이 지금의 내 삶에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목도하게 되었다"며, "피해자 가족들이 내 가족의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 함께 참여하면서 이해와 치유가 따라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 활동을 지속하는 건 "이런 피해가 계속 대물림 되고 있고, 원죄가 해결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라는 두려움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이 공연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알리는 계기가 되어 기쁘다"고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보람 작가는 이 피해가 "사실은 어떠한 방식으로도 회복될 수 없는 상처"라는 점에서 고민이 많았는데, 변상철 활동가의 '대가 없는 선의가 있다'라는 말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활동가가 그리는 세계에 대해 사람들이 많이 알았으면 하는 열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활동가 변상철은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 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자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이 피해가 내밀하게 은밀한 장소에서 개인적으로 이루어져 알려지지 않는 그런 폭력"이라며, "이런 피해를 연극으로 연출하고 관객과 나누는 것이 피해자들에게 전달 되어 조금이라도 위안과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람 작가는 "피해자로부터 출발한 마음 안에 있는 불덩이가 활동가를 만나서 횃불이 되고 그 횃불을 또 다른 후배 활동가가 가져가고 또 그 횃불을 또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이런 식의 이미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보람 작가는 "피해자로부터 출발한 마음 안에 있는 불덩이가 활동가를 만나서 횃불이 되고 그 횃불을 또 다른 후배 활동가가 가져가고 또 그 횃불을 또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이런 식의 이미지가 있었다"고 밝혔다.이건희

관객과 함께하는 '횃불' 같은 작품 되길

이보람 작가는 "피해자로부터 출발한 마음 안에 있는 불덩이가 활동가를 만나서 횃불이 되고 그 횃불을 또 다른 후배 활동가가 가져가고 또 그 횃불을 또 다른 사람이 가져가고 이런 식의 이미지가 있었다"며, 공연이 끝나면 "이 횃불을 관객이 함께 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연출 마두영은 국가폭력의 수많은 사건의 피해자분들이 아주 작은 희망, 조금은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다며, "포기하면 안 됩니다"라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보람 작가가 대표를 맡고 있는 '보편적극단'은 세상이 주목하지 않는 변방의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2018년부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공연 출연진으로는 이윤재(임윤상 역), 김정아(김선자 역), 신강수(김오수 역), 김진복(김영국 역), 문현정(석미영 역), 송철호(반철승 역), 강정윤(오순희 역), 이세영(김호경 역) 배우가 함께 한다.

연극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갔을 때>는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오는 3월 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연극을 통해 작가가 기대하는 '횃불'이 관객들의 마음속에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이건희 기자는 파이팅챈스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당 기사는 파이팅챈스 블로그에 함께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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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률센터 파이팅챈스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파이팅챈스는 국가폭력, 노동, 장애. 이주, 군사망사건 등 인권침해 사건을 지원하고 있습니다.